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교수님 연구실에서 10개월째 학부연구생으로 있는 4학년입니다. 초반엔 참 연구가 재밌었는데 최근 들어 회의감과 스스로 우울함도 많이 느끼고 있어 다른 연구실은 어떤가 싶어 글 써봅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는 다른 케이스를 안 봐도 인품이 좋으시고 정말 젠틀하신 분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인지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왔음에도 다들 개인 주제를 잡고 연구하실 수 있도록 배려해주십니다.
다만 많이 힘든 점은, 랩실 내 다른 팀은 석사나 박사 같은 사수가 한 분씩 계시는데, 저희가 연구하는 물질은 저와 같은 4학년 학부생 형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고, 연구방향도 많이 흔들립니다. 여기까지는 이렇게 힘든만큼 나중에 분명 얻을 것이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질의 물성을 측정하는 장비나 기기도 청계천에 있는 상사 가서 맡기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장비를 사용하다가 3일걸려 만들어놓은 샘플을 날려먹기도 해서 많이 회의감이 듭니다. 제가 하는 주제가 랩실 나가신 선배들과 완전히 새로우면 제가 다시 판을 깔아야 하는 입장이니 이해하겠습니다만, 사실 큰 맥락은 같습니다.
즉, 저는 연구를 하며 배울 건 배우고, 제스스로 알아갈 건 알아가는 그런 그림을 생각했는데, 온통 저와 4학년 학부생 형과 둘이서 모든 걸 다 해결하고 있으니 벅차고, 제대로 측정체계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이 연구실과 자대에 환멸이 납니다.
심지어 같이 하시는 4학년 학부생 형은, 한 두번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네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그러는건데~'하며 저를 그저 군대 안 다녀온 놈이어서 원인과 결과를 결부시켜버립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써, 성격이나 스타일 차이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군필 여부로 매번 저로서도 민감한 문제를 자극하시니 이제는 군부심 가득한 꼰대로밖에 보이지 않고, 얼굴도 보기 싫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은 대학원생분들이시기에, 저를 썩 좋은 눈길로 보시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대학원생이 아닙니다. 랩실인턴 자체가 대학원생과 같은 사이클로 연구생활을 하는 시스템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6일동안 집에 가지못했고, 한달에 15만원 남짓받으며, 젠틀한 교수님마저도 은연 중에 성과를 바라십니다.
장문에 죄송드리고, 다른 연구실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랩실 생활이 원래 이런것인지, 인턴도 예외가 없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8개
Paul Samuelson*
2021.01.16
문제가 있군요.. 범인은 4학년 학부생입니다 그새끼를 피해야합니다.
2021.01.16
첫 두 문단정도까지는 저와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되어 쭉 읽어봤습니다
교수님께서 연구에 의욕적이어서 많이 배웠고 개인주제도 잡아서 연구를 했던 점에서요
다만 저같은경우는 연구주제가 기존 연구실에서 했던 사례가 있어서 하다가 막히면 석사와 박사형들한테 많이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논문도 읽어보고 연구도 하면서 재미를 느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누구한테 조언을 할만한 사람도 아니고 많은 경험도 한 바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 생활을 못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가 힘들어서도 있겠지만 연구실내의 분위기가 가장 큽니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나 막히는 점은 오히려 성장과정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선배와의 불화는 득이 될게 전혀 없다는점에서 문제가 있죠
아직 학부생이니 반드시 이 연구실에 진학해야겠다 하는 다짐보다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인턴을 해보세요
2021.01.16
2021.01.16
202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