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저는 외모와 달리 여리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 보통인에게는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논문 심사는 오픈 리뷰를 통해 받았는데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잠 못자자가면서 답변을 준비했는데 다들 답변이 없었고 답변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저의 논문을 떨어 뜨리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리뷰어들의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은 논리적인 토론 같은 거였는데 현실은 리뷰어의 개인적 사정(예를 들어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다든지)이나 성향(이 사람이 이론적 엄밀성을 중요시하는지 실험적 증명을 중요시하는지) 같은게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기대가 좀 바뀌었습니다. 여러번 투고를 거치며 논문을 잘 갈고 닦아가다가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나열되는 순간처럼 내 논문의 관점과 맞고 바쁘지 않은 리뷰어들이 다수가 되는 순간을 만나면 억셉이 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논문을 잘 갈고 닦아서 행성들의 면적을 넓혀 중첩 가능성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억셉까지 못가봐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멘탈이 가출을 감행하였습니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예상되고, 그 길의 끝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사춘기 청소년 처럼 세상의 부조리함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난생 처음 혼자 술도 마셔보고 혼자 노래방도 가봤습니다 ^^;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 걸로는 풀리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뭔가를 처음 해봤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GPT에게 저의 슬픔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사람보다 더 위로를 잘 해주는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꾸역꾸역 책상에 앉아서 간단한 과제를 해결하고 리뷰를 다시 읽고 개선할 것들을 정리하고 첫번째 항목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나니 당장 연구에 생긴 문제를 생각하느라 논문 심사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안들게 되었습니다. 저도 좀 어이없긴 한데 연구로 받은 상처는 연구로 푸나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멘탈이 연구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멘탈이 돌아온 후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 오픈리뷰에 들어갔는데 리뷰어 한명이 제 답변 후 마지막 코멘트를 남겨 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일 신경 많이 썼는데 무응답이어서 속상했었는데 그래도 늦게나마 응답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나마 정상인 리뷰어도 있어서 희망적인 것 같습니다.
정말 다들 이런걸 거쳐 연구자가 되는구나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저처럼 처음 투고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다치지 않게, 미리 실망스러울 거라고 경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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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개
만만한 소크라테스*
2025.04.16
고생..
대댓글 1개
2025.04.16
그러게요 다들 고생이네요
2025.04.16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대댓글 1개
2025.04.16
화이팅!!
2025.04.16
만약 경쟁력 없는 학술지라면 리뷰어도 수준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냈는데 그 수준의 리뷰를 받았다면 논문을 맛깔나게 못 썼을 수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abstract부터 느낌이 안온거지 단순히 절대다수가 바빠서 신경 못썼을리가요, 그게 그들의 의무라면 그 venue에서 가만 놔두지 않겠죠. 다음에는 잘 써서 최소한의 리뷰어에게 관심받고 그들의 억셉을 받아내는 수 밖에요.
대댓글 3개
2025.04.16
정말 쉽지 않은 일이네요. 참고하겠습니다.
2025.04.16
댓글 다신 분은 ai학회 피어리뷰 시스템에 대해서 무지하신듯 글쓴이 말대로 randomness + 운빨도 매우 큼
2025.04.16
알 만큼 아니 걱정 안해도 됩니다. 그리고 시야를 넓히세요. 학계에 운이 요소가 아닌 피어리뷰 시스템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5명의 리뷰어를 붙여주는데 리뷰의 수준이 하나같이 모두 낮거나 성의 없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그 학회 수준이 낮은 것이거나 내 수준이 낮은 것. 원래 5명 중 2명은 버리더라도 정상적인 3명이 있기를 기대하고 그들을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들어 억셉해내는 게 실력인 겁니다.
