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랩에서 박사중인데, 3년전에 들어온 1호 포닥이 있어. 연구는 같이 거의 하지 않았지만, 지난 3년간 같이 오피스와 랩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자연스레 관찰하게 되었지. 관찰일지를 대충 적어보자면
1년차 (2018 가을 - 2019 여름)
막 박사 딴 상태였음. 계약서에 명시된 출근일 일주일전부터 와서 부지런히 오피스 꾸리고, 논문 읽으며, 뭔가 일을 하기 시작. 정식으로 일을 시작한 뒤엔, 항상 아침 9시이전에는 와서, 10시~자정까지 일함. 주말에도 거의 안 쉬는 일하는 기계였음. 교수님께 모든 가능한 프로젝트들을 최대한 달라고 재촉하며 일만 했음. 1년차 중반 쯔음에 결혼도 하였는데 신혼임에도 부인분은 차로 7시간 거리에서 살며 지금까지 장거리 결혼생활 중.
2년차 (2019 가을 - 2020 여름)
하나둘씩 결과가 나오면서 본인이 알아서 논문 드래프트 쓰기 시작. 그런데 교수님이 계속 논문에 들어갈 내용을 추가하며 수많은 실험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2년차에 1저자 논문 서밋 실패. 이때부터 애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오피스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다들리게 욕을 하는 등 성격이 이상해짐. 첫 논문 엇셉되었을 때 축하의 말을 전해주니 “1년전에 다 끝낼 수 있었던 논문인데” 하며 한숨만 쉼.
2년차 중말에는 현재 거주하는 미국에도 코로나 터짐. 봄학기 중간쯤부터 실험실 접근이 상당히 제한됨. 하지만 그 친구는 학교에서 정한 방역수칙 지키지 않고, 몰래 나와서 연구 계속 함. 잘못 되었으면 지도교수를 난처한 상황에 빠트릴 수 있었음. 그리고 수많은 대학에서 교수 고용광고를 철회함.
3년차 (2020 가을- 2021 현재)
가을쯤에 드디어 1저자 논문 2개 출판됨. 투입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임팩트는 다소 떨어짐. 진행 중인 연구가 몇개 있지만, 특정 스텝에서 병목현상이 생겨 진행이 더딤.실적부족으로 지금 교수지원은 반포기 상태고, 인더스트리에도 지원서를 수없는 쓰는 중. 안타깝게도 별 소식이 없는 듯. 요즈음에는 10시나 약간 넘어서 와서 7시전에 칼퇴근. 유투브 보거나 다른 연구외의 활동을 하는 것도 자주 목격됨.
내 생각인데, 신생랩의 경우 포닥의 포지션으로 가는게 어찌보면 어느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는 박사보다 위험한 것 같다. 우리 실험실의 경우, 아직 랩새팅할게 남아있고, 조교수라 네임벨류는 아직 떨어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 랩이 가지고 있는 체계나 노하우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음.
나도 필요한 데이터는 다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출이 상당히 늦어져 아직 리뷰 중인 논문들이 있음. 곧 졸업하는 처지인데, 나도 심적으로 이게 부담감으로 작용됨.
포닥은 인생에서 가장 언스테이블 할 때니까.. 뭐 하나 생각했던대로 안되면 아무래도 학생때보다는 훨씬 피부로 와닿지.. 그 사람도 삐죽대는게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거 절대 아닐듯.. 학위과정때 실적이 좀 있으면 그래도 인더스트리 쪽은 수월하게 갈 수 있을텐데 원하는대로 잘 풀렸으면 좋겠다.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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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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