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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때문에 엄마가 포기한 것들

IF : 1

2023.10.15

19

13471

저희 엄마는 그 시절에.. 삼촌들도 못간 대학원을 나오셨습니다.
할머니께서 교육열이 강하셨고 집안사정이 나쁘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석사 때는 내내 조교를 하며 학비를 벌었고, 졸업 후 취업을 하셨는데 더 공부를 하려고 박사과정을 시작하셨대요. 아마 일과 병행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제가 태어났어요. 부모님이 바쁘셨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몇년간 키워졌습니다.

그런데 졸업요건을 다 맞추고, 데이터도 다 정리된 상태에서 초고를 쓰다가...
제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저를 양육하는 데 더 집중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 그만두셨대요.
아주 어릴 때인데도 기억나는 게, 늦게까지 일을 하는 엄마 무릎을 베고 타자 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은 안하시고 책을 읽어주며 재워주셨어요.
곧이어 동생도 태어나 엄마의 박사졸업은 그렇게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릴 땐 엄마가 박사수료만 하고 끝났다는 얘기를 들어도 아깝다 뿐이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대학생활을 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며 곱씹어보니 엄마가 너무 대단해 보여요.
제가 엄마라면 절대 포기 못했을 텐데...

그렇게 박사를 포기한 결과가 겨우 지금의 저라니 속상하기도 합니다.

대학원 준비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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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개

2023.10.15

그 시절에 너무 멋지시고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달리는 마키아벨리*

2023.10.15

엄마의 한을 풀어주세요~

대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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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1

2023.10.15

글쓴이 마음 씀씀이가 훌륭하네요. 하지만 글쓴이가 태어나고 그것으로 인해 어머니가 많은 것을 포기한 것은 글쓴이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의 인생의 선택입니다. 글쓴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니까요. 저의 부모님은 입버릇 처럼 너네만 아니였으면 자신들이 더 배움의 기회도 가지고 있었고 둥둥 하소연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부모님의 노고와 희생에는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때문에 인생을 희생했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 희생과 정성은 저의 선택이며, 아이 때문은 아닙니다. 저의 아이는 오로지 저의 선택의 결과이며 제가 그에 대한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 뿐입니다. 글쓴이도 훌륭한 사람 되셔서 나중에 다음 세대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희생이 이전 세대의 일부가 그래왔던 것 처럼 너네 때문이야 라고 합리화만 안하면 더 사회가 훌륭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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