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랩 잡일?

신생랩이 힘드니 피하라는 글이 올라왔던데 과연 신생랩이 아니면 덜 힘들까요? 과제쓰기, 행정잡무, TA, 랩셋업 등을 제시했던데 랩셋업 관련 업무 말고는 신생랩이 아니어도 딱히 업무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저건 교수 재량과 연구비 규모 등에 달린거라서요...오히려 신생이 아닌 랩이 일이 더 많아질 수 있어요. 연구실이 계속 굴러가려면 과제를 따와야되는데 랩 규모가 커질수록 모든 과제제안서와 보고서를 교수 혼자서는 죽어나도 못합니다. 그리고 실무 담당하는 학생이 연구 디테일( =구체적 실험 조건이나 방법)을 더 잘 알기때문에 교수 혼자 하는 것보다 글 쓰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차 학생이 도와주지 않으면 제안서 보고서 쓰기가 불가능해지죠. 이런거 하기 싫으면 인건비 한푼이라도 달라고 하면 안 되는겁니다.
행정잡무는, 저같은 경우 제가 다 하고 학생들은 거의 안 시키는데 그래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오롯이 논문읽고 생각하는 시간 외에는 다 잡무로 느낄 수도 있을겁니다. 예를들어 학회 출장 갔다와서 영수중이니 티켓이니 정리해서 달라고하면 그것도 잡무로 느끼겠죠. 그거 받아서 실제로 처리하는건 제가 다 하는데도 말이죠. 또는 연구재료 주문하는것도 잡무로 느낄 수도 있겠죠. 실제로는 연구의 연장선임에도 불구하고요. 또는 심지어 학회 발표를 위한 초록 써서 제출하는것도 잡일로 생각하는 학생도 있습니다ㅎㅎ 아무튼 진짜 잡일은 연구실 외적인걸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원론적으로는 잡일이라는건 시키면 안 되죠. 그외에는 그냥 다 필요한거고 연구실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더 많아질수도 있다는거...TA야 뭐 안 하고 돈 더 많이 받는게 베스트이지만 어쩔 수 없는 때도 있고 어쨌든 TA수당 더 받잖아요.
랩셋업이 진짜 힘든건데 이건 힘든만큼 실력 쌓는데는 좋습니다. 물론 마음가짐을 어떻게 먹고 임하냐에 따라 아무것도 못 얻어갈수도 있지만요..ㅎ 이런분들한테는 신생랩이 딱히 좋을게 없는거죠. 저는 학생때 신생랩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실험기기들 여러번 세팅해봤는데 다 그게 경험이 되어서 제가 교수되고 나서는 랩셋업 상당히 단기간(3~4개월)에 마치고 곧바로 연구 돌입했습니다.
사실 신생랩 교수 스스로 조심할 필요도 있는것 같아요. 신임교수들은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고 상당히 일이 많은데다가 스트레스 많이 받으므로 일을 학생한테 떠넘기는 경우가 있을텐데 그러다보니 신생랩은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거겠죠. 또 교수 의욕이 넘치다보니 학생이 최소 교수만큼은 열정적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으레 할거고요. 교수나 해야할 업무, 학생이 해야할 업무를 합리적으로 나눠놓고 시켜야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