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6.연구자 모드 ON

[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6.연구자 모드 ON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단형'님의 글입니다


저절로 잘 되는 일은 없다


금손 동기와 제 실험 진척 속도가 슬슬 눈에 띄게 벌어지기 시작할 때쯤이었습니다.


다른 연구실에 진학한 학부 친구를 붙잡고 제 좌절감을 토로하자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분도 엄청 노력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네가 노력을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유 없이 잘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 그분도.”


나는 왜 안될까, 이렇게 못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나 하는 한탄은 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었어요.


처음 접하는 일들을 저절로 잘할 순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실험 실력을 동기와 똑같이 따라가기는 어려워 보이니 나는 다른 강점을 만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강점은 무엇일까?


대학원생으로서 내 장점이 뭐가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읽고 정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논문을 읽는 것도 실험처럼 다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저자들의 의도를 천천히 따라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그 배경이 되는 이론들에 대한 공부에도 흥미가 생겼고요.


선배들이 우선 여기서부터 시작하라고 건네준 리뷰 논문(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정리해 엮어, 독자들에게 연구의 흐름과 방향, 의미, 전망 등을 설명하는 학술 논문의 종류)들로 기초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거기에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한 레퍼런스를 계속 타고 가다 보니 읽어볼 논문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잘 안돼서 짜증만 나던 실험과 달리, 공부할 거리가 불어나던 그 상황 자체가 전 좋았어요.


논문을 쌓아 놓고 ‘내가 할 …

읽을거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