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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예전 랩실로 재입학하고 싶습니다.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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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연구 분야가 특정되기 쉬운 분야라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석사를 A분야에서 졸업하고 연구 분야를 바꿔 타대의 B분야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두 분야는 반도체랑 컴공처럼 차이가 좀 큽니다.

A분야의 연구실에서도 연구는 즐거웠습니다. 분야 내 최고 권위자이시면서도 인간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 밑에서, 하나같이 열정이 넘치고 다정한 선후배님들과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제 생에 가장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졸업한 후 학부생 때 B분야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이 미련으로 남아 분야를 바꿔 타대로 재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첫 학기 때는 많이 헤맸지만 지금은 이 B분야에서 꽤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주제를 잡았고 실험 결과도 어느 정도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B분야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활발한데 산업에서는 이 B분야의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B분야의 상위 분야(연관성이 많이 떨어짐.)로 취업합니다.

그리고 졸업생을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이 연구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보이고 연구직이 아닌 다른 직종을 희망하고 취업하고 있습니다.

입학할 때 B분야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제가 노력하면 어떻게든 극복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내고 보니 선배님들이 왜 회의감을 느끼셨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B 분야 연구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교수님도 이 분야의 손꼽히는 저명하신 분이고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연구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멤버들도 다 너무 좋은 사람들입니다. 워라밸도 좋아서 9to6가 정말 지켜지는 곳이고요.

지금의 생활에 큰 불만은 없지만 제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이 분야가 언제쯤 산업에 활발히 응용될까? 10년 뒤? 아님 30년 뒤? 아님 그 전에 다른 더 좋은 분야에 의해 좌절되고 학계에만 남아버리는걸까?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걸까?

이 분야에서의 제 미래가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 B분야로 옮길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었는데 그런 충고를 무시하고 안하무인하게 굴었던 과거의 제가 부끄럽습니다.

나날히 이 B 분야에 대한 열정이 식어갔고 지금은 이전에 제가 했던 A분야의 연구에 대한 미련이 듭니다. 이런 방향으로 후속 연구를 조금 더 하다 나올걸, 이런 것도 한번 제안해볼걸, 하는 미련이 자꾸 생깁니다. B분야를 A분야에 엮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지만 매번 어느센가 저도 모르게 A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내 흥미가 입학이 아니라 협업을 제안 했어야하는 정도의 흥미였던건 아닌지. 이 분야에 대한 마음은 동경심 뿐이었고 내 적성은 아니었던 것인지. 이런 뜬 마음으로 학위를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분명 연구는 재밌고 잘지내고 있는데 이 연구를 졸업하고 나면 못할 것 같습니다. B분야의 상위 분야로 취업하면 어차피 못하는 것이고 학계에 남아야 계속 할텐데 이 분야 자체에 회의감이 들어 망설여집니다. 졸업할 때 A분야의 석사 이력으로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두 교수님께 민폐를 끼치고 분야를 옮기고선 이제와서 이전 연구실로 재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듭니다. 물론 이렇게 본인 스스로를 통제 못하고 타인들을 자신의 잘못으로 휘말리게 하여 서로 얼굴 붉히게 만드는 학생을 누가 신뢰하고 받아주겠나 싶습니다. 이기적이고 철면피인 마음인 것은 알지만 재입학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연구와 학업으로 바쁘신데 이렇게 긴 글을 읽게해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1. 예전 연구실과 지금 연구실 교수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재입학을 요청한다.

2. 잘지내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 계속 연구하고 졸업할 때 쯤에 학계에 남을지, A분야 석사 이력으로 취업할지 다시 고민해본다.

입니다.

이미 많은 고민과 망설임을 거치셨을 선배 연구원님의 조언과 인생에 있어서 저 보다 더 노하우가 많으신 연구원님들께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어떠한 댓글도 가르침과 지혜를 주신 것이기에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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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2024.09.05

관심없는분야 계속 연구하다가 A대학 석사이력으로 취업이면.. 몇 년을 통으로 날려버리는 게 되겠죠?
박사는 4년 졸업도 보장이 안 되어 있으니 더 길어질 수도 있겠죠
즉 2번은 해서는 절대 안 되며 말도 안 되는 경우입니다
박사진학을 무조건 하시고자 하는 경우, 1번이 베스트 같습니다.

대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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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전문성이라는 것이 박사학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싶어요. 박사를 어떤 주제로 취득하든 인접한 다른 분야로 계속 저변을 넓혀가야합니다. 그게 포닥 연수기간이 될수도 있고, 회사나 학교 어디 자리잡든 마찬가지입니다. 학위 자체는 연구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증일뿐이고, 전문 분야에 대한 정체성은 학위와 그 이후 모든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라면 이미 자리잡아서 잘 하고있는 현재 학위를 포기하고 원래 분야로 리셋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다른 연구 하고싶은 주제가 있다면 차라리 빨리 졸업을 하거나 요건을 채우고, 그간의 경험과 역량, 인맥을 동원해서 하고싶었던 재밌는 연구주제 설계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도전할 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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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뭔소리를 일단 b까지 박사 받고 a랑 b를 적절히 다 사용할 수 있는데서 포닥을 하는게 맞죠. 비중이 b가 더 많더라도 a를 좀 활용할 수 있는 곳 가서 갭 기간동안 새로나온 그 분야 개념 공부 추가로 하면 당연히 써먹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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