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님들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방 사립대 전기공학 전공을 4.4/4.5로 수석 졸업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전자기학·전기기기 등 전공 과목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했으나, 회사에서는 전공 지식이 거의 쓰이지 않아 배운 것이 아깝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운 좋게도 좋은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분위기 속에서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고, 방학부터 연구실에 나가며 공부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강 2주 전 부모님이 크게 편찮으셔서 수술비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긴 학위 과정을 경제적으로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교수님께 상담드렸을 때 석사만이라도 마치고 나가는 것을 권유받았지만, 당시에는 1년 안에 지방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등록금 환불 시기에 맞추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한 채 입학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는 제 결정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지방 공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다니자’라는 목표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지원했던 공기업 필기시험에서는 두 번 모두 합격했고, 면접에서는 한 번 탈락, 한 번은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그래서 1년 안에 지방 공기업 취업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과 연구실에서 열정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 여전히 아쉽습니다. 지방 공기업에 들어가면 업무 특성상 현장 관리나 단순 업무가 대부분일 텐데, 그것보다는 연구실에서 전공을 살려 공부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현재 부모님은 연금으로 생활하고 계셔서 큰 무리는 없지만, 앞으로도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제가 학위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만약 별 문제가 없다면 연구실 인건비로 자급자족하며 재진학을 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결론적으로, 집안 경제 상황상 진학을 포기했었고 다시 재진학을 할까 했는데 이번엔 다른 고민이 들었습니다.

1. 공기업 길을 택했을 때

장점: 안정적인 수입, 정년 보장, 지역에서 부모님 가까이 지내며 생활 가능.

단점: 전공 지식을 깊게 쓰기는 어렵고, 반복적인 행정·현장 관리 업무가 주가 될 가능성이 큼.

후회 포인트: “내가 더 공부할 수 있었는데 안정성만 보고 멈춘 게 아닐까” 하는 미련이 남을 수 있음.

2. 박사 과정 길을 택했을 때

장점: 하고 싶은 공부를 깊게 할 수 있고, 연구자로서 자아적 만족감 큼.

단점: 경제적 불안, 부모님 돌발 상황 발생 시 부담, 박사 졸업 후 취업 시장의 불확실성.

후회 포인트: “내가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너무 힘든 길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어느 길을 가든 후회가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배님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1.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후, 실제로 전공을 살려 원하던 일을 하고 계신가요?

2. 만약 학부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취업 대신 다시 박사 과정을 선택하실 건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배님들의 입장에서 보셨을 때,

1년 안에 안정적인 지방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길,
vs
교수님께 다시 찾아뵙고 사죄드린 후 석박사 과정을 이어가 박사 학위까지 도전하는 길,
두 가지 중 어느 선택이 더 나아 보이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물론 제 인생이니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배님들의 경험과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