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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느끼는 것들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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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CS, ykssh) 바로 취업해서 머기업에서 상품화관련 개발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눈팅만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짧은 생각을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위안(?)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연구실은 우물이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정교수가 되신 뒤로 연구는 뒷전이셨습니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연구는 하지 않지만 '지도'는 하고 싶으셨던거 같습니다.)

10년전 지식을 '진리'라 믿으셨고, 다른 분야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시던 모습이 저학기 때는 멋있게 느껴졌으니까요.

연구실에서 생활하는 동안 논문 지도는 받아 본 적 없고, 과제는 '쉬운' 과제만 골라서 진행했습니다.

과제는 입김을 넣으시길 좋아하셨고, 대외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 쓰셨습니다. 산업체 과제는 적극적으로 지도 하에 진행했던 거 같네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몇 명의 선배들이 졸업한 후로는 설상가상 연구실은 게임판으로 변질되어갔습니다.

저도 가끔은 어울리기도 했는데요, 즐기는 것도 잠시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루 빨리 여기서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사이 머신러닝은 연구실의 '거의 모든' 분야를 잠식해가고 있었습니다.

와중에도 교수님은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연구실은 협업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교수님에게 잘 보이려는 학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연구실 속 모두들 힘들게 했다고 생각됩니다. (놀 땐 좋았겠지만)




졸업은 '논문을 위한 논문'을 써서 졸업했으며, '실력'보다는 '리젝되지 않는 논문'을 쓰는 방법에 더 몰두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졸업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 싶었으니까요.

졸업 후 개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 많은 후회를 했고, 하고 있습니다.

1. 실력을 쌓지 못한 것 (코딩)

2. 빨리 졸업하지 못한 것 (저는 중도 포기는 못하겠더라고요)

3. 머신 러닝을 등한시한 것 (볼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없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지금의 저는 가짜 박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졸업을 목표로 세우고 연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지금에야 비로소 깨닫고 있습니다. (연구의 목적이 졸업이라면 한번도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회사원으로 개발자로 그럭저럭 인생을 살겠죠. (물론 퇴근 후 자기 관리에 힘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도 교수가 연구를 멈추는 순간, 그 대가는 온전히 학생에게 전해지며,

교수가 연구하지 않고 지도를 하는 순간, 학생은 탈출을 꿈꾸며,

학생이 탈출을 목표로 연구하는 순간, 미래는 어두워집니다.

중요한 건 제가 연구실에 있는 동안 이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ㅋㅋㅋ


지옥같은 연구실 생활을 보내고 있을 일부 박사과정 학생들이 생각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남깁니다.

모두 하시는 일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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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똑똑한 피타고라스*

2021.08.11

추천합니다. 저는 쓰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얽힌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고 바로 특정되어 버려서 쓰기 두렵습니다.
선량한 그레고어 멘델*

2021.08.12

지도교수가 연구하지 않고 지도만하면 학생은 탈출을 꿈꾼다. 딱 저와 맞는 이야기네요.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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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2

그렇게 탈출을 꿈꾸다... 좋은 기회를 맞아 박차고 나왔는데!
짜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습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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