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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10개월 차...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매일이 전쟁 같은 삶이네요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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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도권 소재의 의과학과로 다니고 있는 20대 후반의 석사생입니다.
인턴 기간 1개월을 포함해서 8개월까지 잘 버틴 것 같은데,
요즘 들어서 제가 일머리가 없는 것 같고, 간단한 업무에도 쩔쩔 맬 정도로 피곤하고
왜 대학원이 정상인 사람들도 몸과 마음이 피폐되게 만드는 장소인지 깨달을 정도로 지치네요.

학사 시절, 연구실에 현장실습 동안 어떤 실험을 배우고 본인이 직접 했을 때 실험이 재미있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는데.
논문을 잘 읽고, 실험을 잘 끝내 좋은 데이터들을 잘 얻어서 주위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내 모습...
막상 다녀보니까 대학원에 대한 환상은 대학원 인턴 다니기 시작한지 1주일 만에 깨졌고 현실을 마주했지요.

다른 대학원, 다른 랩에 계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요즘 출근하면서 매일 매일이 피곤합니다. 몸도 그렇고 정신적으로 피곤하네요.

무엇이 저를 피곤하게 만드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연구 프로젝트나 실험 보다는, 지도 교수님보다는 같은 랩에 지내는 사람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싫은 사람, 피하고 하는 사람을 두고 일을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아시겠어요?

실험적인 것에서 실수를 했거나, 특히 어떤 상식적인 선에서 실수를 할 때마다
선배한테 혼이 나고... "나이 먹고 뭐냐? 애XX냐?" 가끔 욕도 먹고...
아르바이트를 안 한 탓일까,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식에서 벗어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어요.
먹은 나이에 비해서 마음의 성장이 따라가지 못한 탓일까요?
강한 멘탈 소유를 위한 단련법 아시는 것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저지른 잘못들을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도 제가 개선한 걸 인정해주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거라고 여기면서... 그냥 힘이 빠집니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무슨 말을 하는건지, 말의 요점을 잘 찾기 힘든 편이고
제 스스로가 산만한 건 아닐지, 성인 ADHD가 아닐지 의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덤벙대는 제 성격이 이렇게 만든 것에 화가나기도 하네요.

그리고 교수님이 프로젝트 주고 시키신 공부나 일은 당연히 하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수님이 시키신 일이 아니어도, 대학원 생이 자기가 꼭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한 선배한테서 "누가 시킨일이 아니어도 본인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 왜 시키는 것만 하는 거냐, 학부생이냐?" 말을 들었는데, 제가 강박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학원생이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 심적인 압박감이 느껴지네요.
남에게 끌려다니는 걸 선호하는 사람, 수동적인 사람에게는 살아남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제가 동물 실험 준비하는 중에 실험 중 실수 때문에
사흘 동안 키웠던 Cell들과 자원 낭비, 시간 낭비와 함께 헛짓거리만 하게되었네요.
보통 어떤 실험을 할 때 프로토콜을 숙지하고 진행을 하는데
여러분들은 프로토콜 하나하나 어떤 의미인지 디테일하게 생각을 하면서 하나요?
과거에 실험 연습에서 성공했다고 제가 자만한 것은 아닐지... 아니면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기계처럼 순서만 따르다가 실수를 하는 건 아닐지... 저의 귀차니즘이 저를 지배한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ㅠㅠ

암튼 그 실수가 제 불찰 때문에 일어난 불황이라
한 선배한테 불려서 1시간이나 혼이 나고... 그것도 남들이 퇴근 할 저녁시간에... 내 시간도 뺏기고
한 가지 실수 때문에 전체 실험 과정을 모르는 것처럼 비춰졌고, 거기다 야무지게 여태까지 나아진게 뭐냐면서, 지난 잘못까지 나열하더군요. 이런식으로 지내다가 석사 2년안에 졸업 할 것 같냐?" 이런 말까지 듣고요.
그 때를 생각하면 서럽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고....
그 선배 눈치 보느라 퇴근을 맘 편히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에 퇴근하는 일도 많았지요.
남들이 일 하다가 일찍 퇴근 하는 걸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도 생기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지요.
대학원생에게 워라벨은 사치라고 느껴지네요. 평생 공부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지요.
이러다 개인 생활까지 침범 당한다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

거기다 대부분 막내라인들이 피펫 팁을 꼽거나 증류수를 뽑는 등 잡일 같은 거 하고
평생 선배들 하수인으로 살다가 졸업을 하는 건 아닐지... 한국 대학원 생활은 원래 이런걸까요?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에 왔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꿈이 멀어지는 건 아닐지?"
군대에 다시 온 것 같았어요. 마치 잡일은 후임 라인들이 도맡아 하는 것 처럼요.
해외 대학원의 랩 문화는 어떨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암튼 자존감이 낮아질 때로 낮아진 터라
간단한 서류 작업이나, 간단한 실험 등 작업인데도 쩔쩔 맬 정도로 자신감이 낮아진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죠... 자리 근처에 선배님이 계셔도 이제는 머리 속이 그냥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한 지 몇 달 되었습니다.

혹시 저 때문에 후배부터 해서 랩 인원들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후회를 하면서 매일매일을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를 커버쳐주던 포닥 분도 지쳤는지
"너는 연구하는 것과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런 말까지 해주시네요... ㅠㅠ

대학원 생활이 좋든 나쁘든 결국 제가 선택해서 온 거니까 졸업까지는 끝까지 가보려고요.
석사까지만 해도 충분히 열심히 했다고 자기위로를 해줬지만, 포닥분의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아프네요.
어차피 석사 후 취업이나, 다른 곳으로 박사를 갈 생각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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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2022.04.20

이미지가 잘못 밖힌건지 원래 그사람이 인성이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석사 후 취업이나, 다른 곳으로 박사를 갈 생각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지겠지요." 라고 생각하셨다면 답이 정해져있네요.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힘내보세요 화이팅입니다!

IF : 5

2022.04.20

이래서 시작이 중요해요. 처음부터 애 하나 못잡아먹어 안달들이 났으니 거기 엮인 님은 매사 쩔쩔매고 점점 정신없어지고 그럼 그사람들은 더 잡아먹으려고 하고 악순환 입성인거죠. 워라밸이 사치인게 문제가 아니라 저딴 말도 안되는 쓸데없는 일로 사치인게 문제구요. 많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절대 정상 아니예요. 대학원 다 저렇지 않습니다. 걔네는 사람 혼내려고 대학원 다니나봐요 막상 밖에 나오면 아무것도 아닐 것들이.
좁게 그 랩 안에서만 보지 말고 크게크게 보세요. 이게 당장 오늘 내 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이게 내 졸업이랑 취직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고 생각해보구요. 그러면 내가 잘못을 했더라도 거기 덜 매몰될 수도 있어요.
이 악순환을 끊기는 사실 굉장히 어려워요. 사람 하나를 성장시켜도 모자랄 판국에 포닥이란 사람부터 시작해서 호구 하나 아예 짓밟을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는 환경이라서요. 어쨌든 자의든 타의든 계속 실수하고 덤벙대는 것도 계속되면 습관이 되는지라, 최대한 빨리빨리 졸업하고 타대가서 박사땐 새출발하시거나 아니면 이참에 아예 졸업하고 회사 취직하는 것도 나빠보이진 않아요.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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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좋은 사람들이(인성, 실력) 모일 확률은 좋은 대학원일수록 높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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