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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검증된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실로 들어가세요

긍정적인 찰스 배비지*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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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랩 초기멤버로 벌써 올해가 6년차, 그래도 겨우 졸업을 코앞에 둔 통합과정 입니다.
학부생 때 강의 실력(말빨..)과 카리스마에 이끌려서 인턴부터 시작했는데
뒤돌아보니 후회가 남는 부분들이 있어 하소연을 남깁니다



1.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으면 무조건 연구 시간 보장해주는 자리가 잡힌 곳으로 가세요
다섯 명 남짓 되는 초기 멤버들이랑 첫 2년 동안 산학 과제만 죽어라 했습니다
교수가 말빨이 끝내줘서 이것저것 잘 따오더라고요..
저는 심지어 석사 1학기부터 제안서를 썼고, 방학때마다 기업 내 숙소에 거주하면서 과제를 하기도 했습니다
연구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고 회사 실무자랑 미팅할 발표자료 만들고 그 발표자료로 미팅하기전에 교수랑 미팅하고...
과제보고 피피티는 당연히 학생들이 만들고 교수는 가서 발표만 하고요.
그러다보니 연구실 빡세다는 소문도나고 교수도 무슨생각인지 인턴안받고 대부분 쳐내서
석사 학생들 슬슬 졸업하고 빠질때까지도 박사과정들이 계속 과제를 해야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별다를 건 사실 없어요
저는 졸업시기가 확정이 된 상태인데ㅋㅋ 저번달에도 제안서 썼고 이번달에 연구재단 공고가 나온 제안서 또 쓰고있습니다
졸업을 시킬 생각이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안서 주제는 학생이 생각해와야 하고, 교수가 그걸 "봐주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주객전도같다고요? 기분탓입니다..ㅋ 아, 참고로 떨어지면 책임져야한다는 귀여운 협박은 덤이고요ㅋ
2년차까지는 못미더웠는지 본인이 초안은 잡아주고 이것저것 시키더니 3년차부턴 깔끔하게 다 맡기더라고요



2. 학자로서 태도가 갖춰진, 끊임없이 공부하는 교수 밑으로 가세요
석사만 하고 취업할 생각이거나 졸업장만 잘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그닥 상관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사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연구에 열정이 있으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름 전략적으로 교수가 포닥 때 연구했던 분야와 연관이 있는 분야를 골라서 3년차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교수도 제가 하는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듯이 (말빨..) 부추겨서 믿고 시작했는데.. 웬걸
한 3개월 정도 공부하니까 교수 밑천이 슬슬 드러나면서 1년 지난 시점부터는 제 분야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더라고요
겉핥기로 아는 척만 했던 겁니다ㅋㅋ (이 때 도망쳤어야 하는데 제 잘못이네요)
그래도 외부 강연 다니고 전문가 타이틀 달고 여기저기 자문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교수에게 정말 관대한 나라 같습니다
교수가 본인이 끌고가는 주력 분야가 없고 그때그때 찔러보고 해볼만한거 하던 스타일이라
깊이 있는 지도나 연구실 주요 테마는 당연히 없고요,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각자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나비효과는 3번에 언급할게요)
매번 얕은 아이디어로 입털고 밀어붙이다보니 본인 생각에는 간단한건데 왜 느리냐고 학생들 압박하고,
다른 학생 미팅 때 맘에 안드는 다른 학생 험담까지하는... 학술적으로&인간적으로 정말 별로인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고 따로 공부를 하냐면 그것도 아니고요
(주말에 본인이 본 영화 아무도 안봤다고 할 때 너네는 문명찐따라고 깔깔대며 웃던 모습이 떠오르는걸 보니 안하는 게 맞습니다)
신생랩 교수... 당연히 상상 이상으로 버겁고 숨막히다는 걸 알지만, 똑같은 연차에 들어온 옆 연구실 교수님은 왜 다를까요?ㅋ
교수 바이 교수, 사람 바이 사람입니다
열정을 갖고 연구하는 교수 밑으로 가세요



