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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미국 대학교수 생활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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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글이 생각보다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거 같아서...

먼저 여기서 말하는 좋소란..
재학생 만명 수준의 박사 과정이 없는 R1, R2가 아닌 M1 학교를 말함.
여기서 박사 과정은 Ph.D.를 말함.
간혹 박사 과정이 없는 학교지만 리서치를 많이 해서 R2인 학교들도 있음.
뭐 여튼..

지금은 방학이지만 학기 중에는 보통 8시 정도 기상.. 했으나..
애들 학교 가는 것을 못 보면 애들의 인생의 30%를 못 본다는 말에
애들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서 학교 가는 거 봄.

간단히 아침 먹고 운동하러 감.
갔다 와서 씻고 점심 먹고 학교로.
한 학기에 3-4과목을 가르치니까
시간표가 잘 짜여지면 월수금만 가기도 하고
아니면 월-금 가기도 했었는데
판데믹 이후로 온라인 수업과 하이브리드로 전환해서
월요일만 수업 함.
그렇게 1-3시까지 수업하고 퇴근.

집에 오면 애들 액티비티 라이드.
축구 가는 날도 있고 농구 가는 날도 있고 등등..
그리고 가족이랑 다 같이 저녁 먹음.

애들 잘 시간 쯤 되면 이메일 체크하고 학교 일 좀 하고
유투브 보고 드라마 보고 12시 정도에 잠.

학교 안 가는 날은 와이프랑 장 보러 가고
외식 하고 커피 마시러 가고
같이 드라마 보고 운동하고...

이렇게 맨날 놀면 수업 준비는 언제 하냐 하면..
임용 초기에는 그래도 수업 들어가기 전
한시간 정도 준비 했고 테뉴어 직전에는 10분..
테뉴어 받고 나서는 준비 없이 그냥 들어감.
어차피 몇년간 계속 같은거만 가르치니 다 외움.

주말에는 놀러 가거나 한인 마트 가서 장 보고
한인 식당 들렸다가 옴. 캠핑도 가고 애들이랑
아케이드 센터 가서 게임도 하고..
친구들 초대 해서 같이 밥 먹고 애들 친구들이랑
밖에서 만나 놀기도 하고..

방학 때는 온라인으로 계절 학기 돌림.
다 예전에 찍어 놓은 비디오라 이메일 체크랑 채점만 하면 됨.
한 과목당 8천불 정도 나옴.
그렇게 3-4개 돌림.
학교에서 하는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 멘토링 함.
4시간 정도 하면 2천불 정도 나옴.

지금은 좀 줄였지만 예전에는 한국 교수들 소일거리
해주면서 몇십 혹은 몇백만원 컨설팅 같은 것도 함.
지금은 액수가 너무 적다 느껴져서 안 함.

좋소 대학에서 편한 점은 원하기만 하면 온전히 내 시간을
가족을 위해 쓸 수 있음. 아니면 온전히 나를 위해 쓰거나..
개인적으로 일과 가정, 둘 모두에 성공할 정도의 깜냥은
안 된다 생각해서 좋소에 정착하기로 함.
연구 학교에서 둘 다 성공하는 사람도 봤지만 하나를
놓치는 경우도 많이 봐서..


*관련 글들
좋아요 좋아요 미국 좋소 대학 - 연구편
https://phdkim.net/board/free/43257/
나는 어쩌다 미국의 좋소 대학 교수가 되었나
https://phdkim.net/board/free/43249/
좋소 미국 공대 교수 질문 받습니다
https://phdkim.net/board/free/4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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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2023.06.02

제가 원하는 삶이네요... 저녁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요.
국내에서 임용되어도 해당 생활 비슷하게 누릴 수 있을까요? 요즘은 말씀하신대로 온라인 강의가 활발해져서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혹시 국내랑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지거국정도의 학교를 간다고 하면 초반 테뉴어까지만 좀 고생하고, 비슷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대댓글 2개

2023.06.02

한국은 테뉴어가 10년이고 미국은 5-6년이라 좀 다릅니다.
10년이면 애가 갓 태어나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2023.06.02

유치원생 아이랑, 초등학교 고학년이랑 확실히 느낌이 확 다르네요...
정출연으로 간다면,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교수직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데, 선배님께서 밟으신 코스도 한번 고려해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용
자상한 한나 아렌트*

2023.06.02

티칭 중심 학교가려면 영어 실력이 얼마나 되어야하는지 궁금합니다.

