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글에서 교수는 이래야 한다, 대학원생은 저래야 한다 라던가. 임용, 취업, 정출연, 랭킹 등의 논의와 비난들을 보고있자니 대학원의 본질이 잊혀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원, 특히나 박사과정의 본질은 학문의 발전입니다만.. 참 순진한 소리가 되어버렸네요.
어쩌면 한국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 본질에대한 논의는 순진한 취급을 받는것같아요. 전 그 이유를 허술한 시스템과 유지의 책임을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는 문화에서 찾고싶네요. 코로나때도 마스크를 안쓰는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고, 야근문화, 심지어 요새는 결혼과 출산까지 ‘어떻게 사람이 그럴수있냐’며 개인에게 양심의 가책에 의존하고 있네요.
안타깝게도, 학계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시스템의 책임을 개인의 양심에 의존한다면 그 시스템은 잘 작동할수가 없을겁니다. Open AI의 Hide and Seek 연구를 보면 제가 말하고싶은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잘 짜여진 보상시스템이 없다면, 개인은 탈선을 하기 마련입니다. 더 나아가, 누가 더 창의롭게 탈선을 하는지가 보상을 결정짓게 됩니다. 개개인의 인생이란 입체적이여서, 단칸방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학문발전에 도움이 전혀안되는 논문으로 양적실적을 챙기는 누군가에게 왜 학문의 본질을 추구하지않냐고 추궁할순 없는 노릇이죠
우리 모두 알고있어요. 당신의 선배, 동기, 후배의 대부분은 본질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샛길들을 찾아냈고, 그 방법들이 우리의 환경에서 잘 작동한다는것. 그 과정에서 학문의 발전이란 본질은, 뭐 그런게 있었냐며 거추장스러운 무언가 정도로 취급되고있는것을 다 알고있어요.
슬픕니다. 망가져있는 시스템과 그 안에서 도덕성의 잣대로 서로 손가락질 하고있는 개인들을 보면 슬프다는 감정이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타락한 개인들이 모여도 본질의 형태가 유지되는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의 조건이겠죠. 예컨데, 비밀번호를 0000으로 통일해놓고 “여러분 절대 해킹하지 맙시다”라는 식의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원 학위와 보상에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에 부합하는 업적을 이루었을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해요.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현재 시스템에서 보상을 받고 있고, 노력을 하고있고, 딱히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네요. 그렇기에 희망적인 논의나 본질에 대한 토의는 세상모르는 순진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지금도 희미하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잊혀질 대학원의 본질에 대한 제 생각각을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봤는데요. 읽어주신 모든분들의 인생에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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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개
2025.04.24
BEST인생이라는 시간동안 본질과 양심의 채에 거르고 걸러지고도 살아남은 고귀한 한 줌 보석같은 분들도 살다보면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더 빛났으면 좋겠고, 지고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2025.04.24
인생이라는 시간동안 본질과 양심의 채에 거르고 걸러지고도 살아남은 고귀한 한 줌 보석같은 분들도 살다보면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더 빛났으면 좋겠고, 지고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2025.04.24
대학원의 본질이 학문의 발전일까요, 사회의 발전일까요? 어떤랩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기위해 지도 방향을 잡고, 어떤랩은 님말처럼 학문, 기술을 연구하겠죠. 사회가 변하듯 연구실의 본질, 학문의 본질도 변할수 있고 그건 정해져있지않다고 봅니다. 그본질은 누가 결정하죠? 결국 대학원에서는 교수의 지도 방향이 중요하고 학문에 집중하는 연구실이 있으면 그 방향에 맞게 학생들이 들어갈수있게끔 연구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면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댓글 2개
IF : 1
2025.04.24
학문의 발전이 없는 대학원에서 사회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수있나요?
2025.04.25
애초에 대학원은 학문적 발전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곳인데 첫 문장부터 틀렸네
2025.04.24
배운대로 하눈건뎅
대담한 아르키메데스*
2025.04.24
문제는 진짜 본질 흐리고 분탕질 하는 애들은 이런 글 쳐다도 안봄. 자기가 본질 흐리는지도 모름.
2025.04.24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대학이 필요없다는 움직임이 있어요. 빅테크들은 대학출신보다 고졸을 뽑는다던데. 물론 사내 시험봐서 철저하게 실력검증한다고하네요. 대학원도 점점 수요가 줄어들것 같긴해요. 요즘은 창의적인 연구는 대학보다 기업체가 더많이 하고 잘해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겠지만 회사가 정말 발빠르게 대학보다 앞서서 신기술 채용합니다. 저는 2018년도에 느꼈어요. 학교는 한참못미쳐요. 앞으로 미래에는 대학원보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기업체들이 연구개발 많이 할듯.학위없이 신기술 연구하는 연구원도 생길것같고. 챗gpt로 여러가지 지식도 습득할수 있으니깐. 지금 대학원생들은 현재에 충실하고 되도록이면 빨리 탈출하심이.
대댓글 4개
2025.04.2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기네그냥
2025.04.24
“빅테크들은 대학출신보다 고졸을 뽑는다던데” 뇌피셜 그 자체인데요? 회사에서 연구개발 하는 사람들은 다 고졸인줄 ㅋㅋㅋㅋ
물론 학위 없어도 뛰어난 사람들은 있고 그런사람들이 회사에 있는것도 맞지만 가뭄에 콩나기임.
2025.05.01
뇌피셜 아니고 뉴스 좀만 찾아봐도 나오는걸..
