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뭐든 할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뭘 해도 남들보다 잘해서 취미도 많고 개인기도 많고 대인관계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본인 잘난 맛에 살면서 군대도 안가고 전문연 생각으로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입학했습니다.
연구실에서도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 생각했고, 열심히 한다 생각했습니다. 2년동안 한 주제를 마무리하면서 다른 주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1년동안 열심히 해서 두번째 주제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리고 4년차에 또 새로운 주제를 받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세가지 주제는 다 전혀 상관없는 주제였습니다. 교수님은 마지막 주제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박사 졸업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세 가지 주제를 하나의 Thesis에 엮는 것은 불가능해보였고,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2년동안 박사 졸업 논문이 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내고, 논문 성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랩미팅의 피드백은 항상 부정만 있습니다. 별로인 부분에 별로다. 라는 얘기만 하시고, 뭐가 잘못된건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 지도를 받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3번째 주제를 받고 1년동안 계속 별로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멋대로 실험 계획을 짜서 실험을 하고, 피규어 작성을 하고 논문 작성을 했습니다. 반년동안 들이밀었지만 역시나 택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면서 교수님과의 신뢰 관계도 엉망이 되어버려서 랩장이지만 연구실 내 보고할게 있으면 다른 학생에게 맡기고, 그게 반복되니 교수님도 날 찾는 일은 과제 보고서나 발표를 대신 시킬 때 뿐..
그러다 졸업시기가 다가오는걸 깨달으셨는지 교수님께서도 이런 식이면 졸업 못한다 선언.
그렇게 1년반이라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잠시 본인을 봤을 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가 너무 가기 싫어서 10시 11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가 협력사, 다른 연구실 학생, 행정실 등의 전화를 받으면 그제서야 어기적거리면서 학교에 가고, 조금이라도 연구에 막히는게 있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또 휴대폰을 만지기 일쑤, 그러면서 아이디어라도 하나 나오더라도 9시 넘으면 괜히 밤새서 실험하기 싫어서 다음 날로 미루고 집에 가서 또 휴대폰..
이런 본인의 상태에 깨닫고 다시 열심히 해보기를 일주일. 하지만 고민하는 것이 이제 익숙하지 않은지 멋대로 해놓은 실험 결과와 논문초안을 보니 문제 사항은 산더미고, 어떻게든 개선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는 것도 머리가 너무 아프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졸업을 미뤄서 1년 더 한다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재능이 없는건지, 교수님 스타일과 맞지 않는건지, 열심히 하지 않는건지 그만둬야 할 이유만 계속 떠오릅니다.
그냥 석사 전환 한 다음에 한 학기 안에 이 논문만 마무리 하고 졸업할 예정입니다. 5년 대학원 하고 석사 받고 나가는게 참 웃기긴 한데 지금 상태로는 5년을 더 해도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한 번 씩 정보찾으러 들어왔다가 요새 심란해서 자주 들여다보다가 쓰는 첫 글이 이 모양이네요.
많이 들 그럽니다 그리고 취직하고 잘 살면 되죠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좋은 교수를 만났으면 잘 하셨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몇 군데나 입학 자퇴를 했습니다 지금 있는 곳도 그렇게 좋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한 사람이 저한테 좋은 사람이여서 졸업을 생각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ㅈㄴ 아름다운 학위과정을 하는 사람은 몇 안됩니다 지방대 나와서 교수되는 사람도 있고 좋은 대학, 유학가서 포닥으로 남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의 능력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해보니깐 그 사람 능력만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잘 맞는 사람, 자신의 장점을 보고 그걸 써줄 사람을 찾는 게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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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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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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