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04년생으로, 지거국 하위라인(강경제) 대학에 재학 중인 25학번 학부생입니다. 현재 과는 수학과이고요.
제목에서 보셨다시피, 저는 학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제 유년기 때부터 저는 개념들이 이루는 체계에 대해 호기심이 컸고, 그에 따라 여러 개념을 분류하고, 위계를 두며 범주화하는 것에 흥미가 컸었죠.(쉽게 풀어내고 싶지만, 제가 흥미를 느끼는 이 부분이 뭔지 설명하기는 저도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부를 하면서 그에 대한 본질에 대한 탐구도 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장 활발하게 지적으로 탐구한 수학을 예로 들면, 초등학생 때부터 어떤 수학적 개념을 학습하게 될 때마다 왜 그렇게 되는지, 더 뻗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매번 고민을 했습니다. (간단한 예로, 초등학생 때 직사각형의 넓이를 처음 배웠을 때조지 직사각형이 가로*세로임도 단순히 습득하고 가는 수준을 넘어, 왜 그런지 탐구하다가 가로를 세로만큼 쌓았더니 넓이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곤 했습니다.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이는 추후 구분구적법이라고도 불리는 리만 합의 아이디어입니다.)
이런 특성만으로 제가 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 여러분들께서 보실 때는 어린 아이의 뭣 모르고 하는 얘기로 보일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문을 하는 것에 호기심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저 스스로 생각합니다. 제가 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또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 이유는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다음은 입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수학과 철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릴 적부터 해왔고,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수학과 철학적 논의들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흔히들 이런 순수학문을 하려면 서울대를 가라고 합니다. 저 또한 높은 수준의 학업을 하고, 연구를 하기 위한 그릇을 잘 쌓기 위해선 지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학부 환경에서 제가 부딪힐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고등학교 내신이 제가 원하는 학부 레벨에 가기엔 그리 좋지도 않았기에(일반고 2점대~3점대) 고2 때 흔히 말하는 정시파이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받은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압박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신적 문제로 시험(수능과 수리논술)에서 늘 제가 생각하는 결과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시험 공부를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 듯한게, 수능 모의평가나 모의논술에서의 결과, 좀 더 넓게는 자습하면서 제가 문제 풀이를 하며 체감되는 제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듭니다.)
결과적으론 저는 25 수능에서 당해 모의평가보다 최소 한 등급씩은 떨어져(69모 11123->수능 25234, 수능 수학을 응시할 때 마킹하던 도중 수능 수학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심각한 수준의 공황이 왔고, 미적분 30번을 제외하고 전 문항을 다 풀어냈음에도 일부 문항만 마킹한 채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3수 후에 지거국 하위(강경제 라인)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현역, 재수 때보다도 갈 수 있는 대학 라인이 터무니없이 낮았고, 수학과인 점은 마음에 들었으나, 어떠한 지적 수준을 자극하는 환경도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반수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만약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면, 편입의 경우 1학년 땐 학점 잘 따놓고 26년도에 제가 원하는 설카연고 신입학을 실패하게 되었은 때 2학년 때 준비할 계획입니다.)
+저는 정신과 사유로 4급 보충역에 해당하고, 군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조언을 구하는 점은, 제목에서 보신 바와 같습니다. 제 배경 설명이 길었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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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2025.03.25
수학과 박사 과정 중인 사람입니다. 입시에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라, 진정 수학자가 되고 싶으시다면 하루빨리 학부 대학원 레벨 수학 과정을 마스터하고, 관심 분야를 좁혀가는 일을 성실히 해야 할 듯 싶네요. 학부때 성실히 공부하셔서 기본 잘 쌓으시고 석사 하시고 미국으로 박사 오세요.
대댓글 1개
2025.03.25
참고로 요즘은 세계 대학의 명강의들이 온라인에 모두 올라와 있습니다. 얼른 공부하세요!
2025.03.25
일단 스스로의 자격에 대해 방어하고 스스로가 맺은 결과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습관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특히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요.
지적 활동의 장이 열려 있는 곳에서 외부 자극을 받으며 공부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구요. 지금 당장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현재의 상황에서 공부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공부를 시작하면 됩니다. 내 그릇에 맞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그냥 좋은 학교 간판을 얻고 싶은 마음일 뿐입니다. 현재 스스로가 어떤 공부를 정확히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데, 학교 밸류만 높이면 내 모든 고민들이 뚝딱 해결되고 명확한 길을 발견해 훌륭한 학자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시간이 아깝습니다.
유구한 역사가 빚어 놓은 수많은 지식을 그저 답습하는 사람을 학자로만 생각하신다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성찰하시고 또 고민하세요.
