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PK 박사 취득 후 현재 포닥으로 근무하며 구직 활동 중인 고학력 백수입니다...
학위 과정 중에는 정말 졸업만 하자... 졸업이 답이다...라며 하루 빨리 탈출을 꿈꿨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 또 취업이 문제입니다. 인생은 역시 산 넘어 산이네요...
제 연구 분야 특성 상 TO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어떤 곳에든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major한 비중을 가지지는 않는 classic한 분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구직 공고 자체도 많이 나오지 않고, 나온다 해도 저의 연구 주제와는 잘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고 하는 중입니다. ^^;;
이런 고충은 취업 준비를 하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일 듯 하여, 본론인 저의 고민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도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졸업생 분들에게, '대기업 가면 망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표현이 매우 자극적이기에, 구체적으로 얘기를 드리자면
대기업을 가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구는 하지 못하고, 고과 경쟁에 치이며, 정년보다 훨씬 일찍 회사를 나와야 한다 등의 누구나 아실 법한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또 거의 세뇌 되듯이 듣는 말은, 이런 고충을 그나마 덜 겪고 연구자로서 활동하기 위해선 정출연이나 교수 등 학계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위 과정 초기부터 이런 말을 들어왔던 터라, 대기업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제가 취업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서니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본가도, 그리고 대학교도 서울에 있었다 보니 저의 모든 연고가 서울에 있기에 서울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또한 대학교 졸업 후 취업한 친구들과 달리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을 벌어보고 싶기도 하구요.
또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니, 저는 창의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 industry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훨씬 더 흥미가 있습니다.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최대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평가해봤을 때 드는 생각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봤을 때 대전 소재의 정출연 보다는 경기권 대기업 (삼성, 현대)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또 연구자로서의 삶이나 업무 강도, 정년 보장 등이 만족되는 정출연의 장점 또한 욕심이 납니다.
지금 당장 학교를 벗어나고픈 마음에 대기업을 생각하는 것일 수 있기에, 먼 미래를 본다면 정출연이 더 많은 장점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대전 혹은 다른 지방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 저에겐 무시하지 못하는 단점입니다.
현재 결혼은 생각 중인 여자친구가 있는데, 주말 부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경기권 근무가 가능한 대기업이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집니다.
그리고 TO가 언제 날지도 모르고, 경쟁도 치열한 정출연에 입원하기 위해 포닥 등으로 시간을 더 쓰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분명 어떤 분들은 '그냥 너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되지 왜 고민이냐'라고 하실 듯 합니다.
저도 소심한 부분인 걸 알지만,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교수님의 눈치 입니다.
학위 과정 내내 저에게 학계에 남아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씀을 끊임없이 하셨는데, 그렇게 가지 말라던 대기업을 가게 되면
교수님과의 관계가 틀어질까봐 고민이 되고 또 무섭기도 합니다..ㅠ
글이 좀 횡설수설 해졌는데, 3줄 요약을 해보겠습니다.
1. 대기업과 정출연을 고민 중입니다. (주된 이유는 근무 지역, 다른 이유는 연봉)
2. 현재는 대기업에 마음이 많이 기운 상태 입니다. (그러나 교수님과의 관계, 그리고 미래의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있음)
3. 같은 이유로, 혹은 비슷한 이유로 대기업/정출연 선택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껏 박사학위도 취득했는데 정작 자기 앞길도 자신있게 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하게 보이기도 하네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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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IF : 2
2021.10.14
대학원생 때보다 박사후 구직 시기가 훨씬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포닥때 구직활동 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지도교수님 생각은 고려하지 마세요. 가족과 내 생각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습니다. 교수님과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다면 취업 후 죄송한 마음 전달 드려도 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포닥이 학계에 남는걸 중도포기하고 회사로 갑니다. 그러니 회사 가는게 실패자나 낙오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니 학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빨리 회사 가시는 것도 답입니다.
그런데 미련이 많이 남는다면, 지방 정출연 취업을 하고 (물론 이것도 어렵습니다.) 또는 해외 포닥을 가시기 바랍니다. 이후 수도권 대학으로 다시 이직 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대학원 때부터 불안정한 생활을 하셨을 것이므로 평생직장을 빨리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지만, 목표가 있으시다면 한두번 더 점프할 것 생각하고 많은 계속 고생하셔야 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직장) 어려움이나 조금 힘든 상황이 와도 후회가 적고 이겨내고 다 해내죠 대기업가서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올라가는 박사들도 많습니다. 대전권 연구단지 가서 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교수하면서 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선택해서 가면 나름 장단점이 있는지라 결정하고 들어가면 이리저리 해서 잘 삽니다 ,,, 다른 이유로 대기업에서 정출연이나 교수로 변신 할 수 도 있고 창업할 수 도 있죠, 그때 그때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본인이 갈 길을 정해서 가면 되는 것임(결혼, 자녀교육, 인간관계, 주거지 여건 등등)
대기업 가면 교수랑 관계를 왜 걱정하시는지... 뭐 미래를 위해 큰그림 그릴수도 있겠지만 대기업가면 망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진 분을 꼭 큰그림을 위해 모실 필요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교수들이 그렇게 많이 얘기하기도 하고요. 자기들은 학계 진입과 자리잡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니 그렇게 얘기하는거죠.
그냥 하고싶은거 하세요.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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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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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