3. 연구실 테마가 뚜렷한 연구실로 가세요
"우리 연구실에 들어오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어요"라고 하는 연구실은
높은 확률로 과제만 죽어라 하거나 고년차 학생들의 연구 분야가 수렴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협업으로부터 오는 시너지를 얻기도 힘들고, 저처럼 졸업 연차에 실적이 많지 않게 될 확률이 큽니다
연구셋업부터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하고... 또 누가 들어와도 저와 다른 분야를 하게 되면 같은 연구실에만 있지 사실상 남남이고요
특히 이런 상황에서 교수가 짐이나 안되고 응원이나 해주면 다행인데 그럴일은 없고요
미팅 때 교수가 모르는 내 분야 연구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 써야되고
내 분야 공부하면서 필요한 필수적인 시행착오로 연구가 느려지는 것에 대해 머리를 조아리는데 또 시간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교수조차도 깊이 있는 지도가 힘들어서 ChatGPT도 해줄 법한 일반적인 말들만 해주거나
사소한 문법오류에 짜증만 내는 정도로 미팅 시간이 끝나는 건 당연한 결과고요
제일 치명적인 건 연구실 동료로부터 오는 선순환 구조가 없어서..
내가 나를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생기고, 순간 삐끗하면 졸업은 졸업대로 늦어지고 실적은 실적대로 안나와있는 슬픈상황을 마주치게 됩니다..




학위 과정을 생각하시는 여러분,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교수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학위 과정의 시작을 결정하세요
관성적으로 또는 수업을 잘해서 같은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연구실에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의 인생을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 이상 누군가에게 의탁하는 셈이 되는겁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SKP는 아니지만 바로 아래 정도로 보통 인식을 하고 있는... 그런 곳입니다
(그래도 SKP 아니니까 구린 곳이네~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네요)

특히 위에 언급한 정보들은 신생랩이라면 알기 힘든 부분이니 가능하다면 꼭 자리가 잡히고 데이터가 누적된 연구실로 가세요
정말 여건이 안된다면 인턴을 하면서 교수 인성을 어떻게든 파악하세요

부디 여러분은, 술병을 옆에 두고 운전대 잡은 버스에 제 발로 타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렇게라도 하소연하니 조금은 후련하네요..
감사합니다.

(교수나 연구실은 특정할 수 없게 적당히 각색을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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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4개

2024.01.14

글쓴분 지도 교수님께서 학문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1,2,3번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측면도 있습니다.

1.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으면 무조건 연구 시간 보장해주는 자리가 잡힌 곳으로 가세요
-> 주당40시간이라고 하면, 수업10-15시간, 연구 과제 10-20시간, 나머지 개인 연구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운이 좋으면 연구과제가 개인연구와 연결되겠지요. 연구 시간이 부족한 것은 어느곳이나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해외도 포함)

2. 학자로서 태도가 갖춰진, 끊임없이 공부하는 교수 밑으로 가세요
->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최신 연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은 교수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훌륭한 교수는 학생들을 통해서 학습합니다. 연구 분야의 트렌드에 대해서 학생들이 수집해 오는 내용들을 토대로 넓게 학습 합니다. 박사, 포닥때까지는 한 분야를 좁고 깊게 연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3. 연구실 테마가 뚜렷한 연구실로 가세요
-> 교수님이 본인이 박사하던 시절인 20년 전 연구 테마를 고집하면 연구실이 나락가는 것도 금방 입니다. 계속 새로운 테마를 발굴해야됩니다. 물론 학생 개인 입장에서는 교수님이 당장 잘하는 분야를 찍먹 하는게 유리할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학생은 연구실 테마와 현재 연구 트렌드를 잘 결합한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제시할 줄 알아야합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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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4

위에 다 해당되는 랩실이 창업랩실입니다 여러분..제발 창업랩실 꼭 알아보고 컨택하세요..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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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4

ㄹㅇ 한줄평 중에 '여러 주제를 다 접해볼 수 있다'는 말은 연구실이 돈 되는 건 다 한다는 뜻으로, 장점이 절대 아님..ㅋㅋ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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