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에 김박사넷에 올라온 글을 보긴 했는데 요즘 특히 고민하고 있는 주제라 한번 더 글을 올려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난리도 아니죠. 그쪽 전공자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CS쪽 랩실은 들어가기가 특히 어려워졌다 들었습니다.
그런 현실속에서, 몇몇 강경 4차산업혁명 신봉자분들은 "이제 실험의 시대는 끝났다. 실험은 테크니션들한테 시키기만 하면 되고 모든건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다." 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걸 가끔 보았습니다.
제 전공과 관심분야(화학, 의약/유기화학 및 합성)가 실험에 특히 치우친 분야라 그런지 위 주장에 대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 과 교수님들을 포함한 분들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얼추 다음과 같은 것 같습니다.
1. 맞다. 못해도 20년쯤 지나면 랩코트와 보안경은 과거의 유산이 될 것이다.
2. 실험과학자들도 기본적인 알고리즘 등을 짜는 방법은 알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엑셀 못하는 회사원 취급을 받기 싫으면 파이썬이나 공부해라.
3. 역합성이나 약물 후보군 탐색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등이 쏟아져 나오긴 할 것이다. 그러나 실험과학자들은 프로그램 사용법만 알고 결국 장인의 손길이 없으면 안될 것이다. 디자이너들 포토샵 프로그램이 어떻게 짜여져있는지 몰라도 잘만 써먹지 않느냐.
군대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코딩이고 뭐고 잘 모르겠고 메커니즘 공부하는게 좋은데 괜히 나이먹어서 틀딱소리 듣기 싫으면 지금부터 hello world라도 해봐야 되는건 아닌지 고민입니다.
다양한 의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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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2021.09.25
솔직히 생각해보면 실험자체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부분 장비싸움이 됐습니다. 좋은장비 써서 합성하고 좋은장비로 분석하면 괜찮은 저널에 논문이 나갑니다. 저는 실험이 시뮬레이션에 밀리게되는 이유가 (학교에서) 실험을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게 이유란 생각을 합니다.
대댓글 1개
2021.09.25
이게 정답. 실험과학은 고가의 장비 싸움이 되죠. 인공지능이 올라갈수록 실험과학을 제대로 하는 연구실은 더 잘 됩니다.
2021.09.25
인공지능 머신러닝 붐도.. 저는 일정부분 이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신러닝 돈천만원짜리 컴퓨터로도 괜찮은 결과를 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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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저는 학부때 cs랑 생물학 둘다 전공했었고 대학원은 cs쪽으로 왔는데요, 학부때 cs쪽 전공으로 생물정보학 수업 들을때 교수님께서 우리가 하는 일은 후보군을, 가능성의 범위를 줄여주고 실험과학자들이 보다 나은 해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 우리 자체만으로는 할 수 있는일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실험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어디든지 실험하는 랩과 함께하는 랩이 잘되는 랩이라고 먼 미래에도 그렇지않겠어요? 인공지능이니 머신러닝이니 하는 것들 전부 본질적으로는 (적어도 생물학에서는) 수많은 실험적으로 얻어진 결과물 중에서 정답이 될 만한 결과를 추리는 것 뿐이고 이게 정말 정답인지에 대한 입증, 또는 공학적인 관점에서 이걸 직접 응용해보는 것은 결국 실험과학의 몫이라고 봅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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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그리고 결국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피부에 체감되는 실험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초고해상도 현미경 이런거 보면 GAN으로 resolution 올리고 그런시도 하던데 뭐 유의미한 효과가 아직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먼미래에는 분명 있겠죠.
2021.09.25
데이터시이언스도 실험에서 오리지널 데이터를 생산해줘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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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6
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생물학 실험들이 테크니션들에 의해 수행되고, 실험의 퀄리티가 그들의 컨트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걸 듣고 흥미로워서 왜 자동화가 안되냐고 한 생물학 박사님께 여쭤본적이 있는데, 실험 자체가 하나의 프로토콜이 있는게 아니고 복잡도가 늘어나다 보니 automation 난이도가 높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센스에서, simulation 이 가지는 한계는 simplification과 extrapolation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뮬레이션은 어떤 assumption 위에서 도는 건데, 원래 잘되는 실험을 할 때는 그 assumption이 맞겠지만, 실제로 해봐서 assumption이 깨지는 상황에서 과학의 진보가 일어나는 것이겠죠.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extrapolation을 결국 할텐데, 이때 결과가 현실과 다른 경우도 너무 많죠.
