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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부터의 우울증과 석사 재학 연한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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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고에서 카이스트 학부, 카이스트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했습니다.
학부 초반부터 우울증이 좀 있었습니다. 빠르게 병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일이 심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부 말쯤 제게 상당히 심각한 신경과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치료 과정 중 신경 억제제 부작용으로 우울증은 더 심해지고 인지능력 또한 치료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학부를 6년동안 다녔고, 석사 또한 중간중간 휴학을 두 번 하면서 현재 햇수로만 따지면 4년차에 들어섰습니다.
자살 시도 한 번,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약이 조합이 잘 되어서인지, 수업이 없어서 그런지, 흥미있고 현실적인 연구 주제를 그나마 찾아서 그런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증이 덜한 학기입니다. 그래서 제 상태를 그나마 덤덤하게 서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연구실은 정말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도록 좋습니다. 교수님과 선배들은 이런 저를 이해해주시고 복둗워주시며 사실상 과제 하나 맡고 있는 것이 거의 없음에도 보고서에 손 좀 댄다고 과제 참여 실적과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고, 정치질도 폭언도 없는 연구실입니다.
현재 손대고 있는 연구내용도 한두 달쯤 전에 낸 아이디어라서 적당한 리터러쳐 리뷰 이후 실제 연구 진척도는 별로 없지만 주제가 참 재밌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연구입니다. 제 능력과 판단 부족과 조급함으로 석사 2년차에는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주제든 졸업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전문가분들의 조언을 조금만 얻어 타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딱히 큰 흥미도 없이 교수님이 제안해주시는 내용을 계속 받으면서 졸업 주제가 수도 없이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배수진을 치고 연구실의 주요 분야와는 딱히 관련 없이 제가 정말 원하던 내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요 과제들의 주제와는 동떨어지게 되어서, 일종의 사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가 막혔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이 없으니 조금 벅차기는 하네요.
앞에 배수진을 쳤다고 말한 이유가, 현재 제게 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석사 재학 연한입니다. 저희 학과에는 석사 수료나 교과석사 등의 제도가 없고 실제로 논문을 내야 졸업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이 기간이 다 되어 갑니다. 이번 학기 내로 졸업을 하지 못하면 퇴학당한다고 하는데요.

학위고 뭐고 학계 바깥에도 많은 직업이 있으니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히 정론이겠지만,
- 다른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약으로 잔뜩 억눌린 제 머리를 믿지 못하겠고 (NCS 예제를 보고 머리가 굳더군요;;)
- 이번 학기만 끝나면, 반 년만 지나 있으면 졸업일지 퇴학일지 뭐든 앞으로의 제 경로가 확실히 결정이 나는 상황에서 과연 자퇴라는 선택지를 굳이 이제 와서 골라야 하는지 계속 고민이 되네요... 3년이 아무 소득은 물론 결론조차 없이 날아가는 거니까요.

심각한 우울증과 함께 대학원 생활을 하시는 분이 계시거나, 석사 후반기에 자퇴해 보신 분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 학기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살 수만 있다면 뿌듯하거나 후련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결과가 나 있을텐데요...
지금의 상태로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은데, 또 언제 우울증이 심해질 지 모르니 자신이 서지 않아요.

어떤 기준을 두고 행동해야 할까요? 죽을 만큼 힘들다, 테라스에 걸터앉아 봤다 같은 모호한 기준 말고 '내가 A라는 행동을 하거나 B하는 생각이 들면 자퇴한다'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례가 있는 분을 만나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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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IF : 5

2022.03.08

카이스트 분위기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어찌됐든 대부분 학생 졸업은 교수의 의지와 직결됩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냥 아무 논문이나 내고 가라고 하는 교수가 있고, sci if 10 못넘기면 퇴학당하든 말든 니인생 책임 안진다고 하는 교수가 있습니다. 대충 보니 후자랑은 거리가 멀 것 같네요.
이 상황에 대해 최대한 졸업하는 쪽으로 교수님과 얘기부터 해보시기 바랍니다. 논문 써보신 적이 없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지도는 필요할거예요. 자퇴는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할 마지막 선택지로 두시길 바랄게요. 물론 심각하면 좀 내려놓아야 하겠지만, 우울증에 마냥 쉬는것도 꼭 답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대댓글 2개

2022.03.08

네 저희 교수님은 다행히 전자시고 오히려 저를 어떻게 졸업을 시켜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시는 분이세요. 역시... 정말 목숨이 왔다갔다 하지 않는 한 자퇴는 최후의 마지막 선택지겠죠? 감사합니다. 현실적인 마지막 말씀 듣고 없던 힘 끌어모아서 데이터 마저 손대러 가겠습니다 ㅎㅎ