대댓글 1개

2023.06.02

인터넷 보면 티칭 가려면 영어를 연구 중심 대학보다 더 잘 해야 한다 이런 말 하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연구 중심은 리서치 아이디어만 있음 영어 못 해도 뽑아주는거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영어 못 하니까 티칭 가야겠다 이것도 아니고요. 일단 수업 수가 많으니 영어를 못 하면 수업 준비 시간이 길어집니다. 몇년간 꾸준히 수업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 하는 교수들도 있어요. 아니면 부족한 영어를 메꾸기 위해서 수업 자료를 정말 세세하게 준비하는 교수들도 있고요. 영어가 편하면 그냥 입만 털면 되고요. 임용 초에 수업 준비가 안 되어 입만 털다 나온 적도 몇번 있네요.

영어도 못 하는데 수업 준비도 잘 안 하고 연구도 안 하고 워라밸 챙기면서 한다? 그럼 짤려요. 티칭 학교는 정말 99%이상 테뉴어 받는데 1% 짤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것도 한 학교에서 1%가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1%. 지금 학교 단과대에서 테뉴어 못 받은 교수 지난 10년간 0명. 그런데 주변에서 아는 한국인중 티칭 학교에서 짤린 사람 2명.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 되면 또 써 볼께요.

2023.06.04

유토피아인데요...? 어딜봐서 좋소지....

대댓글 1개

2023.06.04

좆소 아닌 좋소 ;)

2023.06.04

부럽습니다.
정말 좋은 학교입니다. mit, stanford 등 어떤 대학 교수 부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연구에 엄청난 뜻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노벨상 못 받을 것이면 지금 계신 학교가 훨씬 나아요.
그리고 노벨상 받으면 뭐합니까?
머리 빠지고 고생은 고생 대로 하고 늙으면 노벨상 받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대댓글 1개

2023.06.05

사실은 부럽습니다. 한국에 있는 교수님들 다들 존경 받고 사는데 여기는 뭐 그런게 없거든요. 예전에 코웍 했던 교수님 연구실 방문하니 대학원생들 우루루 몰려 오고 장관이더군요. 미국은 그런 멋이 없죠, MIT 교수라도.

노벨상 받으면 늙어도 존경 받죠. 박사 때 노벨상 받은 교수님을 학교 운동센터에서 본 적 있는데 그냥 늙은 백인 할아버지지만 우와 하면서 봤습니다. 물론 몰랐다면 그냥 늙은 백인 할아버지지만..

2023.06.05

나이가 들면 저도 연구에 대한 욕심이 많이 사라지더군요. 나이가 들면 연구보다는 그냥 자연인이 되더군요. 노벨상이던 무슨 상이든 별 의미가 없게 그냥 느껴집니다. 대학원생 많은 교수들은 무자식이 상팔자라 많으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소소히 혼자서 조금씩 연구하면 그게 더 편합니다. 연구를 해봤자 진짜 굉장한 연구는 솔직히 매우 드물지 않나요. 한국에서도 논문을 위한 연구가 많아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는 극히 드물지요. 그냥 종이 아니 스크린 낭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대댓글 1개

2023.06.05

동감합니다. 박사 때 같이 연구하던 친구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면 정치를 하라고 하더군요. 연구로 세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맞는 말 같습니다.
재밌는 닐스 보어*

2023.06.08

1. 미국에 r1이 대략 130개 r2가 150 개이므로 m1 급 학교는 사실 한국에서는 알만한 학교는 아닐 것 같습니다.
2. 제가 아는 분은 일리노이 그린베이 캠에서 계시다가 나중에너무 답답하다고 다시 인더스트리로 나오신 분이 있습니다. 연구쪽으로는 못풀리시고 개발자로 구글에 계신데 그냥저냥 사실만은 한듯 합니다.
3. 한국은 인구절벽에 지방대가 문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온라인 강의 때문에 대학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미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4. 저희애가 서울대목표로 했으나 서성한 전자전산계열에 들어갔읍니다. 어정쩡하게 국대 스카이 대학원가느니 유학을 보내려고 합니다. 딱히 대단히 성공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고. 미국 대기업에 취업하던가 좋소 대학에 교수 정도도 나쁘지 읺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저는 싫거든요. 아 저도 인서울 대학 교수 입니다. 우리애가 뭘 준비해야 할까요?
대담한 그레고어 멘델*

2024.02.12

좋소 호소인, 기만자

2024.07.19

최고의 인생 같은데요? 탑스쿨 가면 뭐합니까 개고생만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도 다 놓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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