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내일 교수님과의 개인미팅이 있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이 있고 정신과 다니면서 약물치료 중인데 이 사실을 교수님께 알리는 게 좋을까요? 이상하게 보실까봐 걱정입니다.
안녕하세요 형님들
현재 석사 3학기차 다니고 있습니다. 한 9년 전부터 우울감이 들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1년간 힘들어하다가 부모님이 정신과에 데려가셨었는데 우울증 진단 받았었습니다. 중간을 스킵하자면 일단 약을 처방 받긴 했는데 거부감의 이유로 먹는 척하고 버려서 부모님 앞에선 나은 척하고 속으론 계속 힘들어했습니다.
학부 때도 학교 정신과에 1번 정도 가봤고 그때도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겨우 버티다가 대학원 와서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여기 김박사넷에도 전에 푸념글을 올린 적 있는데 많은 분들이 정신과에 가보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학교 상담센터는 12월 말부터 정신과는 4월부터 다니며 약물치료 중입니다.
이건 제 문제이기도 하고 제 자신에게 하는 변명이겠지만 집중도 잘 안되고 자괴감이나 죽고싶은 생각 때문에 첫학기 때도 겨우 학사경고를 면했지만 저번 학기에는 학사경고를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면담하면서 학부에선 성적 괜찮게 받았으면서 이번엔 왜 이렇게 됐냐고 무슨 어려움이 있냐고 물으시긴 했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기가 어렵더군요. 교수님은 좋으신 분인데 60대 초반이셔서 시대상 정신과를 나쁘게 볼까봐 그리고 제 자신이 정신과 다니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그냥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만 했습니다. 랩장 선배와도 면담을 했었어서 그분은 대충 심리적인 어려움이라고는 알고 계십니다.
학교 다니다가 힘든 마음이 많이 들 때마다 대학원 간 것도 후회되고 자퇴 생각도 들고 죽는 게 더 편할 것 같지만 그러자니 너무 무섭고 아플 것 같고 그냥 제 자신이 정신병자 같습니다. 심리상담 받을 때도 학업을 진행하기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휴학 권유를 받긴 했는데 어차피 쉰다고 해도 학교 다니면 또 힘들 거고 졸업도 늦춰질까봐 꾸역꾸역 다니고 있습니다. 그냥 차라리 9년 전에 죽었으면 부모님도 그동안 들어간 돈 덜 낭비하고 더 나았을텐데 제가 겁도 쓸데없이 많아서 이런 글이나 싸고 앉아있네요.
푸념하듯 횡설수설 했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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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개
2021.09.16
꼭 말씀 드리세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더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병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드리면 됩니다. 통원 치료를 본인의 의지로 시작했다는 것을 꼭 강조하세요.
2021.09.16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정신과 얘기하면 일단 좋게는 작용 안할듯한데..
대댓글 2개
2021.09.16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정신과 관련 내용을 언급하겠다면 첫댓처럼 뭔가 극복하려고 한다는 쪽으로 어필해야 좋을 거임
약하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2021.09.16
신고 20개 짜리가 하실말씀은 아니긴 하네요ㅎㅎ
2021.09.16
오히려 9년 됐을 때 나아질 거면 자연치유 되지 않았을까요? 나빠진 걸 보면 제가 너무 의지박약인 것 같고 정신과 다닌다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너무 걱정돼요
대댓글 4개
2021.09.16
9년 전에는 약을 제대로 안 드셨잖아요? 지금 제대로 치료받고 있다고 가정해도 아직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더 시도할 공간은 충분해요.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가고, 그에 대해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힘들어 정신과를 가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어요. 마치 지금 글쓴이가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 진단하는 것 처럼요. 디스크가 터지면 허리를 곧추세우기 힘든 것처럼, 마음에 일부 문제가 생기면 의지로만 해결되기 힘듭니다. 아직 현대 정신의학이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 혼자 의지력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수만배 도움이 돼요.
글쓴이가 이 시기를 되돌아보며 잘 이겨냈다고 스스로 대견해할 때까지 꼭 병원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IF : 5
2021.09.16
진단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은 자연치유되지 않아요.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 회로와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입니다.
그럴땐 연구대상을 대하는 것처럼 내 병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인풋을 주면 저런 아웃풋이 나오고, 증상에 영향을 주는 이러저러한 팩터들이 있고 등등...
