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재수생] 프롤로그

[드래프트 재수생] 프롤로그

뭘하는지 모르겠지만 뭔가는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곤 합니다.


야구공에 있는 108개의 실밥을 통해 ‘108번뇌(煩惱)’를 연상하는 게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야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희로애락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은 어찌 보면 야구라는 스포츠에 그대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이란 곳은 ‘프로야구’와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드래프트라는 제도를 통해서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프로야구의 세계에 발을 내디딜 자격이 부여되는 것처럼,


대학원 입시에 합격한 사람들만이 대학원이란 곳에 발을 내디딜 자격이 부여됩니다.


다시 말하면, 대학원이라는 곳 자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다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란 얘깁니다.





여러분들은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서 각 구단에 지명받은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들어보면 다들 희망에 부풀어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대부분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프로야구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같은 원대한 것들이죠.


그리고 이런 ‘원대한 목표’를 ‘희망차게’ 얘기하는 건 갓 입학한 대학원생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내 논문을 publish 하겠다.’, ‘나는 대학원에서 뛰어난 연구 실적을 남기고 교수가 되겠다.’ 같은 게 바로 그런 것들이죠.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모든 신인이 전부 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레전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통산 기록을 남기고 은퇴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은퇴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야구계에서 사라진 선수도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하지만 신인들은 극히 일부 레전드의 성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일념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모든 대학원생이 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publish 하지는 못합니다. (일단 논문을 쓰는 것부터가 어렵...)


그리고 모든 대학원생이 박사학위를 취득한다고 해서 다 교수로 임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건 제가 대학원생이던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항상 남들이 선망하는 성과를 쟁취해내는 건 극히 일부이며, 우리는 그런 극히 일부의 이야기만을 들어오며 매일 죽을 만큼 노력합니다.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는 대학원생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서론이 참 길었죠? 제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는 몇 년 전 약 7여 년간의 이공계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무사히’ 졸업해서 지금은 어느 기업에서 평범하게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그 7여 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제 경험과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여기 김박사넷에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여기 쓰게 될 글들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순간들을 되도록 가감 없이 표현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그 순간들을 제 나름대로 ‘조금 특별한 시선’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오늘 하루도 힘겹게 버텨내신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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