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 과제에 대한 기업 실무자의 현실적인 고민..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회사에서 컴퓨터 비전 관련 R&D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개발만 하던 연차는 지나고 이것저것 맡게 되고
요즘에는 산학 과제를 검토하면서 드는 생각들이 있는데, 다른 분들, 특히 학생이나 연구실에 계신 분들의 솔직한 의견이 궁금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제가 뭘 잘 몰라서 하는 생각일 수도 있으니 편하게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특정 분야만 깊게 파는 연구실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특히 하드웨어랑 엮이는 곳들은 더욱더.
​요즘 컴퓨터 비전 쪽을 보면, 어느 한 분야의 맥을 잇는다기보다는 AI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서 뭘 개선할지에 대한 응용 연구가 정말 많아진 것 같아요. 의료, 로봇, 자율주행 등등... 당연한 흐름이고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딱 이 지점에서 회사와의 엇박자가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특히 윗분들은 '이 랩이랑 과제하면, 기술 가져오면 바로 우리 제품에 적용해서 성과 낼 수 있나?' 이런 기대를 많이 하시거든요. 당장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breakthrough'를 기대하면서 산학 과제에 돈을 쓰는 거죠.
​하지만 막상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연구실에서 제안하는 방법이 이미 회사에서 여러 번 테스트해보고 잘 안된다고 결론 내렸던 것일 때도 있고... 정말 이상적인 조건에서만 동작 가능한 방법이거나, 방향성이 미묘하게 우리 제품과는 다른 길로 갈 때도 있고요.
​물론 학생분들 입장에선 논문 쓰고 졸업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인 거 너무 잘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연구의 독창성이나 학문적 의미가 중요하지, 독창성 떨어져도 잘 조합해서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게 만들거나
코드의 안정성이나 상용화 수준의 최적화까지 신경 쓰긴 당연히 어렵겠죠.

​그래서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R&D 하다가 막힌다고 산학 과제를 한다고 해서 이게 정말 'breakthrough'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산학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R&D나 인재 교류의 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회사 윗분들 설득하는 게 참 어렵네요.
​여기까지가 그냥 제 푸념 섞인 고민이었고
​제가 정말 궁금한 건 연구실에 계신 분들의 입장입니다.(교수, 학생 둘다)

​제가 너무 기업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걸까요? 혹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연구실 입장에서 보실 때, '이런 산학 과제는 정말 하기 싫다' 또는 '의미 없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반대로 '이런 회사랑은 정말 일하고 싶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산학협력이 모두에게 윈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