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가장 핫한 댓글은?

석사 자퇴 후 해외로 진학

2024.12.12

2

392

안녕하세요 2학기가 마무리되는 이공계 석사생입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학을 했고 입학 전부터 박사진학까지 염두해 두었기 때문에 더더욱 고민이 많습니다. 입학 전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관련 분야기도 했고 대졸로서 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달랐기 때문에 이왕 배울 거 제대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퇴사를 하고 풀타임으로 진학을 했습니다. 논문 주제, 교수님 인성 및 지도력, 외부장학금 다 맘에 드는데 인간관계때문에 모든 것이 다 어그러져서 자퇴하고 타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입니다. 약 1년 간에 무수한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 중 일부만 적어보겠습니다.

입학 초기에 타랩 사람이랑 모종의 이유로 싸웠고 그 사람이 저에 대한 뒷담화를 지속적으로 해서 순식간에 학과에 제 이미지가 나락을 갔습니다. 제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 학생이 저한테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있는 거 같다며 엮기지 않은 게 제게 좋을 것 같다 조언 주기도 했고 제가 회피성향이 있어서 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신경을 안 썼던 게 큰 화근이 되었습니다. 그 랩실 사람들은 1-2명을 제외하고 제가 인사할 때마다 그냥 째려보거나 유령으로 취급했고 대놓고 수근거렸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수님께 상담을 해봤으나 교수님은 저의 책임이라며 너가 사회생활을 못 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과 같은 랩실 사람들이랑도 싸워서 그 랩실 사람 중 한 명이 나갔습니다.) 그 뒤로 교수님께서는 싸운 타랩 사람과 대화를 해봐라 먼저 사과를 해라 등등 절 많이 도와주려고 하셨지만 먼저 사과를 해도 그 타랩 사람은 오히려 절 비난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계속 대화해보라고 하고 그 외 여러 무수히 많은 일들이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전 타과학생들이랑 더 친한데 교수님께서는 타과 학생들과 어울리는 걸 안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타랩이기에 눈 감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랩실에 선배 한 분이 저희 랩보다 그 타 랩 사람들이랑 친해서 항상 밥도 타랩 사람들이랑 먹습니다. 문제는 그 선배한테 배워야 하는 실험이 있는데 제대로 못 배우고 있습니다. 그 선배는 그 실험을 제대로 배워서 안정화시키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 실험이 다양한 시약이 필요한데 그 시약들을 미리 작은 tube에 소분해둡니다. 매번 보는 건 허락을 받았지만, 그 선배는 아무런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가까이 와서 보려고 하면 그 선배는 거치적거려서 실험 망칠 거 같으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거나 옆에 있던 친구랑 대화를 하여 대충 이 단계에선 이 시약일 거 같은데 어림짐작만 하고 제대로 배울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도 지도 교수님과 상담해봤고 그 선배도 잘못이지만 제가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해놓지 않은 제 탓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저와 개인적으로 일어난 일도 없고 같은 랩실 선배 사이에서도 유명한 분입니다.

입학 초반부터 인간관계가 틀어져 같은 학과에 친한 사람 한 명도 없고, 같은 랩실 사람들은 다 하늘같이 연차 높은 선배들만 있고 실험은 계속 실패하는데다 과 특성상 발표가 많은데 제게 호의적이지 않은 학과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되고, 교수님의 압박 등등 스트레스는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극에 달해있습니다. 같은 학과 사람들간에 있는 게 불편하기 때문에 일부러 수업 정각에 들어가고 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집중이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 동문서답 대답을 하고 예전엔 교과서를 보면 그림 찍히듯 선명하게 기억이 났는데 지금은 뇌에 하얀 스모그 연기가 답답하게 가로 막는 느낌입니다. 그럴 수록 잠도 줄이며 새벽까지 논문을 읽지만 실험은 여전히 실패의 연속이고 실패할 수록 자신감은 하락하며 학교에 가기가 싫습니다. 조용히 논문만 읽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저에게 왜 연구를 해야하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고 전 여전히 논문 읽는 게 재밌고 더 공부하고 싶으나 그 분야로 박사까지 하고 싶으나 계속된 실험 실패와 자신감은 거의 없어지고 의기소침해지고 더 소극적이 되고 급기야 질문을 할 때 조차 무섭습니다. 남은 학기 안에 새로운 실험을 언제 배워 언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고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내가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을 때 답은 그 전에 제가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바에야 돌아가더라도 해외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하는 게 더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해외에 있는 대학원이냐 하시면 현재 대학원이 이 분야로 한 손에 꼽히는 곳이고 분야 특성상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으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 학교를 자퇴하고 다른 학교로 가는 게 시간낭비는 아닐까 고민이 되고 인간관계가 이렇게까지 꼬인 적은 제 인생에 처음인만큼 다른 새로운 대학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하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일단 자퇴하면 이번 겨울방학 때 영어 성적을 따 놓고 관련 분야 계약직을 1년 하면서 꾸준히 실험과 논문을 읽으며 해외 랩실 컨택도 할 계획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2개

2024.12.13

목표가 있는 삶은 뭘 하든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결정을 했으면 힘차게 가면 됩니다.

2024.12.16

힘내세요

댓글쓰기

게시판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