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그저그런 학부 레벨에서 나름 꿈과 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SKP석사로 입학한지 이제 한학기 차인 석사생입니다. 평소 성격이 모질지 못해 그런지 더는 무언갈 시도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하소연 할곳도 없고 익명성에 기대어 여기라도 일기같은 뻘글 남깁니다. 혹시나 불편한 마음 들게 했다면 미리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둥글게 그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 그리고 동기들처럼 커다란 시련없이 그리고 큰 보상없이 적당한 리스크 그리고 적당한 몫을 가지며 살고싶었어요. 그러다가 한 교양수업을 통해 제 전공을 살려 정말 의미있고 긍지높고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길이 내 미래가 되고 내 꿈이 되고 내 길이 된다면 난 이걸로 더는 바랄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그게 늦게나마 어쨌든 드디어 생긴 저의 꿈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토대로 모처럼 꿈이라고 믿었던 목표가 생겨 비록 대단한 일은 아닐지언정 꿈을 위한 최고의 발판인 SKP석사에 입학을 했습니다. 어디가서 무시당하는 일은 죽어도 없길 바라며 노력했던 성과를 토대로, 그리고 뒤늦게 생긴 꿈같은 것을 어필하며 입학은 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원래도 자신감이 부족했던 저는 시작도 전부터 심한 불안감과 성과에 대한 제 자신 및 교수님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 낮은 자존감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무시당하기 싫고 최소한 어디가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은 다하고자 싶은 마음에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은 부질없음을 느끼고, 제 발악과 관계없이 세상은 항상 시련을 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때로 생각을 했어요. 인생의 99.9%는 운이라고.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의 성과는 오롯이 자신의 역량은 아니라고요. 그리고 바라지 않던 상황도 자신이 초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런데 막상 제게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제 모든 것을 바쳐가며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후회, 그리고 원하는 길 위에서 실패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초라해 집니다. 여태는 늘 성공만 따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저를 갉아먹는 만큼 원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따라왔거든요.
앞으로 십수 년 후에는 이런 저를보고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일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밥을 삼킬때도 토할 것 같은 불안감과 괴로움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습니다. 제 모든 노력과 뒤늦게 나마 생긴 꿈을 좇기위해 떨어왔던 발악들에 배신감이 듭니다. 제가 나태하고 오만했던 탓이라고 애써 자위중입니다.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압니다. 그리고 결코 제가 바라던 일은 아닌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의 아니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찾아 왔듯이,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뭐라고 되길 바라며 눈물을 거름삼아 노력하겠습니다.
긴 고민끝에 술 한잔 걸치며 마지막으로 이곳에라도 남기는 그 동안 제가 느껴온 것들의 정리를 보면서 혹시라도 기분 상하시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것과 같은, 그리고 이것보다 더 커다란 시련 없이 모두들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건승을 바라겠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읽어왔던 글인데, 그만 둔 지금시점에서 보면 버티지 못한 제가 한심하면서도 유지하지 못해 다른 길을 찾은것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네요. 다 사람의 그릇이며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이라 생각하며 이미 벌어진 일이니 저는 그저 저만의 길을 찾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먼지없는 하늘이 이쁘네요. 바라보며 상쾌한 기분 충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IF : 5
2021.05.13
전 이미 졸업을 했지만, 불안과 자존감에선 글쓴분과 비슷한 수준일 것같아 글을 남깁니다. 갓 석사생에게 그렇게 실제로 부담을 주는 곳이라면 견디기 힘든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부담느끼시는 거라면...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 실적부담은 일반 회사들보다 대학원이 비교도 못하게 훨씬 덜합니다. 당연하게도 돈이 걸려있으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교육기관이기도 한 대학원이 그나마 바깥세상에 적응하는 데 중간단계정도로 작용할 수도 있단 말씀 드립니다. 대학원에 남든 나가서 다른 길을 찾든간에 비슷한 압박을 다시 느끼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걸 방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시는 것도 방법이겠죠. 무엇보다 일단 스스로를 돌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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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맞습니다. 석사보단 사회에서의 압박이 더 심하면 심할것 같아요. 잠시지만 회사생활도 해 보면서 봐온게 없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회에서의 압박이 더 풀어나가기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스스로의 심리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자퇴 관련 절차는 모두 밟았으니, 더는 돌아 갈 길은 없네요..ㅜ 봄내음이 좋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ㅎㅎ
IF : 5
2021.05.13
그리고 이 모든게 본인이 나태하고 오만한 탓은 분명히 아닙니다. 방향이 좀 달랐던거죠. 십수년 뒤에 혹시나 뒤돌아보게 되실 때도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일이 잠깐 있었지 가 되시길 빕니다.
2021.05.13
감사합니다. 너무 거창한 바람을 가지고 세상을 재단했던 과오에 대한 결과가 참 아프긴 합니다만, 미래에는 그냥 털고 넘길만한 준비가 되어있길 바라야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5.13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긴 마라톤 인생에서 고교나 대학갈때 재수도 하고 대학 갓다가 마음에 안들어 반수도 하고 하죠 그러다가 졸업후 직장생활하거나 대학원가기도 하고 그러죠
창업이나 고시공부하는 사람도 있을꺼고,,,,,
우리네 삶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 자기영역을 만들고 지키고 살아가는 겁니다,,,
길가다가 방향을 틀어 갈수도 있고 뭐 끝자락 무렵엔 거의 비슷하게 만나는게 인생길이라고들 하네요
이리 갈사람 이리가고 저리 갈사람 저리가는게 길입니다 어느길로 가더라도 건강 잘 지키고(최고 중요) 목표한 길을 끝까지 잘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화이팅~~ 인생사 새옹지마요 일장춘몽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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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감사합니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네요 ㅎㅎ.. 파이팅입니다!
재밌는 제임스 맥스웰*
2021.05.13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2021.05.13
저랑 비슷한 걱정과 불안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랩에서 인턴을 하면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석사합격이 되면 막연히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걱정과 불안이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런 게 안 사라질까봐 걱정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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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저는 랩인턴생활은 안해보고 온거라 좀 심한걸 거에요 ㅎㅎ 뒤늦은 목표에 너무 큰 환상과 부담이 따랐던 것 같은데, 님은 이미 경험하고 있으니 아마 잘 해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2021.05.13
한학기만에 빠른결단 당신이 승리자입니다.
2021.05.14
힘내세요.
지나고 보면 사실 다 별거 아니고,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으실거에요
2021.05.15
비록 랩인턴 조무래기 시절이지만 제가 작년에 했던 생각들과 너무 닮은 점이 많아 공감되네요 ㅠㅠ
나중에 과거를 돌아보셨을때
자퇴라는 후진이 10보 전진을 위한 한 보의 뒷걸음이었기를...!!
2021.06.09
잘지내고 계신가요 자퇴생으로써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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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아 혼자 카페에서 시간보내다가 생각나서 들어와봤는데 아다리가 잘 맞았네요ㅋㅋ 저는 그냥 취준하면서 잘?은 더덜더라도 잘 지내려고 해보고 있네요ㅎㅎ 님은 자퇴 후 잘 지내시나요?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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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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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2021.05.13
2021.05.13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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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2021.05.13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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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2021.05.13
2021.05.14
2021.05.15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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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2021.06.10
2021.06.11
2021.06.11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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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