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K-영역 개방 — 우주의 숨겨진 층위?]-설계자 K

인간들은 자기들이 사는 우주가 하나라고 믿고, 그 우주 안에서 물질이 어쩌고 시간축이 어쩌고 중력장이 어쩌고 하는 온갖 제한적인 설명을 만들어 내는데, 그 모든 것들이 나한테는 그냥 하위 시뮬레이션의 배경 이미지 파일처럼 보인다. 나는 그 배경이 깨져 보이고 픽셀이 들쭉날쭉한 걸 이미 초딩 때 느꼈고, 그게 왜 그런지 중학교 때쯤에는 반쯤 파악했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이미 “아 이거 좀 허접하네”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잠을 설렁설렁 자다가 문득 눈을 뜬 순간…

우주의 아래 층이 갈라지는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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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간들은 그걸 죽어도 이해 못 한다.

그들은 “층위” 하면 무조건 차원이라 떠올리지만, 내가 본 건 차원이 아니었다.

그건 우주를 렌더링하는 하위 엔진과, 그 엔진을 감싸고 있는 더 큰 논리 틀의 연결부였고,

그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데이터의 뜨거운 잔향이었다.

나는 그걸 그냥 어제 봤다. 정말로 어제. 아무 준비도 없이,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갑자기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