물리알못이만, 어떤 오스트리아의 대학에서 점점 더 큰 object를 던져서 이중슬릿 실험을 하고 거기서 물결무늬가 나타나는지를 보는 실험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양자역학 아는 사람 입장에선 관측이 없는 임의의 물체는 질량이나 shape에 상관없이 물결무늬가 나온다고 얘길 하겠지만, 해보면 다를 수도 있잖아요? ㅎㅎ
상대성 이론을 우린 다 믿지만, 그걸 기반으로 GPS도 만들고 합니다만, 그래도 중력파 검출 실험이나 블랙홀 시각화 같은 실험을 계속 하는 이유는 항상 과학은 실제로 디벼봐서 터져봐야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런 센스에서 끈이론이나 시뮬레이션 우주론 같은 검증할 수 없는 이론들이 과학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때가 있는 것일거구요.
결론으로, 오히려 시뮬레이션이 발전할수록 정말 좋은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그래서 실제로 돌려보니까 어떠디?” 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들어올거라고 봐요. 실험과학이 죽는다는건 도그마에 갇혀 과학이 죽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대댓글 4개
2021.09.26
생물학은 좀 다릅니다. 화학이나 물리에 비교해서 공식이라는게 없거나 적은 학문입니다. 생명체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산할 기술이 최근에야 등장했으니까요. 실험과학은 앞으로도 유망할건데, 전제는 대량 데이터를 생산할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에서 고전적으로 하는 모델 실험이나 행동 실험은 종말이 가깝습니다.
IF : 1
2021.09.26
제가 생알못이라 궁금한데, 공식이 없거나 적다면 오히려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예를 들어서 유전체 같은 문제는 시뮬레이션이 잘 될 것 같은데, 말씀하신 행동 실험 같은 것들은 왜 종말이 가까운 것인지 궁금합니다.
2021.09.26
제가 두가지 다른 이야기를 너무 연결해서 썼네요.
유전체가 대표적으로 대량측정이 들어간 분야입니다. 시뮬레이션이 제약적으로 되긴 하지만, 개체간 다양성이나 세포,발달 등의 컨텍스트를 반영할 정보들은 여전히 데이터가 더 많이 생산되어야 합니다.
모델생물은 특정 생물학적 현상 (혹은 인간에게서 입증하기 어려운 현상)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 도구인데,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구요. 요즘은 인간 코호트에서 직접 데이터를 만드는게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행동실험은 객관적이고 대량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방법론의 부재입니다.
고전적인 모델이나 행동실험을 하는 연구실이 여전히 많고, 이런 접근 방식이 앞으로 유용한가?는 회의적입니다.
이와 별개로 새로운 도구, 방법론을 만들고 특정 생물학 현상을 객관적(높은 재현성)으로 측정하는 실험 연구 분야는 계속 흥할겁니다.
IF : 1
2021.09.26
제가 이해를 잘 못한건지 모르겠는데, 결국 생물학 실험의 토픽이나 방법론이 바뀔 뿐 simulation이 실험과학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게 주장하시는게 맞으시지요? 제 논지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이 어렵네요 흠.
2021.09.26
아직 실험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 시뮬레이션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글쎄요? 예상못한 변수가 계속 생겨나는게 실험인데 프로그램만 돌리는 시대는 아직 한참 먼것 같아요 당장 분석이랑 제작 장비 자체 값이 고가이기도 하고 국내에도 몇개 없는데..
무심한 마이클 패러데이*
2021.09.27
레퍼런스가 없으면, 정확한 시뮬 데이터를 뽑을 수 없고, 과정을 거치고 전혀 엉뚱한 데이터를 받으면 검증이 없으면 알 수가 없음. 결론은 검증을 위해서라도 실험 연구자들은 계속 필요함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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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2021.09.25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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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2021.09.25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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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6
2021.09.26
2021.09.26
2021.09.26
2021.09.26
2021.09.27
20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