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보조로 들어갔어요(voluntary RA). 온라인 교육 받고 공식으로 이름이 올라갔구요. 교수님께 메일 넣고 면담하고 들어갔는데 교수진 제외 랩 인원은 저 포함 열명 남짓이었습니다. 순환이 빠른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확실한건 매년 조금씩 바뀌는 편이고 몇년 이상 있는 대학원생은 많아도 2-4명 같네요.
모든게 자율인 랩이었습니다...소규모 스터디 느낌 그러나 자율인데 어딘가 자유롭지 않은 경직된 분위기...표현하기 어렵네요. 뭐 하나 절대 명확하고 시원하게 말 안하는데 (별것도 아닌것도) 눈치 없는 행동은 하지 말아줘 느낌입니다. 아웃풋이 꾸준하긴 한데 엄청난 실적이 있지는 않은 곳이었어요. 누가 봐도 반짝이는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음 저도 감히 학부 레벨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분위기가 너무너무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어딘가 가라앉은 우울한 느낌도 있구요. 진취성, 아이디어, 개방적인 의견 나눔 없고 미팅은 그냥 한명이 혼잣말처럼 한시간 발표하면 교수는 몇마디 코멘트하고 끝 바로 해산. 드라이랩이라 그냥 오피스에서 격주로 미팅합니다. 늘 하던 것을 어제도 했고 내일도 하게 되는데 비유하자면 딱 관성에 젖은 공무원 사무실 그 자체입니다. 분야도 컴퓨테이셔널한게 많아서 사실상 컴퓨터 말곤 아무것도 안 필요하구요. 분야가 그러니 당연한데 주제 자체도 어디서 받아서 계속 통계 돌리는 느낌? 정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오릅니다...
근데 이게 성향이 맞아야 하는거 같더라구요. 글만 보면 안정적이고 좋아보이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미칠거 같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도 ‘저게 뭐하는거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저도 모르게 불쑥 떠오릅니다. 십년후에도 이러고 있을거같은 학위 취득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다들 영원히 여기 있을거 같아요...
주제의 깊이도 개인적으로는 학부생이 스스로 공부해도 낼 수 있는 수준의 리뷰 논문 레벨 같았습니다. 제가 학부라 이 분야 아는게 없는데도 읽으면 바로 이해가 돼요. 깊은 내용을 잘 설명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것은 사과다’ 느낌입니다. 근데 그걸 연구석사랑 박사들이 합니다. 제가 너무 거만한거겠죠? 감히 깊이가 얕다고 느끼는게...석사들 졸업논문에 쓰이는 코딩 코드도 교수가 다 준다네요.
교수님이 학교 학부 출신+15년 넘게 재직+높은 행정적 지위 그래서 틀을 깨거나 모험하는걸 굉장히 싫어해요. 저런 조건이어도 사람마다 성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정말 안 좋아하는 축에 속합니다. 딱히 도전도 아니고 정말 필요한 의논을 어렵게 고민하다 한번씩 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늘 바빠요. 근데 본인 아니면 물어볼 수가 없는 것들임 근데 또 오래 있었던 인원들과는 논문 완성하면 같이 술도 마시고 사진 찍고 할건 다 해요. 전형적인 영국사람인데 (실제로 영국계고 영국에서 박사) 진짜 속터집니다. 모든걸 빙빙 돌려 말함, 절대 사과 안함, 절대 자기가 나쁜 사람 안함, 회피 잠수 등등 영국인 밈 중에 뭐든 오우 인터레스팅 이러고 관심 없는 딱 그 감성입니다. 이게 밈으로 볼때나 재밌지 내 얘기면...근데 권위는 가끔 가다 많이 부리십니다.