2021.09.16
약을 먹는다고 딱히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제가 실력이 없는 건 비뀌지 않는데 반대로 생각하기엔 제가 합리화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힘든 거는 그냥 다 제 잘못인 것 같고 약 먹을 때나 병원 갈 때 자괴감 들고 정신병자 같아서 너무 힘듭니다
IF : 5
2021.09.16
참고로 저는 약 1년 반 넘게 먹고 있습니다. 한번 뇌가 강하게 activation되면 반대로 적응시키는 데 최소 2년을 본다고 하더라구요. activation된 상태로 9년을 계셨으니 오래 걸리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안구건조도 엄청 심해서 안과에서 온찜질을 추천해주는데 최소 3년동안 매일 20분씩 찜질을 하라고 하더군요. 너무 오래하네요...했더니 30년 막 썼는데 3년도 고생 안할라고요??????? 하면서 의사선생님한테 혼났습니다. 이런거 보면 정신도 몸도 다 비슷한 이치 아닐까 싶어요.
2021.09.16
지금은 본인만 생각하세요. 글쓴님 회복이 먼저입니다..
섣불리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힘내세요. 분명 괜찮아질거예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댓글 1개
2021.09.16
저도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지만 계속 힘든 걸 보면 그게 저한테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노력이 부족한 거겠죠
IF : 5
2021.09.16
처음에 다 나아졌어도 재발이 잦은 병입니다. 8년 정도를 그냥 내버려두시다 치료 시작하셨으니 상당히 오래 걸릴겁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으로 생각하시면 간단하고 편합니다. 제가 그러고 있거든요 ㅋㅋ
굳이 먼저 저 정신과다녀요 할 필요까진 없지만 교수님이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니냐고 물어보시면 말씀드리는게 나쁘진 않다 생각합니다. 내가 쫄면 상대방이 더 이상하게 보구요, 부족해서 그렇다고 둘러대는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좋은 핑계거리가 절대 아닙니다. 교수님이 안좋게 보면... 할 수 없죠. 그 교수와 선생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될 수 없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습니다. 하물며 회사에서도 그런 고충을 토로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위로를 해줍니다. 항상 상황을 보실 때 객관적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댓글 6개
2021.09.16
재발이 심하면 그냥 치료 안 받고 죽으면 죽는대로 돈도 아끼고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건 제가 부족한 게 맞기도 하고 힘들다고 핑계를 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도 있긴 합니다. 일단 만약 개인미팅을 하게 되면 얘기를 살짝 꺼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F : 5
2021.09.16
위에도 비슷한 내용을 쓰셨는데, 누군가한테 자신의 상태를 얘기할까 고민한다는건 그만큼 내가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너무 힘든 상황이라는 시그널이더라구요. 진짜로 핑계대는 사람은 핑계거리를 열심히 찾을 뿐, 내가 핑계를 대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스스로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선생님은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맞을겁니다.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진짜 의욕이 없고 귀찮고 하기 싫어서 일을 안 하는건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건데 잘 안되는건지 구분합니다. 만약 교수님과의 얘기가 그쪽으로 흘러간다면, 그냥 담담하게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눈물이 나오면 울어도 좋아요.
2021.09.16
하루하루 죽지못해 사는 것 같아서 어차피 죽을 건데라는 생각만 들고 의욕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이러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거겠죠?
IF : 5
2021.09.16
그런 생각이 언뜻언뜻 들어도 밥먹고 잠자고 학교가고 하는 생활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계신다는게, 의도하셨든 아니든 큰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치의가 가장 뚜렷한 기준으로 삼는게 '증상이 나타나면서도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라서요. 약도 드시고 밥도 드시고 지금 잘 맞서고 계세요.
저도 내 이야기를 회사 동료나 친구들에게 해주었을 때 생각보다 다들 아무렇지 않아했습니다. 랩장님이 그냥 그런일이 있는가보다 하신다는 것처럼요. 이렇게 누군가 내 상태를 들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그 자체로 이해해준다는 것 또는 서포트가 되어준다는 걸 겪으시면, 남들에게는 관대하나 나에게는 엄하신 현재 상태가 많이 부드러워지실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으나 확실히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 요즘은 많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21.09.16
아무래도 무서워서 못죽을 거면 살아야 하는데 그러면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연구실은 나가고 있고 밥은 그래도 먹을 땐 맛있으니 일상생활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약도 돈이 아깝다보니까 그런 마음으로라도 좀더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플라톤님은 어쩌다가 힘드신 상태를 얘기하게 되신 건가요?
