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한줄 소개: 정규직이 되는 그 날을 꿈꾸는 비정규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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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끈 사람들 - 저년차(상)
한 명은 우리 연구실에 잠깐 몸담고 다른 곳으로 진학해서 가벼운 친분만 있고 완전 다른 분야에서 연구를 하는 분이었다 (이하 A).
사실 A와는 연구실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거의 없었기에, 공통분모 지인들과 함께 있는 술자리에 몇 번 합석하다보니 친해지게 된 경우다. 나이는 나보다 많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연차는 어쩌다보니 같았다.
보통 데면데면한 사이일 때 원생들끼리의 술자리에서 가장 좋은 대화 소재는 연구실과 연구 이야기다. 어느 한 술자리에서도 연구실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당시 연구적으로 갈피를 못잡고 삽질만 하며 우울했던 나와는 달리, A는 비록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 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실에 잠깐 몸 담갔다고 우리 연구실의 연구 주제 동향까지 폭 넓게 꿰차면서 이를 줄줄이 읊는 모습이 당시에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연구 주제로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에 정말 힘이 있고 자신감이 넘쳤다. 어느 한 개인이 자신감이 있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 보통은 그것이 연구 실적이나 본인의 증명된 실력이겠지만 저년차였던 우리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다만, 나와는 다르게 A는 최소 본인이 몸담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확실하게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노력이 필요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