멘탈이 안 좋을 때 글을 적습니다.
한참 더운 매년 이맘때쯤 우리 연구실은 다 같이 2박 3일 정도 여행을 가곤 했다.
그게 교수님이 공식적으로 연구실원들에게 주는 여름휴가였다(물론 개인적으로 다른 일이 있어도 알아서 휴가를 갔다 올 수 있었다).
나는 한두 번 따라간 뒤로 연구실 단체 여행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단 주로 물놀이를 갔는데, 어렸을 때 피서지에서 익사할 뻔한 적이 있어서 물 가까이 가는 게 무섭고 싫었다.
착한 연구실원들은 그럼 다른데 가자고 하며 대체지를 찾아봤지만 물가를 빼니 여름엔 갈만한 데가 없었다.
또 여럿이 같이 있는 시끄러운 환경보다 혼자서 혹은 가족들과 조용히 휴가를 보내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미련하게도, 하던 일이 손에서 놓아지지 않아서 남아있겠다고 한 적이 사실 대부분이었다.
나름대로의 항변을 하자면(이미 구차하다), 어떤 해에는 데이터를 있는 대로 모으는 작업을 한 달 내내 하고 있었는데 시료 사용 기한 만료가 여행과 겹친 적도 있었다.
또 다른 해에는 곧 다가오는 학회 출국 일정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기도 했었다.
미리미리 안 했던 제 탓이라고 하시면 제 뼈가 너무 아픕니다.
그렇게 모두가 여행을 간 사이에 혼자 연구실에 출근을 하면, 어느 날은 정말 집중이 잘 돼서 그날 목표 작업량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럴 때면 ‘아 안 따라가기 잘했다’라고 자기 위안을 했다.
하지만 혼자 조용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또한 잘 된 날 만큼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