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 일을 하는데, 가끔 중요한(?) 글들은 교수님께서 제가 쓴 내용들을 직접 탈고하십니다. 문제는, 탈고하신 내용이 틀렸다는 겁니다. 그니까... 정말 틀렸어요. 근본적인 내용을 틀리시는건 아니지만 (예를들어 1+1=3이라고 쓴다던가), 이 연구내용 혹은 결과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종종 하십니다 (1+1=2라고 고쳐놓으셨지만 맥락상 필요한 말이 아님).
처음에는 교수님께서 고치신 부분을 최대한 본문에 잘 녹여내고자 (?) 했는데 점점 저도 지쳐서 이제는 그 내용이 틀렸다거나 맥락에 맞지않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예의는 갖춥니다). 그랬더니 좀 기분이나 자존심이 많이 상하시는 모양이에요. 교수님들 다들 훌륭하시고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언젠가는 학생이 (사소한 부분이라도) 교수님보다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쩔수 없지않나요? 항상 교수님 그늘밑에서만 있을 수도 없고... 네네 하면서 교수님 요구 들어드리는게 정말... 너무 지칩니다. 오히려 연구는 쉬워요. 설득도 연구적인 설득이 아니라 이런 부분들에서 계속 걸리는게 너무 힘듭니다.
뭐... 요약하자면 맞는 말만 하기엔 교수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예 권한을 저한테 넘겨주시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교수님이 결국 한번은 결과물을 보셔야하고 그런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것들을 손대시거든요. 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예를들어 수업때나 심지어 국내학회지에도 말도 안되는 내용을 강의, 투고하셔서 저를 비롯한 선후배들이 수습하느라 고생한게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계신가요? 이런 교수님 밑에서 학위받고... 포닥이든 취업이든 할 수 있을까요. 지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디펜스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완전히 다른내용들을 갑자기 물어보시면서 분석을 요청하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선배들을 보면 다들 어디론가 잘 가시기는 해요. 근데 그냥... 오늘도 연구실을 가자마자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요. 어찌보면 넋두리네요. 다들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힘든, 힘들어도 얻는게 있는 학위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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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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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0
흔히 문어발식 연구를 하는 연구실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교수님의 전문분야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연구를 하다보니 교수님의 전문성이 떨어짐으로 인하여 교수님의 탈고가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종종 있습니다. 보통은 다들 교수님에게 더 이상의 연구지도는 포기하면서 졸업을 하죠.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교수들이 한 분야만 파야하는데 펀딩을 위해 연구분야를 너무 넓히죠. 그러면서 전문성은 저세상으로...
대댓글 1개
2023.05.30
맞는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리고 어이없게도(?)) 교수님의 전공분야라서 더 손을 대시는 것 같습니다. 자존심도 더 상해하시고요. 요즘의 트렌드와 요구를 못따라가시는건지... 놀랍게도 본인 전공분야지만 국내학회지는 리젝이라 제가 갈아엎어서 투고했습니다.
2023.05.31
교수님 실력문제네요. 공부를 안하셔서 그래요.. 교수님은 바꿀 수 없으니 글쓴이님이 잘 대처하셔야 겠네요ㅜㅜ 저는 그냥 서비스직마냥 네네 고치겠습니다 합니다. 성가시긴하지만 중요한 데이터는 그대로인것만 만족하고요.
대댓글 1개
2023.06.01
그쵸. 저도 그동안 최대한 교수님의견을 수용하였는데 점점 지쳐가네요...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5.31
(1) 교수님이 정말 틀렸을 경우, 즉 누가봐도 A인데 B라고 강요하면 적어도 교수님이 맘에 안들어하는 A를 들이대기 보단 A'라도 보여주는 성의를 보일수 있고요.. (2) A와 B 양측 다 곱씹으면 일리가 있는 경우 (보통 논문 포지셔닝이나 컨트리뷰션 잡는 부분에서 일어남), 특히 A로 투고해도 결과가 잘 안나올땐 본인 프레임에 갇혀있는 상황도 자주 보입니다. 박사 졸업 연차 들어서기 전까진 내 연구일지 언정 지도 교수님 말엔 적어도 takeaway가 분명 있다고 봅니당.
대댓글 1개
2023.06.01
(1)을 그동안 하고있었는데 너무 지치네요. 딱히 도움되는 의견은 아니고 예를들면 그림을 넣자고하셔서 넣었다가, 빼는게 나은것같다고 해서 빼면 다시 넣는게 더 나은것 같다 하시고, 이런것만 계속하다가 결국 너 생각엔 뭐가 나은것 같니? 이십니다... 연구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의견이면 귀찮아도 힘닿는데까진 따르려고하는데 이건 너무 지치네요.
명석한 리처드 파인만*
2023.06.01
정말 본인이 맞다면 교수를 이해를 잘시켜야. 그게 학생의 역할.
대댓글 2개
2023.06.01
이런 과학적이고 생산적인 디스커션이라도 좀 해보고 싶네요. 앞의 대댓글처럼 소모적인 경우가 태반이라서요.
명석한 리처드 파인만*
2023.06.01
여기서 칭찬 받기는 난생 첨일세.
2024.04.04
논문은 자신의 몸에 새기는 문신과도 같은 것입니다. 학위를 따는게 목적이라면 교수님의 잘못이 옳다고 인정하셔야 목적을 달성하실테고, 그렇지 않고 학문을 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교수님과 싸우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합니다. 그 방법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구요. 깁박사넷에 고민하고 있는 글들이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여서 세상은 돌고 도나봅니다.
2024.09.28
너무 이해가 됩니다. 제가 썼던 방법은 일단 교수님이 얘기할 당시에는 틀린 말일지라도 직접적으로 틀렸다고 하지 않고 수긍하는 형태로 대화를 하고, 그 후에 다시 생각을 해봤는데... 라고 얘기하면서 내 의견을 얘기하는 방식입니다. 교수님도 자기가 말하는 게 틀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틀렸다는 걸 지적받는게 기분 나쁜 것이 문제였기 때문에 이렇게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었었는데, 물론 그 전에 내용적으로 교수님이 잘 이해하도록 계속 디스커션을 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죠. 그리고 그런 교수님이라면 빠른 졸업이 살 길입니다.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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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0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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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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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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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023.06.01
2024.04.04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