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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하며 느낀 작은 하나

찌질한 쇼펜하우어*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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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중요하지만,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음. 박사과정 동안 가끔씩 생각해봤던 부분인데, 졸업이 다가올수록 한쪽으로 기우네.

물론 졸업 후 회사를 가게되면, 내가 딱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게되지는 않을거야. 운이 정말 좋지 않는 이상.

그렇더라도, 최소한, 여러 프로젝트 중 메인 하나쯤은 상대방이 보기에도 내가 보기에도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음.

왜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냐면, 내가 하는 메인 프로젝트 두개가 성향이 완전 다름.

첫번째 프로젝트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도 많아, 꾸준히 아이디어를 짜내고 결과물을 만들어 이 분야는 교수님도 터치 안함. 그냥 거의 독립적으로 연구함. 실패도 물론 많이 하지만, 그 과정이 의미깊고, 논리적으로 트러블슈팅함. 무엇보다 이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시해서 학계/회사 사람들 모두 상당히 좋아함.

그에 반해 두번째 프로젝트는 3년차 들어갈때 쯤, 한번 해보자고 교수님이 아이디어 던져줌. 3년 동안 하고 있음. 이 분야 아직 논문 없음. 이제 막 리비젼 중. 의미를 억지로 부여한 경향이 강함. 물론 교수님께는 어필안했음(아니다 했었네. 그런데 뭐 교수님이 항상 나를 설득하려 함. 그래서 요즈음에는 그냥 예스맨임. 그냥 해주고 말자는 주의). 대신 리뷰어가 내가 생각했던 문제점과 억지의미부여에 대해 지적함 ㅋ 난 그냥 생각없이 일하는 머신임.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토픽인데, 사이언스는 부족한 그냥 상당히 테크니컬한 분야임. 솔직히 극혐. 나름 아이디어 생각해서 제시해도 묵살당하고, 지금 리비젼 추가실험도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중. 물론 추가실험도 별 의미 없음. 실패도 엄청 많은데, 나에게 의미없는 프로젝트라 하는게 너무 고통임.

다행히 두번째 프로젝트에서 겪는 고통을 첫번째 프로젝트로 어느정도 상쇄시켜 살아남는 중.

여기 박사학우분들. 고생 많다. 화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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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1.04.23

박사과정 내내 마치 두번째 프로젝트처럼 움직여서 너무나 공감됩니다ㅋㅋㅋ 논문도 많이 나오는 라이징 분야라서 덕분에 논문도 많이 썼고 학계에서도 '의미있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동기부여가 안된상태로 몇년을 지속하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덕분에 지금은 완전히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기부여는 탁월 퍼포먼스는 그닥?ㅋㅋㅋㅋ
세상사 쉽지 않군요

대댓글 2개

찌질한 쇼펜하우어작성자*

2021.04.23

고생 많으셨어요 ㅎ 현재의 상황 (물론 퍼포먼스에 대한 겸손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과 박사과정의 상황이 반댄데, 어느 걸 선호하시나요?

두번째 프로젝트의 경우, 학계에서는 라이징 분야인데 교수님이 포닥 당시 잘 해놓아서 어느정도 명성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 입지를 키워나갈려고 이 분야를 하는 것 같아요. 전 그걸 할려고 박사를 하는데 아닌데 말이죠. 물론 이 속마음 교수님은 모릅니다 ㅎㅎ 그냥 해주고 졸업 때 좋은 레퍼런스 받자 입니다

2021.04.23

전 현재의 상황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아마도 남이 싫은소리 하는것에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성격이라 좀 더 그럴것 같기도 하네요ㅋㅋㅋ(성격이 안좋음...ㅎㅎ) 퍼포먼스가 안나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 훨씬 만족스럽네요. 욕을 하더라도 나한테 욕하면 되니까... ^^;

그와 별개로 존 필즈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고 마음이 동하지 않더라도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해 보입니다. 전 '프로의식'이라고 과하게 정의를 하고 있는데ㅎㅎ 사회에 나와보면 생각보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습니다. 졸업하실 때까지는 열심히 하셔서 좋은 레퍼런스 받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덕목일 거에요.

