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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를 할지 취업을 할지

2023.12.22

10

3594

바이오 쪽에서 석사를 최근에 마친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쓰기 힘든 내용들이지만, 단순히 전망과 페이 등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내재적인 요소들 때문에 박사와 취업 중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석사는 석박통합에서 석사로 전환을 해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1. 부끄럽습니다만,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의심을 수차례 했습니다.
가령, 남들 눈에는 당연히 보이는 내용들이 보이지 않고, 딱봐도 이상해보이는 데이터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연구자로써의 감이라고 해야할지 인싸이트라고 해야할지, 그러한 역량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또, 발표도 잘 못하고, 조금이라도 크리티컬한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연구실 상황이 좋지 않아, 시니어가 없었습니다.
제 위로 한 분이 계셨는데, 제가 연구실 들어온 지 1년 만에 졸업하고 나간 이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자신도 없는 제가 연구실 최선임자였습니다.
물론 저와 선배분 사이에 여러명이 랩을 거쳤고 입학도 했지만, 어쩌다보니 저만 남게 되었더라구요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데이터가 예뻐보여도 이 데이터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3. 셋 중에 가장 비중이 작은 문제이지만, 교수님의 지도방침이 저랑 핏하지 않았습니다.
미팅때 가져간 데이터에 문제가 있어 보이거든
감정 상하는 말씀 후에 별다른 솔루션이 주어지지 않는 랩미팅이 지속되다보니
실험을 많이 해가도 욕먹고 안해가도 똑같이 욕먹을거면 차라리 손을 놓자 라는 생각까지도 해봤습니다 (물론 석사전환 후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보니 실행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연구를 잘 이끌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미팅때 또 공개적으로 갈굼당하지 않을지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지도방침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차라리 쌍욕을 하실 지언정 뭔가 솔리드한 솔루션을 받는 것이 제게 더 핏한것 같더군요.
+이와는 별개로 석사 전환한다고 말씀드린 후로는 스트레스 풀이용 샌드백과 투명인간을 전전하기도 했고
습관성 가스라이팅과 학생간 이간질까지 교사하시어 (~말고 다른 아이들이랑 잘 지내렴 / ~가 연구실 분위기 흐리니? / ~가 텃새부리니?) 폐인처럼 살다가 약도 먹고 했습니다...ㅠ
Thesis와 defense 에서도 별다른 피드백을 못받아서 (당연히 봐달라고 수차례 연락 드렸으나) 심사위원분께 부적격 소리까지 들었지만 석사니까 보내주자라는 느낌으로 구질구질하게 마무리는 했네요...ㅎ

3번이 분량이 많다보니 가장 큰 이유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그거야 제가 박사랩을 잘 찾으면 해결되는 문제라, 사실은 1번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역량 부족은 제가 어쩔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아무튼 졸업하고 다시는 학계에 발도 들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지만, 정작 회사에 들어가서 연구직 아닌 연구직으로 살 생각을 하니, 또 연구가 그리워지더라구요. 그 쪽을 당하고 그 꼴을 당하고서도요 (3번 문항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집에서 쉬자니 눈치도 보이고 해서 대기업 한군데에만 지원을 해봤지만, 진심이 아닌게 들켰는지 탈락한 상태고, 박사랩을 지원을 하던 내년 상반기 취업을 준비하던 이제 슬슬 이리저리 피해다니던 결정을 내릴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좋은 랩을 선택하지 못할수도 있고, 역량도 부족한 제가 연구를 다시 한 번 시작해보는게 나을지,
스스로도 의심할 정도의 실력으로 또 상처받고 폐를 끼치느니, 마음을 고쳐먹고 취업을 할지
고민이 정말 많이 됩니다...

어지간한 소리는 다 들어봐서 마음의 상처에 있어 역치가 높아진 상태이다보니
raw할지라도 고견을 여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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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3.12.22

다른 분야면 박사하고 취업이나 하라하겠지만 바이오면 스스로 역략이 부족해서 힘든걸알면 박사 졸업도 힘들겁니다.
이미 석사도 도망치듯 나왔다했고 박사도 다른곳 찾아야 하는거면 다른 곳 가서 새로 배워야할텐데 그것도 비추하는 이유구요

2023.12.22

'1. 부끄럽습니다만,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의심을 수차례 했습니다.
가령, 남들 눈에는 당연히 보이는 내용들이 보이지 않고, 딱봐도 이상해보이는 데이터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연구자로써의 감이라고 해야할지 인싸이트라고 해야할지, 그러한 역량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또, 발표도 잘 못하고, 조금이라도 크리티컬한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정도면 석사도 하지말라고 말리고 싶은데..

대댓글 1개

2023.12.22

하기전엔 잘 몰랐겠죠

2023.12.22

요새 취업 엄청 어려워요 고작 한곳 떨어지시고 박사 기웃거리시는거 아닌가요 박사 입학이야 취준보다 쉽겠지 졸업이 어렵죠. 취준 만만히 보지 마시구 최소 5~10군데는 탈락할 각오 하고 취준하십쇼

2023.12.22

눈낮추시고 공고난곳 다 찔러보셔야할듯
요새 이런분들 꽤 있는데 대학나왔다고 관련직무 취업할수 있는거 아닙니다

2023.12.22

보니까 연구가 잘 맞는 분은 아닌 거 같아요. 박사는 진짜 석사랑은 비교도 안 되는 고난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취준을 하시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박사 학위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요새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취준 시 한두군데 떨어지는 건 일도 아닙니다. 석사 취업이래봐야 학사랑 난이도가 그렇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구요. 이제 내년 상반기 생각하시고 취준을 본격적으로 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한군데 떨어지셨다고 박사를 해야 되나 하시는 건 너무 안일한 태도가 아닌가 싶네요.

2023.12.22

그냥 석취 머신건이 답으로 보입니다

2023.12.23

일단 취업. 논문 실적은 좀 있나요?

2023.12.27

석사 힘들게 하고 나머지 두개 이유는 어차피 박사 가도 그거보다 좋으리란 보장 없어요. 안타깝지만 취업도 실패한 상태이시군요. 일단 취업이라도 꾸준히 해 보시고 또 실패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박사라도 해야할거 같습.. 아 제 인생같네요.

2024.01.11

글에서는 3번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3번이 가장 큰 문제였지 않을까요?
글쓴이 본인이 말씀하신 1번은 사실 누구나 처음부터 갖는 기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질들을 의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말로 자질이 부족한가요? 혹은 정말 부족한걸 느꼈을 때 그걸 이끌어 줄 환경이 없던건 아닌가요? 대학원이라는 과정이 성장하는데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도 대학원 과정에서 느꼈지만 정신적으로 지치면 이 모든걸 혼자 감내하면 더 힘들죠. 사실 3번이 문제가 되지 않았더라면(솔리드한 솔루션 혹은 지도방식이 맞았더라면) 1,2번 고민은 극복 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우선 정말로 학계에 남고 싶은지, 연구가 정말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고민하시고 대답이 yes라면 정말 심사숙고 해서 박사 연구실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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