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학부 문제입니다. 도와주세요.. 한양대 컴소 선택 안하고 서강대 컴공을 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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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석사 졸업 미혼 아즈매의 대학원 단상
후회하는 백석
IF : 1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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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82
0. 주의사항 오로지 나의 경험에 한정된 이야기임. 편향된 이야기라고 너무 구박하지 말아주시길 ㅠㅠ. 참고로 나는 과고 조졸 - 학부 4년 - 석사 2년 - 전문직 6년차 미혼이지만 아즈매임
1. 학점과 연구능력 나는 나름 spk 숨마쿰이었고 석차는 상위 10% 내쯤이었는데 석사 2년동안 출판 한건도 못함 ㅠ.ㅠ
2. 여유와 연구능력 석사 당시 부모님이 맨날 돈벌기 힘들다고 제발 공부좀 그만하고 돈벌어오라 그러셨는데 그럴수록 뭔가 빨리 연구 성과를 내서 부모님, 그리고 내 자신에게 내가 연구라는 사치를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음. 그래서 공부 빡세게 하면 학점 잘나오듯이 연구 빡세게 하면 연구 성과 잘나올줄 알고 나름 빡세게 했는데 다른데서 동일한 내용의 논문이 먼저 나옴. 내가 나에게 준 2년의 기한 안에 논문 출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그냥 석사 졸업하기로 함. 여유가 없으면 연구를 포기하게 됨. 1) 집에 돈이 있거나 2) 부모님 중 교수가 계셔서 이해해 주시거나 3) 무던한 성격이 유리함. 물론 여유가 너무 많아도 연구를 안하게 되는 문제가 있지만 이경우 무서운 교수님이 어느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같음. 하고싶은말: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증명 책임은 너에게 있지 않다.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3. 연구주제 및 연구실 선택 연구 인생의 배우자를 찾는 일. 복불복이지만 그래도 후회 안하려면 최대한 많이 서치해보고 들어가는게 후회를 덜하는 길인 것 같음. 설령 졸업을 1학기나 1년쯤 늦추더라도 선택에 시간을 들여야 후회가 적다. 나는 원래 가고 싶었던 랩이 있었는데 인원이 다 차버렸음. 하두 집에서 돈 벌어오라하는 판국이라 졸업 늦출 수가 없어서 그냥 차선책을 선택함. 그 시절에는 김박사넷이 없었음. 나중에 김박사넷이 생기고 원래 가고 싶었던 교수님 평점이 너무 좋아서 살짝 후회됬음. 뭐 사후적 고찰일 수도.
4. 교수하는 선배/동기/후배를 보며 느낀점 솔직히 똑똑한 순으로 되는 건 아닌것 같음. 교수될때까지 기다린 사람이 교수되는 것 같음. 여유가 중요함. 그리고 연구 트렌드도 중요함. 요즘 분야가 핫해져서 교수 임용된 연구실 식구들이 많음.
5. 박사수료만한 선배/동기/후배를 보며 느낀점 이것도 멍청한 순은 아님. 오히려 자기가 하는 연구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똑똑한 친구들이 그만두는 편 솔직히 말하면 박사받은 선배/동기/후배 중에 자기가 하는 연구에 회의를 못느끼는 멍청이도 꽤 존재하는 것 같음.
6. 학벌 업그레이드 후 대기업 취업이 목적이라면 박사 진학 강추 여기 석박 6년동안 못버는거 엄청 아까워 하는데.. 자취 가정하면 s전자 학부마치고 들어가도 6년동안 모으는 돈 한 1억 5천쯤 될것으로 추정. 생각보다 돈 잘 안모임. 근데 한 20년 동안 박사로 대우 받으며 일하는 것과 학부로 일하는 것은 1억 5천보다 훨씬 큰 가치라고 생각됨. 살다보면 투자로 1.5억 날리는건 일도 아님. 석사 마치고 회사간 선배/동기/후배 말 들어보면 석사도 박사님들 심부름이나 해주는 것 같음. 서성한 쯤에서 spk로 학벌 업그레이드 후 대기업 취업한 선배/동기/후배가 박사 만족도가 높은듯.
7. 연구자 연구를 하다보면 내 연구가 안될만한 이유를 남들보다 훨씬 많이 알게되는 것 같음. (물론 모르는 멍청이도 있음. 오히려 이런 멍청이가 박사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아이러니) 연구는 99가지 안되는 이유 중에서도 1가지 되는 이유를 발견하는 과정인 것 같음.
8. 사람마다 박사의 무게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박사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내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박사를 포기했다. 나는 그저그런 박사가 되느니 아무 박사도 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박사는 그저 라이센스일뿐. 너무 무거우면 완주할 수 없다.
9. (연구랑 관련은 없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을 소중히 다뤄라. 좋은 논문을 읽으면 설레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연구가 잘 안풀리니까 내가 이 노력으로 사회에 나가서 뭐든지 하면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아직까지 그때의 설렘만큼 설레는 걸 못찾았다. 그리고 즐겁지 않으면 열심히 할수가 없고, 열심히 할수가 없으니 잘할 수 없다. 나는 학교에 있을때만해도 내가 매우 성실하며 적극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건 공부가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늦게서야 깨달았다. 지금은 하기 싫은 일 미루다 억지로 꾸역꾸역하는 여느 불성실하며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었다.
10. 연구는 요지경 열심히 하던 친구는 연구 결과가 계속 안나오니까 지침& 교수님이 결과 내라고 닥달해서 수료하고 도망침 저녁에 게임만 하던 친구는 코웍 교수님 잘만나 교수님이 거의 논문 써주다시피 해서 일찍 박사마치고 대기업 입성 성공.
11. 인생도 요지경 그러나 꼭 박사수료만 하고 도망쳤다고 못사는거 아니고 박사 빨리 마쳤다고 잘사는거 아님. 긴 여정이 남아 있고. 수많은 기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 살다보면 정말 상상하지 못한 시점에 상상하지 못한 사건을 마주하는 것 같다.
긴 라떼 이야기 였음. 마지막으로 멋진말을 남기고 싶은데 잘 안떠오름. 생각나면 또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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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6개
2023.06.0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3.06.04
소중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spk 원하던 랩실 입학을 앞두고 대기업에 합격하는 바람에 마음이 조금은 흔들렸는데, 가족들의 지지속에서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 와중에 글쓴이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석박사진학에 힘이 실립니다.
똑똑한 순으로 완주하는 거 아니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머리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학위에 대한 이상이 크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가 높고, 자기가 하는 연구에 대해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서 석사에서 마무리하는 케이스를 저도 봤던지라.. 막연함을 견딜 무던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23.06.04
2023.06.04
대댓글 1개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