2021.04.23

학생 때는 첫 번째가 중요했죠... 일단 재미있으니까 ㅎㅎ 그리고 그게 큰 마음 먹고 대학원생 된 이유기도 했죠.
근데 졸업하고 회사를 가던가 연구를 계속 하더라도 두 번째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계처럼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교수님처럼 억지로 의미를 찾는게 중요합니다. 물론 그걸 별 말없이 하고있는 학생도 대단하구요. 이게 밖에서 보면 어쨌든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그럼 아무리 작은성과라도 마무리를 하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억지처럼 보이지만 우겨보기도 하고 그래서 레프리랑 싸워보기도 하면서...
암튼 저런 스타일이 위에서 볼 때는 결국 '이 사람한테는 어떤 일을 줘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구나' 라는 인상을 줍니다. 연구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면 저것도 실력이고 남에게 인정받는 큰 강점입니다.

오랜만에 김박사넷와서 저도 예전에 고민했던 문제를 봐서 말이 길었는데 그냥 지나가는 꼰대 생각이니 기분나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댓글 1개

찌질한 쇼펜하우어작성자*

2021.04.23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던 것 같아요. 전혀 기분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이왕 시작한 것 마무리를 잘 지어, 제 뒤를 이어 이 연구를 진행할 후임분들이 좀 더 쉽게 시작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한 제 교수님이나 혹은 결국 마무리를 지어 외부에서 봐주는 저에 대해 좋게 평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을 하며 그 토픽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반적인 인생경험을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해딩하며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거든요.

전 첫번째 프로젝트로 나중에 잡마켓에서 제 네트워크와 다른 분들에게 어필하려 했는데, 두번째 프로젝트도 최대한 스토리를 잘 살려 어필하는데 사용해봐야겠군요 ㅎㅎ

요즘 잠도 부족하고, 연구 중인 새로운 주제에서 계속 벌어지는 재현성과 최적화 문제, 그리고 두번째 프로젝트에 후에 투입된 콜레버레이터와 손발이 잘 안 맞아 진척이 더딘 것에서 오늘 좀 심신이 지쳤나보네요. ㅎㅎ

IF : 5

2021.04.23

회사에서도 처음엔 뭐든 되게 의미있어보이고(뭘하든 학교때보다 훨씬 의미있는건 사실이긴 함)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었죠. 알게될수록 점점 이걸 왜 하라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의미없어서라기보단 너무 무리한 요구라서ㅎ.....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아무리 위에서 의미없는 일을 시켜도 학교에선 사장(=교수)이 바로 나한테 직접 시키는 일인 반면에, 회사에선 내 위의 최소 네 단계정도는 거치기 때문에 좀 덜 내 일같아서 덜 힘든것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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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쇼펜하우어작성자*

2021.04.23

회사에 대해서도 별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돈을 더 준다는 정도? ㅎㅎ 결국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제가 어떻게 일을 바라보고,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번째 프로젝트도 시간이 좀더 지나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면, 또 다르게 보일거라 생각해요. 현재는 그냥 심신이 지친 것 같네요. 번아웃 걸리기 전에, 몸과 마음을 좀 추스려야겠습니다.

2021.04.24

지나가는 신입 석사생인데 연구자다운 모습에 감명받고 갑니다.

2021.04.24

졸업이 앞에 있는 박사과정인데 잘 하고 계시네요 ^^ 저에비해서....

2021.04.25

첫번째를 맘 놓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이 교수가 아닐까요? 그래서 교수직이 인기가 많기도 하구요. 저도 그 중에 한 사람이고.. 어짜피 연구책임자가 되어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연구를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은 트레이닝의 성격이 크다고 생각해서 이것도 경험이다 저것도 경험이다 여기고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

대댓글 1개

당당한 로버트 보일*

2021.04.25

교수님들은 오히려 과제 딸 수 있는 주제만 하시게 되서, 정출연이 더 적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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