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연구실 고르는 법

물론 여기 있는 예비 대학원생분들 정보 열심히 찾아보고 계시겠지만! 제 경험도 같이 나누고자 글 써봅니다.

인턴을 여러 번 해본 사람으로서 연구실 고르는 법을 여러 측면에서 써볼게요!
(바이오 계열 기준입니다)

A. 실적

1) 논문 출판 저널
CNS (cell, nature, science) 본지, 자매지나 PNAS,.. 등등 IF = 10 이상의 논문 실적이 있다면 앞으로도 괜찮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음.

2) 논문 출판 수
분야 by 분야지만 매년 꾸준히 내는 곳이 힘들지만 괜찮을 가능성이 높음. 몇년에 한 번씩 대박 터뜨리는 곳은 그 대박이 나는 사람이 내가 될지 아닐지 모름.

+ 사실 실적은 중요하면서도 안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좋으면 좋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까지도 생활할 곳이라 다른 부분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실적 부분은 아~~주 이상적인 기준을 써놨고,.. 참고사항으로만 봐주세요..ㅎㅎ

B. 교수님

1) 학위
편견일 수도 있지만 MD (의학 박사) 출신 교수님이라면 현재 하고 있는 연구와 박사 때 연구가 얼마나 유사한지 꼭 체크하길. 괴리가 크면 클수록 지도 방향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음. 예를 들어 임상 쪽으로 박사를 딴 교수가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건 괴리가 꽤 있음.. 교바교지만 이왕이면 박사학위+포닥 때 지금 하고 있는 연구주제와 유사한 연구를 했던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추천.

2) 인맥
국내 교수님들이랑 서로 친한 것도 좋음. 아예 없는 거보다는 나음. 그런데 더 중요한 건 해외인맥임. 해외에 빅가이랩이랑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정도의 인맥이 있으면 여러 경험을 하기에 좋음. 해외 대학교에 방문학생으로 간다든가 등등.. 제일 중요한건 박사 졸업 후 포닥을 외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 인맥을 가지고 있는 교수님이 좋음. 예를 들어 교수님이 박사, 포닥 생활을 했던 랩의 교수랑 관계가 좋고 지속적으로 같이 연구를 해왔다면 나도 거기로 포닥 가기가 좋아짐.

3) 연구지도 방식
마이크로 컨트롤이냐 아니냐는 학생 성향에 따라 맞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그렇지만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있는 학생에게는 마이크로 컨트롤하지 않는 교수가 더 맞을 것 같음. 그리고 연구 미팅 때 교수님이 피드백을 무섭게 하더라도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납득되는 말을 한다면 오케이임. 오히려 제대로된 피드백을 안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임. 마이크로 컨트롤 안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저자 문제 학생들한테 맡기는 교수님 조심. 나중에 학생들끼리 싸움남.

4) 인성
제일 중요한 인성. 폭언, 폭행 안하는 교수 찾아가는건 당연한 거니까 자세히는 말 안하겠음. 모든 정보를 동원해서 그런 교수는 피하시길.. 내가 강조하고 싶은건 가면을 쓴 교수를 가려내는 것임. 겉으로 보면 교수님들 다들 나이스해보임. 그러나 거기에 낚이면.... 향후 몇년간은 개~~고생할 수 있음.

a) 교수님 첫인상이 되게 시니컬하고 나한테 관심없는 거 같다? 오히려 좋음. 교수님 나름의 밀당을 시전하고 있을 수도 있고, 너가 잘할 수 있는 학생인지 아직 확신이 안들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걸수도 있음. 박사까지 하고 싶다 했을 때 더 생각해보라든지, 박사는 아주 힘든 길이다~이렇게 말하면 '아 내가 별로라서 그런가?'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참교수임.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 무지성으로 박사하라고 꼬시는 교수는 .... ... 좋은 교수가 아닐 수도...

b) 교수님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다? 오히려 좋음. 폭언이 아니라 합리적인 피드백이면 직설적인게 나음. 너무 돌려서 말하는 교수는 나중에 발뺌하거나(책임회피) 소통의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음. 직설적으로 말하는 교수님이 첨에는 조금 무서울수도있지만 소통할 때 편함.

c) 말도 너무 예쁘게 하고 사람 좋아하는 교수님? 교수란 존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존재일 가능성이 높음. 개같은 박사과정을 겪었는데 순진할리가. 오히려 너무 좋아보일 수록 살짝 의심하는 게 좋음. 가스라이팅 귀재일 수도 있음. 아니면 착한아이 콤플렉스 걸려서 싫은 말은 자기가 하기 싫고 고참 박사나 포닥한테 나쁜 역할 미루는 교수일 수도. 소탈해보이는 교수님은 굇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C. 연구실 사람들

1) 나이대
20-30대 초중반 사람들이 많은 곳이 좋음. 늦은 나이에 대학원 들어오신 분들 중에 좋은 분들도 물론 많지만, 갈등생겼을 때 짬이나 나이로 찍어누를 확률 높음. 만약에 랩실에 갔는데 나이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분을 빨리 파악해서 런칠지 말지 생각해야함.

2) 졸업을 못한 사람들 (광역딜 아닙니다 ㅠㅠ)
1이랑 비슷할 수도 있는데, 졸업할 때가 됐는데 안/못하고 있는 분들은 주의깊게 봐야함. 열심히 하는데 운이 안따라주는 케이스나 교수가 나쁜놈이라 안시켜주는 경우는 제외. 연구실 생활에 절여져서 안주하는 사람 (연구실 안에서 게임, 방송 시청 등등의 딴짓을 많이하는 사람)이 많은 곳은 물론 실적에서도 드러나겠지만,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기 좋으니까 잘 판단해야함.

3) 인원수
너무 적어도 힘들지만 너무 많으면 파벌이 생길 수도. 파벌 싸움에 피해 안입도록 잘 처신하는게 좋음.

4) 사수
사수 잘못 만나면 진짜 개고생함. 이거는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지만... 만약에 사수가 또라이라면 런치든가 잘 협의해서 사수 바꾸든가 해야함.

최대한 정리해서 적어봤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적고 나니 별거 없네요..
결국에는 인턴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최대한 학부시절에 인턴 경험을 많은 곳에서 쌓아보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도망치세요. .. 대학원 들어가고 나서 자퇴하는거보다 인턴 그만두는게 훨씬 나아요. ??싶은 포인트 있으면 도망치세요. 그리고 내부 대학원생이 계속 오지말라하는 곳은 농담이 아닐 수도 있어요... 레알로 노답인 곳일 수도...

이글을 보는 다들 행복한 연구생활 하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