IF : 5
2021.09.17
그런 생각들이 좋은 생각들인 것 같아요.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과 가끔 충돌해 혼란스러우시겠지만 그래도 일상을 잘 이어가려는 생각이 훨씬 우세한 상태이신듯 보입니다. 좋아요. 전 회사에서 공황발작으로 여러번 쓰러졌었어요. 특정 자극을 받으면 뇌가 더 폭주하는터라 그 자극을 피하기 위해 설명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죠.
IF : 1
2021.09.16
같은 케이스입니다. 교수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교수님의 경우에는 젋으시고 교수님도 최근에 많이 힘드셔서 그런지 이해해 주시더라구요. 대학원생 중에 그런 케이스 정말 많아요. 몸이 아픈 사람처럼 우린 마음이 조금 약한 거니깐, 정신적 아픔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IF : 1
2021.09.16
참고로 저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제 탓을 많이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당시 제가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만큼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고 선택을 미루고 싶던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연구' 라는 선택도 '대학원 포기'라는 선택도 그 무엇도 하기 싫어서 하루종일 멍하니 회피했던 거였죠
정신과약 꾸준히 드세요. 버티다 보면 꼭 지나갈겁니다.
대댓글 3개
2021.09.16
아담스미스님의 경우에는 교수님이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대학원생들도 많이 힘들어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남을 바라보는 시선하고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하고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정신과 다닌다고 들으면 아 그럴 수 있지 생각이 들텐데 제 자신은 똑같은 문제도 뭔가 부끄러운 일 같아요
IF : 1
2021.09.16
어떤 마음이신지 이해 갑니다. 노력하고싶다는 마음은 드는데 몸이 안따라줘서 괴롭고,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 못해서 혼나고..
저의 경우 정신과약 꾸준히 먹고 나아진 케이스이고,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되지 않을거란 그 느낌을 잘 알아서 이조차 도움이 될진 잘 모르겠지만요
그냥 글쓴님같은 사람이 혼자만은 아니다..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2021.09.16
혼자가 아닌데 다른 분들은 잘 버티는 것 같고 저만 이렇게 힘들다고 너무 징징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약이라도 먹으면서 버텨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9.16
모두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버텨보고 약도 꾸준히 먹어볼게요
대담한 윌리엄 켈빈*
2021.09.19
고혈압, 당뇨, 폐렴이랑 똑같아요. 아픈 장기가 다를 뿐이죠
당당하게 말씀하시고 약 꼭 챙겨드세요
대댓글 1개
2021.10.04
오래된 글인데도 댓글이 있어서 좋네요
개인미팅이 많이 미뤄져서 아직 말씀은 못드린 상태입니다 ㅜ 그래도 말씀 드리기로 좀더 많이 기울었어요
2021.10.01
약 먹어서 효과가 나타나면, 지금 현재 드는 불안이나 걱정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집니다..!
지금 눈 앞이 캄캄해서 더 땅을 깊숙히 파는 느낌이 드실텐데, 약물 치료와 함께 학교에 심리상담센터에 상담 세션 남은 곳 있는지 알아보시고 상담 받을 수 있으면 꼭 받으세요!! 정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것도, 우울증약을 먹는 것도 이상한게 전혀 아니에요. 필요한 거고, 몸이 못 살겠다고 요청을 하는거니까, 그에 응당 제대로 된 대응을 해줘야 우리 몸도 마음도 정신도 다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봐요.
저도 몇 년 전에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 찾아갔었는데, 그때 정말 도움 많이 받았어요.
대학원 다니면서 다시 가야할 지경이지만요 ㅎㅎㅎ...
아무튼 지금 눈 앞이 캄캄하실 때는, 주위에 친한 지인이나 가족에게 지금 현 상황을 터놓고 말하고 그냥 알아만 달라고 이야기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좀만 더 기운을 차려보아요!
이것도 다 지나갈겁니다!
대댓글 1개
2021.10.05
오래된 글인데 답글이 달려서 좀 놀랐습니다
아직 약에 대한 효과는 없는 것 같아요 ㅜ 하지만 다른 분들이 장기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좀더 먹어보려고요. 상담센터는 정신과 가기 전부터 다녔고 아직도 다니고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고민을 털어둘 수 있는 상담사님이 있다는 게 좀 후련한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은 제가 약한 모습 보이기 싫고 알리기가 아직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2021.09.16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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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021.09.16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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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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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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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7
2021.09.16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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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6
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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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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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