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사하면서 연구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생기네요. 최근 R&D가 예전 2000년대 벤처 버블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때도 기술 혁신, 미래 성장성 같은 말이 넘쳐났고, 구체적인 성과나 실증보다 말과 비전이 먼저 움직였고요. 요즘의 R&D 생태계를 보면 그때의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서,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집단적 자기최면 될지...
연구개발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엄청 무게가 있고, 원래는 실험·검증·재현성 기반의 매우 엄정한 활동이여야 합니다. 예전 회사 연구소에 할때도 위의 세가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국가 과제를 진행했었는데, 요즘 시장에서 R&D가 쓰이는 방식은 마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장식용 단어”처럼 변질된 느낌입니다.
기술적 근거보다는 비전 PPT가 더 앞서고, 실험 데이터보다 ‘시장 잠재력’ 같은 모호한 말을 더 강조하고, 구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개발 중”, “파일럿 단계” 같은 말로 계속 흘려버려리네요
2000년대 벤처 버블 때도 기업들은 기술보다 스토리를 팔았고,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기대감에 돈을 넣었고, 결국 실체 없는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지금 R&D 생태계가 흘러가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술성숙도는 내부자만 알 수 있고,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고, 발표자료는 화려한데 실제 구현 여부는 묘하게 불투명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캠처럼 보이네요.
물론 실제로 묵묵히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을 반복하는 진짜 연구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지금의 시장 구조가 이런 “정직한 연구”보다 “잘 포장된 연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한국 사회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 과장과 모호함이 경쟁력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R&D라는 단어가 점점 현실에서 괴리된 상징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기술 생태계가 이렇게 서사 중심으로 흘러가면 결국 버블은 반복되고, 시장은 또 한 번 불신을 겪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R&D라는 단어가 스스로의 무게를 잃어버리고, 2000년대 벤처버블의 재현처럼 보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하면서 이런 것 때문에 성숙도가 높은 주제를 틀긴했는데, 그냥 연구에서 키워드, 포장성, 서사 가치가 연구 결과 가치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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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5.11.19
BEST다들 속으론 알고 있죠. 그런데 자리잡은 사람들은 포기할 수가 없죠. 밥그릇인데요.
이래서 최전방에서 기술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연봉이 크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습니다. 진짜 엔지니어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결국 학계보단 인더스트리일테니까요.
대댓글 1개
2025.11.19
확실히 요즘 기업에서 기술개발직분들의 월급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그만큼 회사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것이 겠죠
2025.11.18
네이버, 카카오도 들여다보면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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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네이버 카카오도 그렇고 연구개발이 연구소이나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명분 처럼 됐죠.
2025.11.19
다들 속으론 알고 있죠. 그런데 자리잡은 사람들은 포기할 수가 없죠. 밥그릇인데요.
이래서 최전방에서 기술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연봉이 크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습니다. 진짜 엔지니어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결국 학계보단 인더스트리일테니까요.
대댓글 1개
2025.11.19
확실히 요즘 기업에서 기술개발직분들의 월급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그만큼 회사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것이 겠죠
IF : 1
2025.11.19
요새 교수들 집 사려면... 스타트업 해야해요. 학문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다릅니다. 그리고 요새는 교수들 창업하면 투자도 잘 받고, 타율도 좋아졌습니다. 직접 영업이랑 제조까지 책임지지 않아도, 기술 이전만으로도 꾸준히 매출이 나오고요. 어느정도 자리 잡으면 박사과정 중에 기업경영 관심있는 학생에게 CEO를 맡겨서 연구실 운영과 병행해도 문제 없는 분들 많죠.
결론. 교수님이 어떤 식의 스타트업을 추구하시는지, 보유한 기술은 미래 가치가 있는지 고려하고 판단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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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교수님들 월급(기본급)을 본다면 사회적 위치 대비하여 낮은 편이긴 합니다. 생산성으로 기술 연구와 인재 배출일텐데,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니까요. 결국엔 교수님들도 단순 학문 발전을 위한 연구 보다는 현재 시대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 개발에 집중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오버셀링도 실력이지만, 좀 과하게 어필되는 점도 없지 않아 있어 보입니다.
2025.11.20
세상 어디든 다 똑같죠. 미국도 수백개 기업에 투자하면 한두개 걸리는건데
외부에선 잠재력이 있는건지 아님 빙다리핫바지인지 알수도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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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
연구개발이 매몰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쓸 수 없는 기술 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쓸 수 있는 기술 있는 것 처럼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 알렉스넷, 반도체 공정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선무당들이 이리저리 비전문가들에게 그럴듯한 비전, 스토리로 현혹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래의 결과를 봐야지 알겠죠. 진짜인지 그저 스토리인지
2025.11.21
너무 주저리 주저리 썼네요. 결론은 말씀하신대로 외부에서는 알 수 없고 관련 종사자들은 짐작한다는 것입니다. 3~5년 뒤가 궁금해지네요.
2025.11.21
연구자 입장에서 동의합니다. 그리고 연구 관점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품이 사라지고 결론이 나오겠죠. 다만 닷컴과 다른 느낌은, 1) 인력 대체 이슈가 지금만 하지 않았고, 2) 승자독식의 구조가 될 것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 승부수를 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함 싸움입니다. 저도 일견 동의하지만, 욕심인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흐름에 적응하고, 어떤 것을 순응하고, 어떤 것을 스탠스를 계속 지켜나갈지 스스로 선별해가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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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
파스칼님 말씀대로 닷컴 버블과 다른 요소 중 하나가 인력 대체 이슈 입니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자국민을 대체하여 외부 인원 (난민, 이민자 등)에서 팩트이든 정치적 여론이든 국가 문제로 인식하여 인공지능, 로보틱스,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대체할려고 하는듯 합니다. 그리고 승자 독식도 특이점이 온다 책에서 처럼 누가 먼저 초지능 agi 개발 하느냐 싸움인듯 합니다. 문제, 미래 예측(가설)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개발과 그에 대한 투자와 광고가 공격적으로 진행 되고 있급니다. 하지만 정말로 진보되는 결과가 나올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키워드만 있는 연구 모양새가 지울수 없습니다. 어찌됐든, 파스칼 말씀처럼 변화하는 연구 환경에 스스로 선별해서 살아남아야 겠죠.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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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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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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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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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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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
2025.11.21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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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