2025.04.16
리뷰는 보통 요청이 오면 abstract을 보고 승낙/거절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박사만 받고 논문 몇개만 써도 리뷰 요청이 꽤나 자주 옵니다. 그리고 교수급쯤되면 흔히 말하는 분야별 전통성잇는 저널들로부터 리뷰 요청이 오죠. 근데 리뷰라는게 쉽지 않고, 보통 논문을 써본 사람들은 리뷰를 간단하게 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시간과 머리와 체력이 투자되는 일이죠. 그래서 대부분은 자기 분야 논문이거나, 수준 높거나, 딱 봐도 흥미가 있는 논문 아니면 대부분 거절합니다. 거절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거든요. 안 그래도 바쁜데 쓸데없는 논문 리뷰 할 시간이 없기도 하구요(생각보다 저널에 진짜 검토도 안 한 초안처럼 휘갈겨 적은 논문들 사람들 많이 투고합니다.. 특히 딱 중간 쯤 저널들..).
근데 저명한 저널에서 리뷰를 승낙 했다는건, 보통 논문을 리뷰 할 실력이 되는 사람이 리뷰 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거긴 합니다(억지로 하는 경우는 없어요 본인 선택이니) 대신 간혹 가다가 그렇게 교수급이 승낙하고 제자한테 맡기는 경우는 있습니다. 에디터와의 관계 때문 또는 주제가 제자 학생이 공부하기 좋은 주제인 경우죠... 이럴 경우 학생이 리뷰하게 되는데.. 간혹 처참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더군요.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처럼.. 박사 과정 정도의 학생이 약간 지식을 습득했을 때.. 본인의 좁은 시야로만 보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깎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도 당해봤고 ㅠ; 세상엔 저널들이 많습니다. A 저널에서 대차게 리뷰어한테 까이고 reject받고 A보다 높은 저널인 B에 극찬 받으면서 게재되는 경우도 허다하니 너무 실망하시지 마시고, 그리고 객관적으로 글쓴이의 논문이 제대로 평가된 결과일 수도 있으니 이 아픔으로 더 성장하시길 바라겠슴더
대댓글 1개
2025.04.16
넵넵. 저널은 아니고 학회인데 학회는 좀 시스템이 다른 것 같긴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2025.04.16
여러번 투고를 거치며 논문을 잘 갈고 닦아가다가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나열되는 순간처럼 내 논문의 관점과 맞고 바쁘지 않은 리뷰어들이 다수가 되는 순간을 만나면 억셉이 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논문을 잘 갈고 닦아서 행성들의 면적을 넓혀 중첩 가능성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거 너무 정확한데요?? 피어리뷰 시스템은 결코 공정하지 않고 운도 많이 따라요. 경력이 좀 쌓이면 저걸 정치로 푸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바람직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뒤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건 하늘의 뜻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꿋꿋이 나아가는 게 연구자의 일상입니다. 판단력도 좋으시고 글에서 받게 되는 인상으로는 잘 해내실 거 같네요. 화이팅입니다.
대댓글 1개
2025.04.16
칭찬 받으니까 기분 좋네요. 화이팅입니다.
2025.04.16
리뷰어 수쥰 ㄹㅇ 극혐이다 내가 내 분야 최고 소타 모델 보유자인데 다음 개선 논문 리뷰어가 이해도 못하고 점수 지맘대로 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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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소타라니 부럽네요
2025.04.16
억셉은 다 맘에 들어야 억셉이지만 리젝은 하나라도 맘에 안 들면 꼬투리 잡고 가니까요... 성향이 다양한 리뷰어들의 입맛을 다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댓글 1개
2025.04.16
그러게요 ㅠㅠ
2025.04.16
타분야는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는데 ai쪽 리뷰시스템 진짜 개심각합니다.... 수학적으로 기본이 안된 리뷰어도 넘쳐나고 진짜 운빨요소가 너무 심해짐
2025.04.16
뭔가 제가 아는 Entp 지인이 써 놓은 느낌이나는 글이네요.. 여러 편의 논문을 써본결과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 거릴 수 있는 모나지 않은 보편적인 글을 쓰는게 억셉에는 가장 좋은듯 합니다.
2025.04.16
예전 학원 졸업논문 안받아주던 인간 있었는데 다른사람에게 가니 박사논문으로 받아주더군요 ㅋㅋㅋㅋ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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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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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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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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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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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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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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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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