2025.05.04
뇌피셜이 아니라 미국 추세가 그렇다네요. 팔란티어는 고졸채용 위주로 들어갔고요. 기사찾아보세요. 비금 기사가 그렇게 나왔다는건 고졸채용이 이전에 이미 진행되었다는거지. 뉴스는 약간 늦으니깐
2025.04.24
글쓴이 같은 분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제 20여년 연구 경력을 뒤돌아보면 말씀하신 연구의 본질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다행히도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말씀의 요지는 연구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화 같은데요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견지하는 기관과 조직도 상당수 있습니다. 희망을 놓지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대댓글 1개
IF : 1
2025.04.24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2025.04.24
본질에 관심 없기 때문에 실력도 얄팍하고 피상적인 거임. 눈앞에 x를 끝내고 달성하는 것에 급급하니 진짜 내실있는 기본기와 통찰력을 함양하는 것도 불가능함.
2025.04.26
대학과 대학원의 본질이 학문에 있지 않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종교였고, 플라톤에겐 정치적 도구, 아리스토텔레스에겐 명성의 도구, 중세근대 학자들도 부자들의 명예로운 취미활동을 위해 지원받는 자들이었죠. 그 이후엔 전쟁과 산업화를 위함이었고, 현대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학문 자체가 목적이 되면 백성의 고혈과 노동착취를 통해 만든 피라미드이자 바벨탑에 불과하죠. 아무 의미없는 노벨상을 추구할건가요, 인류를 구원할, 대머리를 구원할 연구를 추구할 건가요. 왓에버. 그러니 뭘 추구하든 자유입니다. 본질을 추구하겠다는데, 그 본질에 얽매여 당장 필수적인 것들을 경시하는게 되려 고지식하다 평할 만한 태도입니다.
대댓글 1개
2025.05.05
대머리를 구원할 ㅋㅋㅋㅋㅋㅋㅋ
2025.04.26
그리고 본질적인 성취에 보상을 준다는건 어떤 의미인가요. 네리처 쓰면 1억씩 드릴까요. 그럼 본질 회복인가요. 아님 미국처럼 대학원 퀄 보고 성적에 따라 돈을 드릴까요. 돈 아니면 랭킹에 따라 명예로운 뱃지라도 드릴까요. 롤 티어처럼요. 이러든 저러든 말씀하신 본질은 잊혀질 겁니다.
이미 사르트르가 말한 이후 본질은 실존의 뒤에 위치하기에 계신 곳에서 할 일 하면 그것이 본질을 대체할 겁니다. 그리고 하시는 일들이 노벨상이든 신약 개발이든 에이아이든 양자소재든 그게 뭐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뭔가를 하겠죠. 그게 아닌 연구는 애초에 펀딩 기회가 거의 없구요. 특히 한국은요. 공무원 설득 못하는 연구따위는 하미 못하니까요. 그러니 비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말씀하신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본질적인 무엇이 될겁니다.
대댓글 2개
IF : 1
2025.04.27
본문의 결론은 본질은 잊혀질것이고 딱히 막을수있는 방법도 없다고 절망적으로 끝맺음 내었지만,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전달한 메시지는 개인의 목표가 물질적인 풍요이건 학문의 발전이건 당신은 틀린게 아니라는 응원의 메시지였습니다. 다만, 당신과 의견이 다르다고해서 칸트가 말한 노예의 도덕을 잣대로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자는것이 요지였습니다.
네이처 1억 랭킹으로 몇천 이런 비현실적인 단순한 차원의 얘기를 하고싶어서 올린글은 아니나, 예를 들어주신김에 덧붙이자면. 예. 만약 네이처 본지 10억 인센티브가 있었다면 데카르트님과 비슷한 성향의 분들은 지금 하고계시는 일들보다는 학계와 인류발전에 도움이되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가까운것을 위해 열두하고있었으리라 확신합니다.
IF : 1
2025.04.28
탈모약 개발, 양자소재등 사회가 필요로하는 뭔가가 동시에 본질적인 무언가와 맞닿아있을수 있습니다. 뉴턴도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하려 미분을 고안했죠. 그러나 그 우선순위가 바뀌게되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공무원을 설득해야하니 "AI 활용" "다양성 존중"등 연구주제와 동떨어진 버즈워드가 계획서에 실리고, 괴상한 논문들이 쓰여지죠. 비슷한 성격의 대학원생은 취업하는게 목적이니 졸업만 하면 될거구요. 월급은 정해져있으니 최소한으로 일하는게 좋겠네요. 실존적인 것들을 추구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요, 오히려 그 무엇도 이루어낸게 없어집니다. 말씀하신대로 비본질적인것을 추구하는 것들이 모여 본질적인 무언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2025.04.28
본질에 충실하려면 대학 90프로 없애면되는데, 애시당초 대학늘리고 교수자리 늘린게 586들 그럴싸한 자리 나눠가진거라 ㅋㅋㅋ
2025.06.01
대댓이 안달려서 이리 씁니다. 끝까지 비판적인 자세를 고수하시는 것은 좋네요. 근데 대안이란게 딱히 마땅하지 못하다면 사실은 그게 유의미한 비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대안을 생각해 보시죠. 단순히 대학원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본질은 무엇이고 본질을 성취하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저는 포퍼, 파이아벤트 등이 그 비본질을 몰아낸 이후 나름 잘 잡혀서 조금씩 변해가며 잘 굴러간다 생각합니다만,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대댓글 1개
IF : 1
2025.06.08
문제해결의 첫단추는 어떤 문제를 풀어야하는지 정확히 인지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해결 방안은 많은분들이 우리가 마주치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각자 생각을 깊게 해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조금씩 발전해나가는거죠. 명쾌한 대안은 없습니다.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 쓸만한 비판은 아니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025.04.24
2025.04.24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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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
2025.04.25
2025.04.24
2025.04.24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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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
2025.04.24
2025.05.01
2025.05.04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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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
2025.04.24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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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5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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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7
2025.04.28
2025.04.28
2025.06.01
대댓글 1개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