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잊히지 않는 고통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박사 첫 학기를 마치며
미국 자취방 창문 커튼에 반짝이 전구를 달던 중에, 문득 작년 이맘때 즈음의 제가 얼마나 우울했는지 떠올랐습니다.
나를 받아줄 학교는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멀쩡히 길거리를 걷다가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던 순간도 있었죠.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학부 저학년 때부터였지만, 막상 원서를 접수하던 때의 절망적인 심정은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너무 부족했고 “더” 열심히 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너무 괴롭게 했어요. 분명히 유학 준비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힘든 과정입니다.
저는 이제야 학위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유학 준비를 하던 고통의 시간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또 저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배나 교수님이 없으신 분들에게 이런 글이 얼마나 큰 응원이 되는지 겪어 봐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 전공과 박사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 저를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 없었어요.
중간에 석사학위를 한 것도 아니고, 출판된 논문은 더더욱, 하다못해 졸업논문도 없는 하찮은 학부 졸업생이었습니다.
박사 유학을 결심한 이유
그래서 저는 한국에 있는 몇몇 대학원에 원서를 냈고, 감사하게도 합격 통지서를 이미 받아 두었습니다.
모두 너무나도 좋은 대학원이었기 때문에 사실 유학을 꼭 가야만 하는지 10초 정도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미국의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