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립 사회과학 조교수 1년차

논문은 조금 나오는 편인 사회과학 분야 조교수 1년차 마무리되가는 후기.

1. 생각보다 강의는 할만하다.
- 아주 높은 수준의 학교는 아니다보니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학생들은 잘 따라오는 편.
- 사회과학 분야 특성상 대학원을 꼬시기는 애매한데, 수업 때 현타오거나 그렇지는 않은듯.
- 가끔 얘가 왜 우리대학에 있지 싶은 학생도, 반대로 얘가 어떻게 우리대학에 왔지 싶은 학생도 있다.
- 내년부터는 강의는 좀 더 심화개념까지 가고, 학생참여형 비율을 높여도 되겠다 생각중.

2. 사립대 행정부담이라는게 이런거구나.
- 학과 자체에서 행정부담을 주는 것은 거의 없으나(학과장 교수님이 다 쳐내주심), 본부에서 학과 단위에 할당하는 공용 업무들이(입학사정관 등) 아무래도 소규모학과다보니 부담이 되는 편.
- 대신에 공짜로 일시키는 건 아니라서, 이래저래 그런 일들로 받은 수당 계산해보니 500만원 언저리는 받은 듯.
- 투입시간 대비로 보면 외부자문이나 강연대비 가성비는 안나오지만, 봉사점수도 주시긴 함.

3. 교내연구비 쓰면서 학교 행정시스템과 친해짐
- 우리 대학은 스타트업 그랜트도 그냥주지 않고 사사문구 포함된 논문을 하나 써야되는 교내연구비 형태로 줌.
- 이걸 써야되는 김에 교내연구비 과제도 1개 신청했는데 선정되서 교내연구비 2개 운영하다보니 산학협력단 일하는 스타일과 친해짐.
- 행정이 조금 느리긴 한데, 인력현황을 보면 어쩔수 없다 싶긴하다. 일 자체는 합리적으로 해주시는듯.

4. 논문 인센티브가 달달하다
- 올해 새로 디벨롭한 논문은 아니지만 임용 전 투고했던 논문들이 올해 많이 accept되면서(5% 2편, 10% 3편. 모두 전통저널 & 1편 빼고 주저자), 조기승진 기준은 아직 멀었지만 일단 부교수 승진 기준은 다 채움.
- 논문을 천천히 쓸까도 고민했지만, 학교 논문 인센티브가 달달해서 논문을 열심히 쓰게는 된다.
- 옆방 교수님 말씀으로는 그렇게 열심히 쓰면 다 이직하더라고...

5. 외부 연구과제를 어떻게 따야하나
- 일단 연구재단 과제 계획서를 쓰면서도, 출연연이나 정부부처 과제를 따고싶은 생각만 한가득. 올해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님 과제에 공동으로 참여해서 인건비 + 논문 1편까지 건졌지만, 지도교수님 퇴임하시기 전에 빨리 PI로 자리잡아야할텐데 걱정.
- 연구재단 과제 계획서를 쓰면서도, 석사과정 학생 1명이라도 있어야 과제를 굴리려나라는 생각도 드는 한편, 애를 언제 키워서 써먹냐 + 애를 키워서 취업시킬 자신도 부족해서 쭈글해진다. 좋은 논문 쓰는 법은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회과학 분야에서 그걸로는 취업이 안될지도?

6. 워라벨 + 대우는 나쁘지 않다
- 전 직장대비 본봉은 반토막이 나긴했는데, 이런저런 돈들 합치니 그래도 70% 정도는 보전되는 듯. 내가 있었던 전 직장이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연봉을 아주 많이 주는 편이었던걸 감안하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다. 근데 와이프는 직장 계속 다녀줬으면 좋겠다.
- 워라벨은 좋다고 해야할듯. 학기 중에는 일이 정말정말 많은데, 하는 일의 70%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강의와 연구 둘다 재미있다)이기도 하고 언제 뭘할지 내가 결정하면 된다. 특히 한학기를 혼자 끌고 가는 강의는 올해 처음 해보는거나 다름이 없는데 생각보다 공부가 많이 된다. 연구계획을 새로 디벨롭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 방학은 정말 너무 좋다!

7. 공대 교수님들과의 차별에 약간 서운?
- 학교가 아무래도 공대 교수님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맞춰지는 측면이 있다. 랩실 구성해서 돌아가는 공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이 많음.
- 사회과학 교수에게 맞는 성장 모델이 뭘까 계속 고민이 되는데, 타대학 교수님들과의 협업이 답인가 싶기도. 우리 분야는 전력이 될만한 박사과정 및 포닥을 구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석사라도 키우긴 해야하나...?

8. PI급, 대가급 교수가 된다는건 뭘까?
- 아직은 솔직히 겁이 난다. 학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 투고하는 건 꽤 익숙해졌는데, 진짜 뭔가를 '책임진다'는 건... 단독저자나 교신저자, 독립 grant 다 안 해본것도 아닌데 next level이 꽤나 멀게 느껴짐.
- 박사가 되는 법까지는 알겠는데, 진짜 PI급 (남이 찾아오는 전문가)이 된다는 것이 뭘까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를 세일즈하기에는 내가 아직 그정도가 아닌 것 같아...

조교수로 2학기를 보낸 소감 겸, 사회과학 분야는 글 올리는 분들이 많지 않아 참고하시라고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