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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획서를 쓰다가 느낀 점

IF : 2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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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12월 초는 연구재단에서 주는 연구비들을 신청하는 시기입니다.
어쩌다보니 18년부터 올해까지 이것저것 연구계획서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연구계획서를 쓰다보면 참 뭐랄까요,
써 보신 분들은 다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이미 해서 결과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앞으로 하겠다고 계획을 쓰게 됩니다.

일전에 연구계획서를 쓸 때 일이었습니다.
저희 나름대로는 정말 과할 정도로 많은 양의 예비연구결과를 실었습니다.
이미 다 된걸 연구계획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럴 정도로 정말 많이 넣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과하게 많이 넣었습니다.

다행히 연구계획서는 채택이 되었는데
평가에 "예비결과가 부족함" 이라고 써져있는 것을 보고
뭐랄까요....... 참........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시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습니다.
다 되어있는 연구를 '계획서'에 넣는 것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는 책임연구자의 연구 역량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입니다.
실험실의 연구계획서 합/불 여부는 최근 3년 간 실험실에서 발표된 논문의 수와 임팩트 팩터.
제 개인 연구계획서의 합/불 여부는 최근 1~2년 간 제가 1저자로서 발표한 논문의 수와 임팩트 팩터
이걸로 거의 결정이 되는 느낌입니다.

종합하면 연구계획서는
1) 검증된 연구자가 2) 거의 다 된 연구를 해서 3) 실적을 낼 것이다
라는 말을 해주는 것에 불과한건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연구비를 주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는만큼 실적이 나오는 것을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친구가 과거에 해외에서 받았던 연구비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법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설령 실패를 해서 실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는 프로그램이었죠.
친구의 아이디어는 정말 흥미로웠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친구의 연구계획서는 한국연구재단에서는 결코 받아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너무 공상적이고 예비연구결과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조금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연구비가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이미 그런 형태의 연구비가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이상 연구계획서 쓰기 싫은 1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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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낙천적인 프리모 레비*

2021.11.28

국내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연구비는 2가지 범주로 요약된다고 생각되네요..

첫째로 박사를 막졸업한 포닥이나 신규임용된 조교수들에게 나오는 연구비들..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지않지만 그만큼 규모가 작죠.
둘째로 이미 전세계적 대가인(혹은 그에 근접한) 과학자들을 타겟으로하는 초대규모 연구비. 대표격으로 IBS가 있죠.

우리나라는 연구비 규모가 큰 나라는 아니기때문에 실패가능성이 높은 창의적인 연구들은 신진과학자들에게 폭넓게 투자하면서 집중적인 투자는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과학자들에게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속편한 안톤 체호프*

2021.11.28

정권 바뀔때마다 주로 다루는 연구 토픽이 매번 바뀌는점도 문제라고 봅니다

2021.11.28

해외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도 가능성이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분들도 있고요.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평가자가 되면 바꿔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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