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때까진 소극적이더라도 그냥 수업듣고 시험 잘보면 인정받는데 별 상관없지만 대학원에선 어렵다. 약간 뻔뻔도 해야하고 갈굼 당하더라도 약간 뻔뻔하게 들이밀기도 해야하고 그런게 좀 필요한데 애들 앞에서는 아무소리도 못하다가 뒤에서 궁시렁 대기시작하면 그 커리어 성공적이기 힘든것 같다. 내가 딱 그런 류였는데 결국 내 시간과 자존감만 갉아 먹던거였다.
학위때 소극적이고 해외학회 보내준다하면 안가면 안되냐고 하는 학생이었다. (영어 발표하기 싫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지도교수가 저걸 데리고 있어야하나.. 싶었을것 같은데 그땐 그냥 그걸 피하는게 중요했다.
랩원들이 어디 지원했다고 하면 내심.. 안되길 바랬다. 나쁜 심보지만 이제 고백하면 우린 다같이 안되는 환경이야... 이걸 확인받고 싶었던것 같다. 그런데 하나둘씩 자리잡고 나갈때 나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내 문제라는걸. 학부때 학점도 가장 좋았는데 퍼포먼스는 나만 뒤쳐지기 시작했고 면피하는게 버릇이 됐다. 대학원을 관두겠다고 교수를 찾아가니..
그래서 관두고 뭐하려고? 1년간 교환학생이나 다녀오면 어떠냐는 얘기에 관두는 마당에 1년 세금도둑이나 하고 관두자는 마음에 교환학생을 갔다. 지도교수가 배워오라는 테크닉이 있었는데 이것마저 못해내면 진짜 인간 쓰레기다 싶어서 좀 열심히 익혔다.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는데 한 5년 넘게 무기력한 폐인짓을 했더니 처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데만 3개월은 걸렸다. 환경도 바뀌고 다시 고교때 가졌던 성실함을 좀 복구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멘탈도 긍정적으로 바뀌어갔다.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원 지도교수와 얘기해서 박사학위를 2개 취득하기로 했다.
그리고 달라진 내 모습을 확인받고 싶어서 학회일자도 기다렸다. 그리고 커멘트를 받는게 기다려졌고 남의 포스터나 발표에 가서도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상태로 오기까지 2년정도 걸렸다. 남들은 5년에 하는걸 8년이 걸렸지만 분명 교환학생이 전환점이 된것 같다.
지금 포기를 고려중인 사람들. 잠시 부끄러움을 면하기 위해 본인 상황의 주변요인을 나열하면서 나는 다른 문제가 아니라 지금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손절하려고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면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정말 그게 다였는지. 그리고.. 본인한테 좀 부끄러운건 없는지 다시 잘 생각해보고. 나는 그 랩 동기들 취직 안되길 내심 바랬던 내가 너무 민망해서 요즘도 종종 이불킥을 찬다. 그리고 그 멘탈로 뭐를 하던 됐을까 싶다.
2021.09.22
2021.09.22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