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 개인 연구를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지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다른 학부 연구생과 함께 회의에 들어갑니다. 주제 선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많이 조사해보고 A 주제를 설정해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진행하라고 말씀주셔서 실험을 진행하다가, 번뜩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라 주제를 B로 바꿨습니다. (A랑 비슷하지만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여서 B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회의 때, 제가 B로 바꾼 주제와 그 파일럿 테스트 겸 실제 실험 70% 진행한 것 까지를 발표했고, 이 또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회의에 들어온 동기의 경우 아직 주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비슷한 분야의 오픈소스를 있는 단계였더라구요. 교수님께서 갑자기 그 동기에게 A+c 아이디어를 주제로 해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몹시 당황했으나... 개의치 않은 척 했습니다.
제 B아이디어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제가 당시 B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니 개의치 않고 싶습니다. 하지만, A아이디어 또한 누구의 도움 없이 제가 홀로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 자꾸 마음이 상하고 계속해서 생각이 납니다.
원래 연구실에서 이런 상황은 종종 있는 경우이며,개의치 않아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연구실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게 많습니다. 알려주신다면 새겨 듣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이야 아이디어 제공이 뭔가 엄청 큰 기여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험하는 학생이 거기서 디벨롭을 얼마나 잘 하냐에 따라 더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잘 돌아가는 랩실=아이디어 수>=학생 수 입니다. 아이디어 제공 자체만으로도 공저자로 들어갈 자격은 되지만 결국 논문의 1저자가 되는건 그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실현하고, 그걸 논문으로 작성해내는 사람입니다.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혼자 하려는 마인드는 버리고, 주변 동료들과 아이디어 공유도 하고, 서로 코웍하는 마인드를 가지는게 좋습니다. 경쟁자는 같은 그룹에 있는 옆사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다른 과학자들입니다.
아이디어 제안은 논문이 게재될 때 까지의 노력의 5%도 차지하지 않습니다. 아주 지지부진한 실험, 논문 작성, (일견 듣기에) 이상한 리뷰 코멘트 대응 등등을 거쳐야 제대로 된 논문 한 편이 배출됩니다. 5%도 안되는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나중에 도움 받을 계기를 만든다면 아주 가성비 넘치는 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학원 시기에 따라서 아이디어가 전부인, 실험 모델링이 전부인, 논문 한 편이 전부인 시기가 분명히 있습니다만. 넓게 보시고, 내가 연구소의 장이면 회사의 임원이면 어떤 사람을 뽑을지를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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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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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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