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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여유, 연구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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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습니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지 좀 됐습니다.
약을 먹으면 호전되었다가 끊으면 1년을 못채우고 재발하기를 몇번 했습니다.
재발은 항상 매우 빠른 속도로 매우 심각하게 병을 악화시켰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앞으로는 제가 수용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최대 용량이 100이면 70-80만 담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스스로를 몰아부치는 습관이 저의 가장 큰 문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를 몰아부쳤기 때문에 남들 보기에 부러워보이는 과거의 소소한 영광들이 있었습니다.

요즘 저를 과속하게 만드는건 연구입니다.
대학원 재수생이라 나이도 많고 실패 경험도 있어 조급한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주어진 환경과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간절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100을 다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한때는 내 감정을 약으로 통제 받으면서 사는 것이 싫어서 단약이 중요한 목표였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학위과정 동안 만이라도 약을 계속 먹으면서 100은 못해도 90정도는 하면서 사는 것도 옵션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건.
연구를 할 때 여유를 가지면서 하는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건지
아니면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사는게 도움이 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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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2024.03.11

물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고, 그 두려움을 연료로 무언가를 강하게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번아웃인데요. 내가 그토록 노력해서 도달한 그 자리가 투자한 노력만큼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달성한 목표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 의욕을 잃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항상 100%에 가깝게 자신을 사용하면 지속적으로 건강을 해칠 것이고, 잃어버린 건강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제 말이 어떤 삶이 더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삶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그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충분하다면 어떤 삶도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댓글 1개

2024.03.11

감사합니다! 제 고민이 잘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24.03.11

평소에는 할수있는 것의 80%만 하려고 해요. 일 완성도도 80%를 목표로 하고 합니다. 애초에 50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100을 하더라도 완벽주의자라서 질질 끌다 데드라인을 넘겨 완성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제때 80만 해서 가면 평균 이상은 한다고 평가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다가 진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오면 120%를 하려고 노력해요. 평소에 쭉 100을 하던 사람은 그 중요한 순간에 120을 하기 어렵지만, 평소에 80을 하며 체력과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오던 사람은 120을 하기 수월합니다.

대댓글 1개

2024.03.11

다른 측면에서 80%를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이공계 연구)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남이 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남겨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어요. 제안서를 작성하든 논문을 쓰든 혼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회 포스터만 하더라도 내가 다 완성하고 나서 상급자나 교수님이 검토하는 단계가 있죠. 내가 100을 하고 다른사람이 검토를 하면 나도 시간을 100만큼 투자하고 검토자도 나름의 시간을 투자해야합니다. 내가 80만 투자하면 20을 다른 데에 쓸 수 있고, 검토자들이 나머지 20의 일부를 채워줄 수 있어요. 만약 공저자가 20을 다 못채우더라도, 논문을 리뷰해주는 리뷰어들이 또 그 일부를 채워줄 겁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100에 가까워지게 돼요. 80만 일하고 똑같이 100에 가까워지는 방법입니다.

2024.03.11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되, 퇴근할 때 에너지를 20%만 남겨놓고 퇴근하세요. 배터리도 매일 0%까지 쓰면 20% 까지 쓰고 충전한 배터리보다 빠르게 망가집니다.

2024.03.12

잘 나가는 타인과 본인을 비교하는건 좋지 않지만, 그런 강박에 종종 시달린다면 잘 안풀리는 타인과 본인을 비교해서 본인이 얼마나 나은 처지인지 생각해 보시면 맘이 좀 편하실거에요.

저는 34에 아직 해외에서 박사과정중이고, 해외다보니 포닥들이 많이 오는데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미 동갑~1살 위 지인들은 교수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잘 풀린 케이스들 보면 저도 조바심이 나긴 합니다만, 아직 잘 안풀리고있는 케이스들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나는 괜찮은 상황이구나 싶습니다. 제 주변은 잘 안풀린 케이스들도 다 결국은 잘 풀려서, 꾸준히 하면 나도 잘되겠지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래도 끝없는 자기합리화는 경계해야하구요.

당장은 저랑 비교해보세요. 대학원 재수해서 나이많다고 언급하셨는데, 저는 34에 아직 박사과정중인데 저보단 나은상황이지 않으신가요?

2024.03.13

정신적 문제가 어떤건지는 모르겠으나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유드립니당 저도 실적 압박과 일에 치여 저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던 시기에 불안장애로 병원도 다녀봤었네요.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성취했던 실적들에 만족하고 있고 실력도 늘어서 고통받는 날이 많이 줄었네요. 항상 연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시고 열심히 달려봅시다.

물론 쉬는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를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시간날때마다 운동하시고 하루 아침을 5분이라도 명상으로 시작하고 가끔 전공이랑 전혀관련 없는 책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IF : 3

2024.03.14

연구에 있어서 조급함(혹은 절실함)은 필요악과도 같습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스스로를 망가트리지만, 전혀 없다면 커리어 상으로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대표적인 Trade off 요소이지요.

하지만 제가 여지껏 주변 연구자들을 봐온 경험을 돌이켜 봤을때, 생각보다 이 절실함이란 팩터를 안 갖고 있는... 아니 못갖고 있는 사람도 의외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대단히 많은 사람들을 봐온 건 아니지만서도,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을 봐온 경험이 있습니다. 딱히 그 사람이 게으르다, 멍청하다 이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명확한 원인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 절실함이란 것도 가지게 되는 사람이 있고 아예 그런걸 품을 생각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더군요.

연구자를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량적인 것보다는 정성적인 것이, 또 유형적인 것보단 무형적인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쓴 분께서 갖고 계신 '무언가를 기간내에 이뤄내고 싶다는 조급함과 간절함'은 중요한 유능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씩 덜어내는 법을 익혀나가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경쟁에서는 결국 마지막에 누가 1cm라도 더 팔을 뻗으려고 하느냐는 한 방에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의 역량이라 생각하시고 조금씩 템포를 맞춰나가시면서 자신의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

2024.03.16

개인적으로 좀 노는걸 권합니다. 연구말고 다른길이 있는지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생각보다 인생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성취말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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