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작년8월에 교수님과 컨택하고, 바로 랩실에서 일하면 어떻냐 하셨지만 아직 졸업을 안해서 1월 말부터 랩실에서 일하자고 이야기가 되어 1월 말부터 일하게 되었는데요.
실험과 공부와 논문... 사실 어느정도 생각은 하고 들어갔으나 실험 프로토콜 하나 제대로 숙지도 못하고 더 큰건, 건강이 너무 나빠졌습니다. 학부시절 땐 매일 실험을 해왔던 건 아녀서 잘 몰랐는데, 라텍스에 예민한건지 랩실에 와서 매일 실험하니까 손에 알러지 증상이 막 올라오고, 또 너무 못알아 들어서 좀 욕도 먹으니 정신도 잘 안차려지고 하더라구요. 랩실만 보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목적으로 간건데 생각보다 실험 위주로 흘러가고, 제가 버틸 수 없는 환경임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교수님께 너무 죄송하지만, 도와주시는 선생님께도 여러가지로 민폐인 것 같고, 여러가지 생각해서 입학취소를 결정했습니다... 2월 말인데 입학취소한다는 것도 참 민폐네요...
교수님과 이번주 미팅이 있는데 그때 말씀드리면 너무 갑작스러운가 싶고 그렇네요. 대학원 입학 취소하신 분들.... 계신가요? 아니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라텍스 알러지있으면 니트릴글러브 대안이 있습니다. 아니면 비닐성분 좀 들어간 쫀쫀한 장갑도 많이 썼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다 잘하냐(사실 이게 맞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배째고 버티는 방법도 있긴 한데, 한달 된 학생을 그렇게 볶았다면 좀... 그 도와준다는 사람이 좀 그렇긴 하네요. 얘기하려면 여러사람 같이 있을땐 말고 일단 교수님이랑 둘만 있을때 얘기해보세요.
그리고 대학원은 원래 공부목적이 아니라 연구목적입니다. 정말 자료 놓고 공부하는거 위주로 가려면 이론쪽 랩 다시 찾아보세요. 대신 거기 나왔을 때 진로는 지금 랩보다 훨씬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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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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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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