IF : 5

2022.03.08

큰 복을 만나셨네요. 당장 오늘만 생각하기도 벅찬게 아니라 내일모레나 그 다음을 생각할 조금의 여유가 있으신거라면, 자퇴하지 않고 졸업하시는게 나중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좋으신 교수님이나 동료들을 조금은 더 믿어봐도 좋고요. 몸 잘 챙기시고 고생하세요ㅡ

2022.03.09

졸업한다고 크게 살림 나아지는게 아니더라도, 그냥 하는 데 까진 어떻게든 해보시는게.. 그렇게 자퇴하면 교수님께 죄송해서 마음도 더 안좋지 않을까요

2022.03.10

혹시 신병 아닌가요? 장난 진짜 안치고 저는 신병이 왔고 신내림 받고 다 나았습니다.

대댓글 2개

2022.03.10

저도 우울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신기가 강해서 병이 온거였어요.. 신내림 받고 거짓말처럼 감정기복도 없고 너무 정상생활 잘 하고 있어요. 랩생활도 너무 재미있게 잘 하고 하루종일 일해도 피곤하지 않으니까 살맛이 나네요.

2024.02.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프면 다 신병임?

2022.03.11

저도 우울증으로 석사 중간에 휴학을 길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복학해서 석사를 마저 다니고 있고요....

저의 경우도 지금 당장에 취업준비하자니 여건도 안되서... - NCS나 PSAT 취업수험서를 보면 문제가 읽히지 않고, 덜컥 불안감 부터 들어서 숨이 턱 막히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저는 하루에 할 수있는 일의 양이 매우 적다는것을 받아들이고,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며 -불안감이 들때마다 가벼운 운동으로 기분전환을 합니다.

2022.03.14

저도 카이 상담센터랑 스트레스클리닉 다니면서 대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상담센터 온라인상담 글 적으면 당일에 답변 달리니 한번쯤 이용해보세요. 막 큰 도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상황 이야기하고 나랑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누군가가 이 상황을 알아준다는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많이 힘드시면 대댓주세요. 가까이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대댓글 2개

2022.03.14

너무 반갑네요. 저도 상담센터와 스트레스 클리닉 계속 다니고 있어요 ㅠㅠ 두 군데 다 케미가 잘 맞는 좋은 선생님 만나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 많이 받고 있어요.
지금이 무덤덤하니 뭔가 오히려 더 두렵습니다. 저번 학기는 정말 정신 상태가 생지옥이었는데, 다시 그렇게는 되고 싶지 않은데 말이에요... ㅠㅜ

2022.03.14

저번학기도 많이 힘드셨군요..
저도 작년 내내 제정신으로 못살았어요.. 무덤덤하시다는 건 감정이 좀 무뎌지신건가요?
전 시간이 지나니 예전에 죽을만큼 징그러웠던 기억도 이제 조용히 받아들이게 된 것같아요.

그래도 선생님들 잘 만나셔서 도움을 받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학부부터 여기 나오신거면 어딜가서도 항상 기대받는 분이었을텐데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계시니 더 안타깝기도 하구요. 익명이지만 제가 가까이서 응원할게요.

2022.03.28

저도 우울증으로 학부 보내고, 석사까지도 하고. 미국 박사 유학합니다. 아직 출국은 하지 않아서, 다시 미국가서 우울증이 어떻게 도질지 몰라 무섭지만 일단 도전하려고 합니다. 대학원이라는 과정이 참 없는 우울증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인데, 글쓴분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저는 일상생활 유지하기 위해서 이 두가지는 꼭 지킨것 같아요. 수면과 운동. 수면은 멜라토닌이나 신경안정제 먹어가면서도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운동도 최대한 할수있도록 노력했어요. 별거아닌거같은데 이거 두개만 하더라도 일상을 지낼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구요. 과고, 카이스트학부이고, 석사 진학했으면 석사는 졸업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 분 일거에요! 이번 학기는 그나마 평탄하다고 하시니, 일상을 잘 유지하시면서 졸업하시길 기원해요.!

2022.04.13

포항공대, 석사 3학기라는 점만 제외하면 저랑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상황이네요. 우울증과 심각한 인지 장애(대학원 입학 직전 우울증이 극심했을 땐 1시간 전의 일도 기억이 안 났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의 휴유증인지, 심각한 집중 장애로 최근 일이 진행이 안 되고 앞으로도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하기가 힘들 것 같아 자퇴를 고민 중입니다. 혹시 한달이 지난 지금 어떤 결정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대댓글 2개

2022.04.29

우울증 치료는 받으셨나요? 휴학하고 치료받으면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 처럼 보입니다.

2022.06.16

질병휴학 한 학기 더 한 다음에 다음학기 졸업하려고요... 더 끔찍해지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 불쑥불쑥 올라오는 충동이 제가 봐도 두렵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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