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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를 왜 가는지가 더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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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쪽을 잘 몰라서 대답하기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작성자님보다 더 극단적으로 전공을 바꾼 사례는 꽤 많습니다.
해당 전공이 단순히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바꾼 사람들은 십중팔구 망하지만, 작성자님 처럼 겹치는 부분이 있어 공부하다보니 관심가는 분야가 바뀌어 전공을 바꾼 경우는 실패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대학교에서 교수하고 계신 분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연구분야를 바꾸신 분들입니다.
왜냐면 그분들 시대에 핫했던 기술 중에 지금 핫한 기술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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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라도 멀쩡했으면 펀딩 하나라도 땃을텐데 에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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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무지한 학생들만 있는 랩에 무슨 과제를 줍니까 에휴... 교수님이 고생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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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t>sp>>>>yk>>>>>>>ssh 이런 느낌인데 연구환경만 따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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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3학기를 마무리한 생초짜의 잡다한 넋두리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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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분야의 과학자가 되는게 어릴때부터 꿈이었거든요. 근데 꿈만 명확하지 굉장히 불성실하게 살아와서, 학부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놀았습니다. 아 그래서 학부도 흔히 이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지사립이구요 ㅎ
정말 운좋게도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막 임용되셔서 랩을 열고 홈페이지에 리서치핏에 대한 엄청나게 자세한 설명을 써두셨더군요. 환희에 차서 첫 컨텍메일을 구구절절 장황하게 작성하던 그 새벽의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그렇게 저는 말로만 듣던 신생랩의 첫 제자로 연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재밌게 했습니다. 내 흥미와 맞는 흥미로운 연구를 하게 되면 성실성도 알아서 따라올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더군요. 열심히 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다른 이공계 랩실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스스로의 단기적인 행복을 희생해가면서 살아가는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요. 운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PI께서 정말 엄청나게 좋은 분이셨거든요. 이제 막 신생랩을 꾸린 조교수가 첫 제자들에게 "행정일을 맡기면 학생들이 연구를 못한다" 며 일은 거의 주지 않으셨고, 철저히 연구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솔직히 지금도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는지 불가사의할 따름입니다). 밤 11시에 드래프트를 보내면 아침 7시 반에 작성된 드래프트보다 긴 길이의 피드백이 날아왔습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운이 좋아서 최고의 환경에서 배움을 시작하게 됐으니 퍼포먼스에 대해 부족함이 생기면 오롯이 탓할 것이 내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그제서야 시간 갈아넣으면서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참 간사해요. 그냥 마음속에 항상 그 생각을 품으면서, 한달 한달을 스스로가 정해놓은 "마지노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성과를 쌓는 방식으로 일년 반을 보낸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전 연구실에 들어와서 처음 수행한 실험의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실험 디자인은 100% 교수님께서 짜서 주셨습니다. 행여 운좋게 논문이 좋은 곳에 실릴 수도 있을 것이고 저에게 1저자가 주어질 것이지만, 결코 제 것이 아니고 그저 떠먹여 주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험은 잘 되었는데, 결과가 그럴듯한 해석을 붙이기에 참 난해하게 나왔습니다. 교수님과 번갈아가며 얼추 작성된 원고의 discussion에는 가장 핵심적인 결과에 대한 원인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단락이 없었습니다. 싫었습니다. 비록 작은 부분이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닥치는 대로 reference를 찾던 중, 처음 결과가 나왔을 때 생각해두었던 가설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을 제시한 탑티어 논문들을 찾았습니다. 술약속 하나를 급히 취소하고(......) 해당 단락을 다시 작성해서 교수님께 찾아가 의견을 여쭸습니다. 2주 쯤 뒤에 교수님께서 "쓸 수 있겠다. 이 부분을 무슨 키워드로 찾았나?" 는 답을 주셨고, 디스커션 구성을 통째로 갈아엎어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부르시더군요. 최종본을 확인했으니, 논문 섭밋 절차를 구경하러 오피스에 내려오라구요. 내려가서 제출과정을 구경하고 교수님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껏 저나 다른 학생들의 능력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 비슷한 언급을 일절 안하시던 분인데, 이런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학계에 남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할 수 있는 학생이 많이 없어요"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저는 그저 제 스스로의 작은 만족으로 남기고 말리라 생각했거든요. 세 학기동안 있었던 어떤 일, 어떤 말보다 훨씬 강렬한 자극이 되더군요. 교수님의 저 말씀에 의미부여를 지나치게 한다던지, 자신감을 가지기 위한 사건으로 삼는다던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지방사립대 출신에 이제 처음 논문을 제출해본 그냥 흔한 유사 덕후니까요. 그렇지만, 처음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 했던 "단순히 순수한 흥미로만 연구의 길에 발을 들여도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스스로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학위논문과 박사과정 지원이 남은 마지막 학기를 두고, 스스로를 조금 더 자극하고자 지난 세 학기동안 느낀 점을 망라하는 느낌으로 처음 김박사넷에 글을 써봤네요 ㅎ 지켜보다 보면 여러모로 진통이 많은 커뮤니티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곳이라는 것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다들 치열하고 동시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충분히 행복하니 조금 더 치열해지려구요. 똥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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