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중단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등산과 요가를 좋아합니다.
“…죄송하지만, 이번 학기에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일이 전송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미친 짓을 해버렸다.
이 주일 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예정이었다.
환승 시간이 짧고 공항에 오후 8시 이전에 도착하는 마지막 자리였다.
얼마 전 계약한 집은 이층집에 햇볕이 잘 들어온다고 했다.
마트랑도 가깝고 주변에 산책할 만한 곳도 있다.
창고에 두고 온 매트리스, 전기밥솥, 한 번 밖에 입지 않은 검은색 드레스를 생각한다.
트럭이 있는 친구에게 짐 정리를 함께 도와 달라고 부탁도 해 두었다.
동기들은 이미 퀄 시험을 마쳤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박사생이라면 이번 학기에 돌아가는 게 맞다.
그런데 나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연구자가 아닌, 박사과정생이 아닌 나는 누구일까? 어떻게 먹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매거진을 통해 인사드리게 된 [출구전략]의 율마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서울 소재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떠났다가 잠시 중단하고 한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앞에서 적은 것처럼 복학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한국에 남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제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게 될지 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학교에서는 휴학 후 제적 처리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제까지 해 온 것이라고는 연구밖에 없는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