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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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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3학기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석사과정을 끝내려고 합니다.

취업 스펙을 위해 있었던 반년 정도의 학부 연구생 기간동안 연구실에 있으면서 크게 이 분야가 저에게 맞는 옷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살면서 대학원 한 번 정도 안해보면 후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진학을 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년동안 연구실에 있으면서 비교적 다양한 과제들을 경험했습니다. 석사 1학기에 A, B과제, 2학기에 A, C과제, 3학기에 A, C, D과제를 했습니다. 모든 과제들의 주제가 완전히 달라서 깊이 없이 겉 핥기로만 진행한 느낌이네요. A과제는 어떤 시스템을 코딩으로 구현하는 용역 과제 형식이었기에 연구라기 보다는 업무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었고, B과제는 한 학기 정도 진행하다가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중간에 제외, C, D 과제는 방향성이 불명확한 과제였습니다.

나름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교수님과의 회의 자리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아~ 하기싫어’, ‘이 과제는 그냥 올해까지만 적당히 하고 때쳐 치자’, ‘우리가 이걸 왜 해야되냐?’라는 말을 들으며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또 기회가 되어 1학기차 초반에 해외 저명한 학회에 가서 많은 선진 문물들을 맛보았습니다. 이후 연구실 랩미팅할 때 ‘해외에는 이런 이런것들을 많이 하고 우리도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신건 ‘그래서, 니가 다 환경 구축이랑 연구 다 할거냐?‘였습니다. 사실 그때부터 연구실의 방향성이 저와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만 그래도 내가 잘못된거겠지, 외국이 우리의 수준 격차가 있으니 우리는 기초부터 다져야하는 거겠지. 이런 생각으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른 동기들은 한 과제를 2년, 학부 연구생때부터 있었던 친구들은 3년 가까이 맡아오면서 생긴 깊이를 이용해서 여유롭게 학위 논문을 벌써부터 마무리짓고 있는데 저는 사실 남은게 없네요. 그냥 그저 그런 내용의 KCI 1편 정도?

작년 2학기 시작 시점부터 연구실을 떠나려고 수 차례 시도했지만 교수님은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자퇴를 하는데 교수님 허락이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너 연구하고 싶지 않냐? 연구직 안하면 노가다 할거냐?‘, ’너 지금 나이로 이렇게 나가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 겁이 나 어떻게든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고, 연구라는 행위에 대한 환상이 깨진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네요.

운이 좋아서 조금 일찍 3학기에 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 학기 어떻게든 학위 논문을 쓰면 졸업이야 하겠지만 남은 기간동안 주제를 찾고, 교수님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들, 실험하는 과정들을 전부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더욱이 이 연구실에 아무도 진학을 하지 않아 많은 과제들을 커버할 수 있는 인력도 거의 전무해 학위 논문을 씀과 동시에 3개 정도의 과제를 커버해야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전 이런 상황에서 학위 논문을 쓰는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쓰다보니 뒷담화처럼 되어버렸지만 무엇보다 저의 부족함이 제일 큰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연구를 하기 위해서 소중한 젊음과 에너지를 쓰고 계심을 압니다. 그냥 말할 사람도 없고 저와 같은 후회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하나 남겨봅니다.

모두들 화이팅하시고 좋은 연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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