대댓글 1개
2025.03.25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답변 멋지네요
2025.03.25
우선,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솔직히 저도 제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학문을 하고프다는 것을 핑계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은 아닌가 고민을 했습니다. 두 분의 댓글을 보니 낮은 학벌에 매몰되어 제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보단, 열등감을 분출하고자 게시글을 쓴 듯하여 저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인데요. 핑계일수도 있지만 제 부모님은 아직도 저를 입시에서 실패한 자식이라는 낙인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께서 제 학벌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게 수능과 논술을 다시 쳐라는 말을 자주 하셨으니, 그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것 같네요. 아무튼 두 분 말씀을 들으니 제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꿈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당장이라도 걸어가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인식이 올바르게 잡힐 수 있도록 해주신 진심어린 조언, 매우 감사합니다.
대댓글 2개
2025.03.25
응원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국립대면 공부하고 연구하기에 충분히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03.25
감사합니다.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25.03.26
일단 지금 있는 곳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 내고 대학원은 서울대 가는걸 추천
2025.03.26
학문에 대한 열정도 크시고 고민도 정말 많으셨겠어요 저도 대학원 와보니 정말 좋은 학습 환경과 연구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수능이든 편입이든 학교를 옮기려는 선택 자체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심리적 압박이 큰 상황이라면 우선적으로 정신 건강 관리부터 잘 챙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응원합니다
2025.03.27
제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학부 옮기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수능이든, 편입이든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요. 꼭 서울대 가라고 이야기는 안 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적어도 들어본 대학 나오는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아래는 제 개인적인 인생 경험에서 나온 이유입니다.
1. 저는 특히 순수학문에 가까워질수록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해외에 많겠죠. 국내 명문대에도 조금 있을 것이고요. 반면, 지거국에서 학점을 잘 받는다고 이런 좋은 교수들이 향후 글쓴이님의 능력을 알아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교수 입장에서도 학벌에 대한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게 쉽지 않습니다. 자연대는 좀 상황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 연세대 전자과 학부 학점 3.9/4.3으로 졸업했음에도 서울대 인기 연구실 면접 기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2. 지거국에서 글쓴이님이 학점을 잘 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학점을 잘 따는 건 머리보다는 성실성과 노력의 영역입니다. 또 생각보다 대학 시험이 그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나지도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개념이나 공식 암기 했냐 안했냐로 점수를 가르고, 머리 굴리는거 좋아하는 타입보다는 우직한 타입들에게 유리한 평가방식이 많죠. 수능에서 멘탈관리를 실패했는데 학점을 잘 딴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오히려 수능 1등급을 맞을 능력이 되는데 단순 멘탈관리 문제로 시험을 못친거라면, 그 근본적인 멘탈 문제를 고치고 수능을 다시 치는 쪽이 지금 멘탈로 대학가서 학점 잘 따는 쪽보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수학자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같은 꿈을 꾸는 학부 동기들을 만나기에 그나마 학부 올리는 쪽이 유리합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가는 친구들이 있는게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대댓글 2개
2025.03.27
4. 글쓴이님이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본문 내용만 봐서, 저는 글쓴이님이 수학자의 진로를 밟을 가능성이 절반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순수 수학의 문은 생각보다 많이 좁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대외활동 하면서 서울대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렸는데, 그래서 똑똑한 친구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컴퓨터공학과, 수능 만점자, 그리고 이런 애들보다 코딩 잘하는 친구들까지... 수능 점수 이야기하셔서 얘기해보면 저도 수능 전과목 1등급 누적 백분위 0.9% 이내였습니다. 공학 측면에서의 실력은 수능 성적을 훨씬 상회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랑 같이 프로그래밍 하다보니 벽을 처음 느끼고 진로 고민도 꽤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똑똑한 친구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수 수학에서 벽을 느끼고 프로그래밍 하러 온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문이 굉장히 좁고 세상에 잘하는 사람은 많은거죠. 그 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능력에 비해서 금전적으로 썩 좋지 못한 대우를 받고, 그런 대우가 싫었던거고요.
허준이 교수님 같은 분들 보자면 정량적인 지표랑 좋은 연구자가 되는 길은 약간 다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가능성이라는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 글쓴이님이 진짜 수학자가 될지 안될지를 결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좋은 학부 가서 똑똑한 사람들을 구경 좀 하고, 벽을 한번 느껴보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학문에 호기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세상에 연구할만한 학문은 널려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이런 걸 잘 모를 뿐이죠.
2025.03.27
좋은 말만 한다고 대단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서, 필터링 없이 솔직히 써봤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신다면 일단 공익 근무를 먼저 하면서 고민할 시간을 갖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나쁜 사람, 싸가지 없는 사람 되는 김에 한마디 더하자면, 본인이 진짜 꼭 학문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꼭 순수학문 연구를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에 수학자보다 재미있는 직업은 세상에 많다고 봅니다.
낮은 성적의 원인이 진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시면 적당히 금전적 지원만 받고, 부모님이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다 무시하고 과감하게 끊어내세요.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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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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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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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2025.03.25
2025.03.26
2025.03.26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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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7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