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단형'님의 글입니다
편집자 주: [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지난 글들을 아래 목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 2600일 생존기] 8.대학원생의 수업 듣기
“앞에 인트로 부분 넘어가”
첫발표를 앞두고 제가 ppt를 열자마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었어요.
신입생 발표만 몇 주째였기 때문에 인트로 부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신 것이었죠.
제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준비해 온 발표의 흐름이 있었는데 그대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중간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제가 마지막 타자라는 것을 고려해서 동기들과는 약간 다르게, 나름대로 새로운 인트로를 준비하기도 했고요.
‘그냥 준비한 것 중간부터 말하기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예비 대학원생이 계시다면 축하드립니다, 이미 발표의 귀재이십니다(정말이에요, 진심입니다).
가뜩이나 긴장한 제게는 내 페이스를 잃지 않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부터가 큰 도전이었거든요.
그렇게 저는 연구 분야의 개괄적인 인트로를 건너 뛰고, 제가 구체적으로 무슨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부터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탈진
제가 첫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단지 그날 연단에 한 시간 반 동안 서 있었고, 교수님이 제가 갑작스럽게 발표를 하게 되었던 정상을 참작하셨던 것인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많이 혼나지 않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