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 김박사넷에 처음 글을 씁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솔직하게 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글이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대학원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셨으나, 대형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 내 갈등을 심화시켰으며, 아버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에 의존하게 되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한 사건은 아직도 제게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셨고 어머니와 크게 다투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안 물건들이 부서졌고 어머니께서도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저는 그때 너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가족 문제'라며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갔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저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몰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공부는 잘했으니까요... 공부는 저에게 유일한 도피처였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심리학도 복수전공하며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어려움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똑똑한 학생들만 모아놓은 새로운 출발점인 느낌? 연구실 내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고, 지도 교수님께서는 성과만을 중시하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랩실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요한 연구 발표에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고 연구실에 가는 것이 두려워졌으며 동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 교수님도 실망하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가족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고 계시고,,, 그 믿음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더 큰 걱정을 끼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무너진다면 우리 가족 전체가 흔들릴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더욱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매일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연구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한때 그렇게 즐겁던 공부가 이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맞는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예전의 열정과 동기부여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에 대해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을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로라도 써보니 조금은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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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2024.10.08
비슷한 경험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은 있습니다.
공부가 재밌고 하고 싶으면 적성에 맞는 겁니다. 결국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거에요.
달콤한 성과가 그리 쉽게 오진 않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인정 받을 수도 없어요. 하지만 한 편에서는 날 인정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겁니다.
내가 묵묵히 해내서 두 발로 우뚝 서면 지금 나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버거워 보이는 집안도 극복이 될 날이 올꺼에요. 전 그랬습니다.
2024.10.09
학계는 힘들어요. 제발로 개고생 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본 입장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만약 계속 대학원 생활을 이어가신다면 주변에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로부터 인내심의 한계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될거예요.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 것만이 모든 상황의 답은 아닙니다.
대댓글 1개
2024.10.09
어쩌다 보니 윗 댓글의 정반대에서 말씀드리게 되었네요. 이전 댓글의 의견에도 동의하지만, 글쓴분의 상황을 여러 방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10.09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2024.10.09
일단 그 발표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 그걸로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은 어디나 치열하고 성과 위주입니다. 그게 너무 힘들면 다른 길도 생각해보셔야죠.
2024.10.09
이런 글 보면 항상 안타깝고 마음 아프네요. 현실적으로는 연구실 밖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해답이 될 겁니다.
2024.10.10
힘들지 않은 박사과정은 없지만, 그래도 학교에 있는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해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원래 돈을 받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욱 강인해지시길 응원합니다.
2024.10.10
굳이 힘든 상황에서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요? 취업을 하면 비슷한 상황을 겪으실 수도 있지만 돈이라도 법니다. 가끔 연구는 있는 집 자식들을 위한 배부른 사치라고 느껴질 때가 많아서요.
2024.10.10
포기할지 고민이 드신다구요?
어떤 경우에 포기해야할지 고민해도 되는지 알려드릴게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만 고민하세요. 지금 대학원 생활을 포기하고 그 대신 선택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할때만, 그럴때만 버리는 것의 장점과 단점, 고르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보고 확신이 들 때만 한 쪽을 포기하세요.
둘 중 어느 한 쪽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거나 장단점도 충분히 비교해보지 않았다면, 그러면 아직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냥 막연히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금 하고 있는 걸 포기하고 대신 선택할 만한게 뭐가 있나 알아보세요. 그렇게 알아보고도 확신이 들지 않는 다면 지금 하고 있는게 맞는 길입니다.
나중에 가봐서 아니면 어떡하냐구요?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어도 인생은 절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당신을 위한 맞는 길”은 없습니다. 아닌 길도 일단 지나쳐 왔으면 그게 당신 삶이죠. 이미 지나쳐 온 거 어쩔거에요? 다른 길을 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고민하지만 당신을 정의하는 건 당신이 지나쳐 온 삶의 기억뿐인걸요. 다른 길을 지나쳐 온 건 당신이 아니라 남입니다.
“내것이었을지도 모르는 내것이 아닌 남의 것” 가지고 고민하는 게 참 의미없죠. 남하고 비교하는게 그렇고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을 나와 비교하는게 그렇습니다.
대댓글 2개
2024.10.10
지금 하는거 하고싶고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걱정이라면 그냥 꾸준히 하세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고민하지 말고 지나친 실수들을 어떻게 하면 반복하지 않을까만 고민하세요. 잘하는 건 억지로 잘하려고 해도 안됩니다. 오래 하다보면 잘 하게 돼요. 진짜 실력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데서 옵니다. 외줄을 타면서 공중제비 최고 아웃풋을 세바퀴 도냐 네바퀴 도냐보다 한 번을 돌아도 반드시 넘어지지 않고 돌 수 있다면 그게 실력이죠.
부모님한테 이야기하고 싶다면 뭔가 달라지는 경우에만 이야기하세요. 예를 들어 ”나 그만두고 딴거 할건데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나 뭘 하려는 건지 충분히 심사숙고 하고 결정한거니까“ 이렇게 말 하는거랑 말 안하고 때려치는건 천지차이죠. 그런건 말 해야죠. 근데 “엄마 나 힘들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못하겠어”라고 하면 때려치든 계속 하든 내용엔 뭐가 바뀌는게 없죠. 그런 말 하고나서 계속 하든 때려치든 그냥 엄마도 힘들어집니다.
2024.10.10
그리고 인간관계든 뭐든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것”만 고민하세요.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말구요.
남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건 그들에게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 뿐이죠. 그걸 그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어떻게 해석할지도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없구요. 지도교수든 연구실 동료들이든 당신에게 실망하더라도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지는 말자구요. 그냥 꾸준히 하다보면 아 쟤는 실수해도 꾸준히 노력하는구나 라는 캐릭터만 잡혀도 나쁘지 안잖아요?
교수 입장에서도 학생이 실수하는거 자체보다는 실수하고 그거로 타격입어서 허우적대는게 더 꼴사나워요. 실수야 누구나 할 수 있죠.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악을 쓰며 일어나려 하면 돕고싶은 마음이 들지만, 물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하면 그거 도우려다 휘말린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러니까 자존감 떨어졌다는 생각으로 자괴감 느끼지 말고 뻔뻔하게 나갑시다.
자기자신에게 엄격한 뻔뻔함은 좋은거에요.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게만 엄격한 뻔뻔함이 나쁜거죠.
2024.10.10
저는 멘탈이 흔들리고 불안할때 sns나 커뮤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잠시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하시던 데로 계속하시면 좋은결과 있을거 같아요 힘내세요!
2024.10.11
언제나 잘 할 순 없겠죠. 지금이 있기에 잘 버텨내시면 빛나는 날이 올 것입니다.
2024.10.11
저는 니 주제에 무슨 대학원이냐, 그냥 자동차 정비나 하던지 (직업 비하 절대아닙니다. 진로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냥 회사가서 남들처럼 살아라, 넌 무능하다 등 온갖 비하를 들었습니다. 결국은 부모와 인연은 끊고 ist박사 받고 계속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냥 저 같은 인생도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이구요. 연구실 동료랑 잘 지내면서, 나름의 추억으로 인연으로 생각하시고요. 너무 자격지심 않가지셔도 될 것 같아요.
2024.10.08
2024.10.09
대댓글 1개
2024.10.09
2024.10.09
2024.10.09
2024.10.09
2024.10.10
2024.10.10
2024.10.10
대댓글 2개
2024.10.10
2024.10.10
2024.10.10
2024.10.11
202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