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학부 문제입니다. 도와주세요.. 한양대 컴소 선택 안하고 서강대 컴공을 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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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부터의 우울증과 석사 재학 연한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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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고에서 카이스트 학부, 카이스트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했습니다.
학부 초반부터 우울증이 좀 있었습니다. 빠르게 병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일이 심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학부 말쯤 제게 상당히 심각한 신경과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치료 과정 중 신경 억제제 부작용으로 우울증은 더 심해지고 인지능력 또한 치료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학부를 6년동안 다녔고, 석사 또한 중간중간 휴학을 두 번 하면서 현재 햇수로만 따지면 4년차에 들어섰습니다.
자살 시도 한 번,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약이 조합이 잘 되어서인지, 수업이 없어서 그런지, 흥미있고 현실적인 연구 주제를 그나마 찾아서 그런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증이 덜한 학기입니다. 그래서 제 상태를 그나마 덤덤하게 서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연구실은 정말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도록 좋습니다. 교수님과 선배들은 이런 저를 이해해주시고 복둗워주시며 사실상 과제 하나 맡고 있는 것이 거의 없음에도 보고서에 손 좀 댄다고 과제 참여 실적과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고, 정치질도 폭언도 없는 연구실입니다.
현재 손대고 있는 연구내용도 한두 달쯤 전에 낸 아이디어라서 적당한 리터러쳐 리뷰 이후 실제 연구 진척도는 별로 없지만 주제가 참 재밌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이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연구입니다. 제 능력과 판단 부족과 조급함으로 석사 2년차에는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주제든 졸업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전문가분들의 조언을 조금만 얻어 타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딱히 큰 흥미도 없이 교수님이 제안해주시는 내용을 계속 받으면서 졸업 주제가 수도 없이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배수진을 치고 연구실의 주요 분야와는 딱히 관련 없이 제가 정말 원하던 내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요 과제들의 주제와는 동떨어지게 되어서, 일종의 사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가 막혔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이 없으니 조금 벅차기는 하네요.
앞에 배수진을 쳤다고 말한 이유가, 현재 제게 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석사 재학 연한입니다. 저희 학과에는 석사 수료나 교과석사 등의 제도가 없고 실제로 논문을 내야 졸업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이 기간이 다 되어 갑니다. 이번 학기 내로 졸업을 하지 못하면 퇴학당한다고 하는데요.
학위고 뭐고 학계 바깥에도 많은 직업이 있으니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히 정론이겠지만,
- 다른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약으로 잔뜩 억눌린 제 머리를 믿지 못하겠고 (NCS 예제를 보고 머리가 굳더군요;;)
- 이번 학기만 끝나면, 반 년만 지나 있으면 졸업일지 퇴학일지 뭐든 앞으로의 제 경로가 확실히 결정이 나는 상황에서 과연 자퇴라는 선택지를 굳이 이제 와서 골라야 하는지 계속 고민이 되네요... 3년이 아무 소득은 물론 결론조차 없이 날아가는 거니까요.
심각한 우울증과 함께 대학원 생활을 하시는 분이 계시거나, 석사 후반기에 자퇴해 보신 분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 학기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살 수만 있다면 뿌듯하거나 후련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결과가 나 있을텐데요...
지금의 상태로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은데, 또 언제 우울증이 심해질 지 모르니 자신이 서지 않아요.
어떤 기준을 두고 행동해야 할까요? 죽을 만큼 힘들다, 테라스에 걸터앉아 봤다 같은 모호한 기준 말고 '내가 A라는 행동을 하거나 B하는 생각이 들면 자퇴한다'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례가 있는 분을 만나면 반가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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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IF : 5
2022.03.08
카이스트 분위기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어찌됐든 대부분 학생 졸업은 교수의 의지와 직결됩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냥 아무 논문이나 내고 가라고 하는 교수가 있고, sci if 10 못넘기면 퇴학당하든 말든 니인생 책임 안진다고 하는 교수가 있습니다. 대충 보니 후자랑은 거리가 멀 것 같네요.
이 상황에 대해 최대한 졸업하는 쪽으로 교수님과 얘기부터 해보시기 바랍니다. 논문 써보신 적이 없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지도는 필요할거예요. 자퇴는 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할 마지막 선택지로 두시길 바랄게요. 물론 심각하면 좀 내려놓아야 하겠지만, 우울증에 마냥 쉬는것도 꼭 답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2022.03.08
대댓글 2개
2022.03.09
2022.03.10
대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