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월 중순부터 갓 부임하신 학과 교수님의 첫 제자로 들어간 학부연구생입니다. 제 열정을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여러 기회를 주시어 학부생 신분임에도 나름 분야를 깊이 탐구하고, 스펙이라 불릴 만한 성과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 글처럼 교수님께 메일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드릴 적엔 공문서를 보내듯 깍듯하고 예의바르게 작성하는 편입니다만, 본디 제 성격 자체가 굉장히 애교가 넘치고 사교적인지라 교수님과 전화/미팅 시에는 의식하지 않으면 자꾸만 본래 말투가 나옵니다. 동시에 긴장은 계속 하고 있는 탓에 바보처럼 횡설수설하게 되고요... 학창시절부터 선생님들과 항상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첫 스승님이신 교수님의 인품이 워낙 훌륭하시고 따뜻하시기에 매 순간 감동하고 깊이 동경하는지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엔 최대한 공적인 투로 말씀을 드리지만 농담이나 사담으로 이어지면 자꾸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기분이 들고 제가 보아도 갭 차이가 심해요. 문득 교수님께서 불편해하실까 고민이 됩니다. 성별이 다른 것에 혹여 신경이 쓰이실지도 걱정입니다.
아래는 예시입니다...
(미팅/전화 중 업무 대화) 넵, 그러면 교수님 피드백 해주신 사항들 반영하여 수정 후 파일 전송드리겠습니다. 혹시 ~~부분은 제가 정리해서 리마인드 해드리면 편하실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 파트는 ~~한 쪽을 강조하는 것이 차별점을 줄 것 같아 무게감을 실어 흐름을 구성했습니다.
(미팅/전화 중 사담 or 정신줄 제대로 못 잡을 때) 항상 이렇게 성심성의껏 지도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용ㅜㅜ 교수님 진짜 너무 진짜 짱짱!! (양손 엄지척) 고생시켜 드려 너무 죄송해여 제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๑•́︿•̀๑) 아니 교수님 근데 진짜 이거는 ~~가 뭔가 마음에 안 들더라고여... 저도 고민은 많이 했는데... 넵... 아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용(T▽T) 교수니임~ 저희 이거 끝나면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용... (⸝⸝o̴̶̷᷄ ̯ o̴̶̷̥᷅⸝⸝) 교수님 세미나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교수님 저한테는 테드 강연 이상 진짜 진짜로!!! 너무 엄청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정말 (펄쩍펄쩍 뛰면서) 넹!! 넹! 교수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용~~ ⸜(*ˊᵕˋ*)⸝
제스처나 표정도 다양한 편이라 이해를 돕기 위해 이모티콘을 붙였습니다. 제가 많이 존경하는 다른 여자 교수님께는 손으로 하트도 그릴 정도로 성격 자체가 넉살이 좋아요. (저희 교수님께야 뭐 마음속으로 매번 하트를 쏘고 있습니다.) 이번에 랩실 관련 공부 열심히 하면서 전과목 A+까지 받았다고 교수님께 자꾸 막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솔직히 많이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요.
저희 교수님 꼰대력이라고는 마이너스 수준이시고 미국에서 돌아온지도 얼마 되지 않으셨습니다. 서로 나이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제가 첫 제자이다보니 표본 같은 것도 없는지라 이대로 괜찮은 건지, 더 친근하게 굴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더 깍듯하게 말씀 올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앞에서 절대로 미워보일 만한 짓은 한 적 없고, 오히려 석사생 급으로 생각한다며 저를 한 번 더 감동시키셨습니다. 교수님이신 분들께서는 열정적인 첫 제자가 이렇게 굴면... 어떨 것 같으신지 댓글 한 번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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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2025.12.30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각별하면서도, 백쌍이면 백개의 패턴이 있기 때문에 표본이랄건 원래도 없습니다. 친근하게 구는 쪽도 단호하게 선 긋는 쪽도 서로가 잘 맞고 일관성만 있다면야 상관없습니다만.. 저는 애교가 넘치는 것과 다정하고 사교적인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칭찬이나 인정받는 것과도 별개의 문제이구요. 이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면 지도교수와의 대화는 곧 업무 미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업무 미팅이나, 뉴스 방송 같은걸 생각해보세요. 딱딱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유지할수도, 밝은 분위기로 친근하게 임할 수도 있겠지만, 펄쩍펄쩍 뛰면서 손으로 하트를 그리거나,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호칭하는 것은, 글쎄요. 교수님이 불편하거나 갭차이가 심하다고 느끼기 이전에 프로페셔널한 전문가가 할만한 언행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대댓글 2개
2025.12.30
아직 연구자의 길을 걸으리라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르헤스 님의 요지는 사회 생활 전반에 통용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학부 저학년이지만 나름 공적인 상황에서의 매너를 갖추고 있다고 여겼는데 다시금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여지껏 스승과 제자라고 할 관계는 고등학교 선생님 정도였기에 더욱 총애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런 성격의 연구자로 남는 건 안되는 걸까? 싶으면서도, 스스로가 아직까지 철이 안 든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사회 생활을 배워나가는 거겠죠! 귀중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2025.12.30
굳이 연구자의 길은 아니더라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위치를 목표로 하신다면 잘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애받고 싶은 마음 자체가 문제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성격 보다는, 언행이나 태도의 문제라 하겠습니다. 존경스러운 타인을 동경하고 쉽게 감동받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성격에야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장단점은 있을 수 있겠죠) 그것이 너무 가벼운 방식, 이를테면 애교있는 목소리나 제스쳐로 표현되면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전문성과 진지함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가서 '오늘 XX 정상이랑 너무 좋은시간 보냈어요!! (팔짝 뛰어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서) 완전 짱!' 이라고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사석에서 좀 편하게 대하는 거야 흠이 아닙니다만, 본인도 고민을 하실 정도라면 좀 더 언행을 단정히 하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위 예시보다는 '교수님, 오늘 좋은 강연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고 하는 것이 더욱 좋겠죠. 작성자 분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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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
비슷한 경험을 해 봐서 좀 말씀 드리면, 저도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너무 지도교수님과 가까워도 문제구나 싶었던 지점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지도교수님과 너무 격의 없이 지내다보니 그 행동들이 무심결에 다른 교수님들과의 대화에서도 나온다든지, 우리 교수님은 이정도 이야기 해도 괜찮았는데, 이 분은 왜 이렇게 반응하시지?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이런 생각들을 하더라구요. 저 제법 눈치도 빠릿하고, 어른들께 공경 예의 다 지키는 나름 보수적? 인 사람인데, 그래도 다른 교수님들에게 이 부분 지적 당했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 생각에는 학생들이 질문도 어렵게 하고, 서먹해 하는 게 디폴트다보니까, 친구들에게나 할 법한 행동들을 교수님께 했을 때, 거부감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권위가 손상된다. 라는 표현을 하신 분들도 있었구요. 그리고 이 부분 나중에 졸업하고 커리어 이어갈 때, 도움이 되지 않아요.
2025.12.30
옆 연구실에 그런 여학생 한명 있는데 교수님들이 귀여워하시는거 같던데. 아직 학생이고 학교는 회사가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요?
2025.12.30
대댓글 2개
2025.12.30
2025.12.30
2025.12.30
2025.12.30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