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살면서 이런 커뮤니티에 한번도 글을 써본적이 없었으나 너무 마음이 복잡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부 3학년이 끝났을 무렵 저희 교수님께서 막 임용이 되셨고, 아무것도 없는 랩의 랩장을 맡으면서 장비도 하나씩 맞추고 연구도 하며 나름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앞만 보면서 살다가 올해 6월 14일, 저희 누나가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너무 죄책감이 큽니다. 바쁘단 핑계로 누나 연락도 안받았던게 머리에 맴돌고, 저희 실험실의 모든게 조금은 원망스럽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한달정도 집에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계속 있는 것이 맞는지, 이 연구가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지... 많은 고민들을 했지만 그게 아닌거 같더라구요. 저는 우연히 랩실에 들어왔고 하다보니까 칭찬을 듣고, 그 칭찬을 더 들으려고 랩실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쪽으로 연구를 하는 걸 좋아하셨구요.
큰 일이 생기고 제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에겐 힘든 내색하고 싶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도 너무 힘이 들고요. 그러다 보니까 감정이 속에서 묵혀지는 것 같아요. 뭔가 응어리가 차있다 보니, 감정 기복이 심하네요.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극도로 우울해지고, 화날 일도 아닌데 갑자기 짜증이 치솟고..
원래는 박사까지는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의지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운명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이 연구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없는 것 같습니다..
1년만 참으면 석사는 마칠 수 있는데. 견뎌내면서 석사를 해야할지 당장 그만두고 빨리 다른 일을 생각할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제가 술을 마시면서 혼자 핸드폰으로 끄적거린 거라 두서도 없고,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답은 없는 것 알지만, 제가 이 길을 나아가야할지 당장이라도 그만둬야할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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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개
2022.08.14
우선 교수님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상담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휴학을 할 수 있는지도요. 상황이 상황인만큼, 교수님과 주위 사람들고 충분히 이해해 주실겁니다. 일단 일을 좀 놓으면서 휴식기를 가지시는걸 권해드립니다.
IF : 2
2022.08.14
압도적인 상실감으로 우울증이 온 것일지 모릅니다. 마음이 무너지고 죄책감 때문에 너무 힘드실 것 같아요.. 윗분 말씀대로 상담도 받으시고 잠시 쉬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도 과거에 돌이키지 못할 경험을 했고.. 마지막 말을 바꿀 수 없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다 무너뜨리고 싶고 했지만..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글쓴분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용서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맡으신 일들을 좀 내려놓으시고 쉬시고 상담 받으시면서 상황을 추스르시면 좋겠습니다.
2022.08.14
2022.08.14
202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