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2년차 쯤부터 나름 능력이 깨어나기 시작해서 교수의 노예가 된 채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네요. 연구과제 업무, 보고서, 보고회 자료 제작, 연구비 관리, 실험, 후배 교육.... 등등 하다 보니 회사원인지 학생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연구과제의 테마와 갯수인데, 각각 너무 달라서 하나의 연구실 결과라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3-4개의 다른 분야의 연구과제를 메인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포닥을 데려올 생각조차 안하고, 후배들 논문 쓴 것도 몇 년째 교수님 전에 제가 다 리뷰하는 상황입니다(노예).
본론인데, 연구과제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제 페이퍼들도 주제가 너무 다양합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서.. 현재 6편의 주저자로 낸 페이퍼를 가지고 있는데(공동저자까지 합치면 그래도 >30편 정도 됩니다), 다 다른 분야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하나의 분야에서 subcategory가 다른 수준입니다.
제 주변의 대학원생 혹은 박사들은 대부분 하나의(혹은 2개 정도) 주제를 메인으로 연구를 하여, 그 중 하나를 졸업논문으로 가지고 졸업을 하더라구요. "하나의 분야에서 새로운 혹은 유의미한 발견을 하는 것, 그것이 박사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 있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참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해보니 견문과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학위 논문을 빨리 못쓰고 있는것도 이것 때문인 것 같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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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2023.06.01
다양한 주제 내에서 뭐 하나를 자신있게 자신의 분야라고 할 수 없으면 진짜 그냥 잡다한 분야 겉핥은 속 빈 강정같은 박사일 거고, 그것들을 잘 엮어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로 폭발시키면 어마어마한 능력의 사람이 되겠지요.. 저라면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스스로 어떤 종류의 박사이고 그게 왜 경쟁력이고 하는 등의 확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교수는 선생님께서 일도 곧잘 하고 그러니까 그냥 다 맡겨버리면서 노동력 착취를 하는 듯한 모습인 것 같은데.. 상황을 잘 관리하시고 무사히 졸업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분야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5년차면 거의 졸업 준비하고 포닥 컨텍하고 있을 때 아닌가요?
보통 박사들이 하나의 주제만 연구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해야 그 주제에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은 주제를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대로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남들이 생각도 못한 융합 연구 아이디어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깊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어느 한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지 못할수도 있죠.
최재천 교수님이 임용되고나서 그런 상황이었다고 하셨어요. 원하는 연구를 하기엔 돈이 안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본인이 연구했던 것과 다른, 학생들 원하는 프로젝트를 이것저것 진행하셨다고 했어요. 그 이력이 시간이 지나서 그 분야 백과사전 편집장으로 위촉받는 계기가 되셨다고 해요. 이걸 보니 전문성이라는 게 꼭 깊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이 드네요. 본인만의 insight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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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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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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