한마디로 익숙한 편안함은 있어도 활력이 하나도 없는 랩입니다. 한국 대학 다니던 시절 학생회 떠오르네요. 교수님도 인원이 저렇게 적은데도 개개인한테 연구적으로도 관심 없고...석박사가 저 나갈게요 해도 응 잘가 이럴겁니다. 특히 교수님이 합을 오래 맞춰서 편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려 하는 경향? 약간의 게이트키핑 없지 않구요. 뉴페이스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근데 뉴페이스는 늘 자기가 들여보냄...어딜가나 텃세는 있는데 교수도 쉽지 않네요. 어리고 학년이 낮으면 누구보다 성실했어도 필요 이상으로 밑으로 보는 경향도 있구요.
학연생으로서 있으면 당연히 뭐든 도움은 되겠지만 아쉬운건 사회생활만 늘고 연구나 랩 분야에 대해 배운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아무 말도 안해서 혼자 독학함. 랩 미팅 시간도 안 알려줘서 알아냄. 미리 알려주고 공지한다는 개념 없음. 모두가 하나하나 각자 궁금하면 물어봐야함. 모르면? 어쩔 수 없지 유감. 처음부터 3년 이상 장기로 있으려고 들어왔고 졸논도 여기서 쓰려고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그러면 저도 같이 다운그레이드가 될 것 같더라구요.
결정적으로 거기 있던 석사생이 제 사수였는데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로 저를 대했고 교수한테 꼼수 부린거 알려지면 자기 이미지 망가질거 같으니까 진짜 기를 쓰고 (진짜 기를 씀...전체 문자 보면 누가 봐도 레전드임) 대놓고 가스라이팅 멘트를 치면서 내보내려 하더라구요. 이건 교수도 웃으면서 자기가 책임이 있다 인정까지 했습니다. 근데 고자세로 인정한게 전부고 교수도 걔가 뭘 하든 관심 없어요...심지어 나보다 어림 해외라 신경은 안쓰지만
근데 이후에 저랑 교수는 끝난 일이니까 평소대로 돌아갔는데 그 석사 미팅 계속 나오더니 이후로 세번 연속 잠수, 원래도 의무가 없어서 학기말로 갈수록 사람이 안나오는데 석박사들도 학기초부터 잠수...교수도 걔는 요즘 어디갔니 모르겠네~ 마지막 미팅에는 교수랑 저 포함 네명 나왔네요. 사수랑 그렇게 됐으면 뭐라도 간단한 일 던져줄만 한데 교수도 무응답 무반응...가끔 이 랩이 사실은 신기루가 아니었을까 내가 여길 들어간 것도 사실은 꿈을 꾼게 아니었을까 합니다ㅋㅋ
제가 거기서 유일하게 저학년이라 소외되기 좋은 구조이기도 했는데 처음 면담할때 충분히 제 어필과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정말로 전례가 없었거나 열심히 하길 원치 않았다면 들인 것도 약간 의문이고...저는 시키는거 다하고 개근했습니다.
여긴 뭐하는 랩일까요? 좋은 랩인가요...?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라는 마인드로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안되는데 제가 아직 학부라 기준이 없어서 여쭤봅니다. 선배님들의 고견을 구합니다...안맞아서 지금은 나왔고 다른 곳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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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6.11.05
어떤걸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미 나오셨고 다른곳 생각하시는거면 여러랩 다니시면서 본인한테 잘맏는 랩을 찾으시면 됩니다. 어떤사람들은 철저하게 자율성이 보장된곳을 선호하기도 하고, 어떤사람은 마이크로매니징을 선호하기도하고 (아쉽게도 보통 중국/한국학생들이 혼자하기보다는 가이드해주는걸 많이 선호하는편인듯합니다), 어떤사람은 그 사이의 적정선을 추구하죠. 단순히 본인 성격뿐 아니라 본인이 학위이후 하고싶은것에 따라서 추구하는 가이드라인이 바뀌기도 하고요. 정해진 결론은 없고 작성자분이 추구하는 맨토링 방식에 대해서 계속 찾아나가시면 됩니다. 해외에서 거주하시면 다양성에 대해서 잘 알고계실것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다양성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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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