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곧내입니다. 일하기 귀찮네요...
외국계 기업 근무중인 박사입니다. 한국지사랑 외국본사에 다리 한 짝씩 걸치고 있는 느낌이라 보시면 되겠네요.
외국계가 어떤 분위기인지, 어울릴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짧게 쓰고 가겠습니다.
1. 언어: 본사에서 쓰는 언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확실히 힘듭니다. 저희는 영어인데, 본사 사람들하고도 수시로 메신저하고 온라인콜하고 그래서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모두 잘 되어야만 업무가 가능한 수준이예요. 본사에서 expat으로 나와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2. 저희는 그렇진 않은데, 본사 노는날에도 놀고 한국 노는날에도 노는 곳도 봤습니다. 아마도 야근특근수당때문에 어지간하면 잘 그러진 않습니다. (다 노는날로 해두면 그때 일하는 직원들에겐 수당을 많이 줘야하므로..?)
3. 분위기는 상당히 병렬적입니다. 한국 대기업(잠깐 근무해봄)이 수직적으로 직원들을 주루룩 엮는 조직도로 되어있다면 여기는 상무~전무쯤에 해당하는 분 밑에 바로 다른 인원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제(과장)가 갓 들어온 사원 위에 있는 구조도 아니고 전부 매니저 아래 병렬로 연결되어 있어요. 약간 대학원 랩 느낌? 그렇다고 직급체계가 없거나 사람이 많은건 아니고, 명목상 직급은 오히려 한국보다 뚜렷합니다. 별로 의식을 안할 뿐. 그리고 조직 자체가 아주 컴팩트합니다.
4. 국내 대기업에선 그냥 시키는 일 하다가 집에 못가고 그랬는데 여긴 직접 찾아나서지 않으면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많이 액티브해야 생활도 편하고 잘 삽니다. 아니, 가만히 있는 편이면 일 자체를 하기가 힘들어요. 그렇다보니 인싸 성향이 유리하긴 한데 저는 인싸까지는 아닙니다. 대신 얼굴에 철판이 매우 두꺼운 스타일이라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대신 뭔가를 물어보면 다들 기본적으로 매우매우 친절합니다. 츤데레 느낌도 약간 있는듯 없는듯...
5. 얼굴에 철판이 내장돼있거나 인싸이면 편한 것에 더해서, 윗사람을 편하게 생각해야 나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4번의 이유로 높은 사람을 직접 상대할 일이 아주 아주 많습니다. 당장 제 매니저와 1대1 화상통화를 매주 하구요. 어느 회사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위 매니저한테 escalation(상부보고)인데 이 매니저가 한국 회사에서는 일개 부장급이라면 여기는 상무~전무정도 되는 위치입니다.
참고로 제가 다녔던 국내 대기업에선 상무 얼굴을 입사랑 퇴사때밖에 못봤습니다. 한편 지금 회사 입사날에 사무실 복도에서 한 아재(외국인)를 마주쳐서 뭐여 오늘 온 애들이 얘들이야? 웰컴하고 여기서 잘지내보자! 하고 되게 캐주얼하게 헤어졌는데 알고보니 그분이 한국지사장이더라고요. 뭐 그런 분위기입니다.
지도교수를 어려워하고 무서워하신다면, 일단 한국 스타일의 조직에서 조용히 일하다가 나와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국 조직에선 나를 혼내는 부장도 상무 전무한테 겁나게 깨지고 오는거라 대학원이랑은 확실히 다릅니다.
6. 외국계 한국지사면 외국회사의 안좋은 점+한국회사의 단점(주로 꼰대문화)이 시너지를 내서 최악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던데... 당장 저희 부서는 매니저들이 다 본사에서 파견오신지 얼마 안돼서 그런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7. 추가로 저는 어려서 외국 거주경험이 있어 이런 문화(+철판, 아무말이나 일단 하기, 상사한테 걍 말하기, ...)가 익숙한데, 아닌 분들이라면 적응에 살짝 진통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언어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같이 일하는 분들도 주로 좀 살다오신 분, 다른 외국계 회사 있다가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궁금한 점? 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댓글 주시면 아는 선에서 답 달아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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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