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안 좋을 때 글을 적습니다.
지금 직장에 들어올 때 얘기다.
대학원 말년 차 시점부터 나는 내가 하던 연구에 점점 정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연구라는 일 자체는 괜찮았는데 다만 이 주제를 평생 들고 다뤄야 한다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났다.
그러던 중에 각 사의 채용 담당자들이 우르르 줄지어 학교에 몰려들어오는 시기가 되었다.
몇은 아예 연구실로 찾아왔고, 몇은 학과 건물 로비에 진을 쳤다.
상담을 받고 인적 사항을 적어 내면 커피 쿠폰이나 치킨 기프티콘같이 대학원생에게는 그저 빛인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 번호와 이메일을 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그 시기 처음으로 우리 연구실로 찾아왔던 곳이었다.
내 전공 주제에서 좀 벗어나 있지만 전공과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끌어모으는 게 가능했고, 들어본 바 연봉도 나쁘지 않았고, 일도 많이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회사 선배들에게 들으니 그 바로 직후부터 이 회사가 급격히 사람 살 곳이 못되게 변했다고…
그래서 그냥, 지원을 했다.
내 전공 연관 회사들은 박사 채용 지원서를 이메일로 받는 경우가 많았다.
채용 담당자가 커피 쿠폰과 맞바꾼 대학원생들의 연락처로 지원 안내 이메일을 돌리고, 지원 의사가 있는 경우 담당자에게 정해진 기한 내 서류를 갖춰서 회신해 주는 방식이었다.
지원도 생각보다 간단하기는 했는데, 자기소개서는 좀 난감했다.
지원서 양식 파일을 열었더니 기본적인 인적 사항, 논문, 특허를 입력하는 곳 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